비는 그쳤지만 해는 뜨지 않네.
셋째 날 아침도 흐리고
바람이 많이 불었다.
*돌아와서 보니 우리 갔을 때가
많이 추웠던 딱 그 며칠이었음.
우리 부부는 보통 여행 계획을 짤 때
대충 식당까지는 정해둔다.
상황에 따라 동선에 따라
순서를 바꾸기는 하지만
거의 맞추려는 편인데
이번 여행은 그렇게 미리 준비를 했음에도
거의 P처럼 매일 새로운 곳을 찾게 되었다.
이곳은 호텔을 나서기 전
급하게 구글맵으로 찾아낸 곳이다.
*나는 위급시 구글맵 서칭 스킬이 증폭되는 편
카베야 카와바타 혼텐은 소바 전문점인데
관광객보다는 사진에서 보는 것처럼
근처 직장인들에게 사랑받는 로컬 식당이다.
분위기가 대충 가늠이 되겠지?
손님과 직원의 평균 연령대가
거의 30대 후반 - 50대 초반 정도로 보였음.
연식과 정통성이 느껴지던 포스터.
배우들 친필이 다 들어간 포스터라니
여기 진짜 장난 아닌가 봐.
개굴개굴
🐸
면 러버 동반자는 소바 3단 정식,
밥 러버인 나는 텐동.
근데 텐동 퀄리티가 미쳤더라.
소바 전문점이었음에도
동반자 피셜 텐동이 더 대단했다고.
근데 소바도 굉장해 보였음.
소바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면
북적거리는 다이묘에서 고생하지 말고
이런 곳 와서 먹으면 좋을 것 같았다.
한 가지 인상적이었던 것은 이 동네가
회사가 많았는지 이렇게 도시락을 만들어
판매하는 식당이 많았다는 점이다.
우리가 점심을 먹었던
카베야 카와바타 혼텐역시
우리가 식사하는 동안
(도시락은 아니고)
배달 준비를 하고 있더라고.
불과 10분 여 떨어진 텐진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재미있는 모습!
원래 생각으로는 하카타 역으로 가서
거꾸로 돌아오는 루트가 좋겠다 했는데
식당을 새로 고르면서 동선도 바뀜.
그래서 가장 먼저 들른 곳은 블루블루.
블루블루는 도쿄에서도,
교토에서도, 오사카에서도 가봤는데
후쿠오카에서는 첫 방문이었다.
근데 내 기억이 맞다면
가장 넓고 만족스러웠던 곳이 여기였네.
예쁜 컵이 있으면 좋겠다 했는데
이상하게 후쿠오카 매장에는
컵이 없더라고? 다른 곳은 다 있던데.
암튼 귀여운 손수건이랑 핀이랑
동반자 양말 몇 개 사들고 나옴.
스태프가 아주 친절해서 좋았다.
그런데 더 친절한 스태프를 또 만남.
다음으로 들른 네펜데스에서였는데,
1층 우먼스에 있던 스태프가 진짜 +_+
본인이 영어를 잘 못해서 미안하다고;;;;
아니 그걸 다 영어로 말씀하셨잖아요....
아무튼 여기도
동반자랑 같이 온 게 처음이었는데
겨울 시즌이라 그런가
진짜 옷이 많아서 놀랐다.
그런데 도쿄처럼 무슨 아웃렛처럼
좁은 매장 안에 빽빽하게 걸어둔 게 아니라서
쾌적한 분위기 속에서 쇼핑할 수 있었음.
나는 여기서 동반자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해주기로.
특히 로도리리온 후드 패딩 스카프는
멀리서 발견하자마자
그냥 이거다 했을 정도 ㅋㅋ
2층 멘즈도 돌아봤는데
여기 남성 스태프들이 엄청 카리스마 있어서
눈 깔고 둘러보고 있었는데
생각보다 너무 따스하게 말을 걸어줘서 놀람 ㅋㅋ
역시 멋쟁이들은 다르다.
신난 동반자.
거의 보물찾기 하는 기분이었던 듯.
여기서도 기막힌 아이템을 발견했는데
요건 동반자가 직접 구매하심 ㅋㅋ
아 이번 후쿠오카 쇼핑은
뭐가 다 이렇게 수월하지?
가는 곳마다 괜찮은 것들이 있네?
아담해서 좋은 후쿠오카.
바버샵도 귀엽-
바버 선생님 취향도 카와이하다구
😘
슬슬 간식이 당길 시간 (벌써?)
이번에 후쿠오카에 가면
꼭 들러봐야지 했던 곳으로 향했다.
포타마 쿠시다는
쉽게 말하면 무스비? 오니기리 전문점이다.
그런데 하와이안이 아닌 일본식 브랜드.
처음에 로고랑 매장 외관, 브랜딩이
너무 예뻐서 관심 갖게 된 곳인데
심지어 파는 메뉴도 하나같이 다 귀여운 거야.
아 참고로 포타마는
포크 & 타마고의 약자임.
되게 모던하면서도
컬러칩을 잘 뽑은 덕에
귀엽게 잘 나온 듯.
컨셉 잡은 사람 칭찬해!
각자 하나씩 주문해 봤다.
나는 명란 계란말이,
동반자는 고야 튀김으로.
고야는 우리말로 여주다.
호박과 오이의 중간쯤 되는 식감으로
일본에서는 흔하게 먹는 건데
우리에겐 좀 생소한?
아 근데 진짜 잘 만든 것 같아.
메뉴 기획도 기획인데
보기에도 너무 예쁘게 잘 만들어서,
둘이 먹으면서
한국에서 하면 되게 잘 되겠다 이러고 ㅋㅋ
근데 영등포, 안양 이런 곳은 안되고
압구정이나 반포 같은 곳에서? ㅋㅋㅋ
아-주 좋았다 여기.
대 만 족 !
👍🍙
와 드디어 파란 하늘 ㅠㅠ
이것도 잠깐 나왔다 사라진 거지만
진짜 어찌나 반갑던지 ㅠㅠ
광합성이 시급하다 ㅠㅠ
오랜만에 추억의 꼼데 매장도 들러봤다.
꼼데는 참 멋진데 뭐랄까.
그런 브랜드 있잖아-
톰브라운, 릭오웬스 같이.
그 브랜드로 풀 착장을 해야 가치가 발현되는.
꼼데도 그런 브랜드라고 생각해서,
구경하는 재미는 있는데
내가 막상 지갑을 열기는 어려운? 브랜드다.
물론 날씬할 땐 꼼데 옷 잘 사 입었음.
그냥 지금 돼지라 그래 낄낄.
정처 없이 걷다 보니 하카타역.
후쿠오카가 진짜 좋은 게
텐진하고 하카타를 최단거리로 걸으면
지하철역 기준으로 30분 정도?
밖에 걸리지 않으니까
대중교통 딱히 탈 일도 없고 참 좋다.
전날 Y-3에서 동반자에게
귀한 생일 선물을 받은 김에
같이 매치할 옷이 좀 있을까 싶어서
한큐 백화점에 온 것.
근데 뭐, 애매하더라고.
해법은 한국 돌아가서 찾아보는 걸로.
아이쇼핑이나 계속-
애기 옷들 너무 귀여워 ㅠ
VMD가 매력적이었던 곳까지.
알짜배기만 싹 골라서 돌아보고
다시 텐진으로 돌아가기로 =3
중간에 잠깐 쉴까 해서 카페를 찾다가
구글맵에 미리 찍어둔 곳이 근처길래
이 참에 자연스럽게 가보기로 했다.
여기는 79년부터 영업 중인 곳으로
아마도 1대 오너였을, 지금은 백발이 된 할아버지가
2대 오너가 될? 것 같은 아들과 함께 운영 중인
세월이 깃든 것 같은 킷사텐이다.
사실 한국인 사이에서 잘 알려진 곳이라
방문했을 때 손님이 많으면 어쩌나 걱정했지만
다행히 이렇게 조용-했음.
진짜 딱 쉬기 좋았던 무드.
배가 고팠던 시간이라면
아마도 여기서 토스트나 카레라이스까지
다양하게 시켜 먹었을 것 같은데
포타마에서 오니기리를 먹은 지도 얼마 안 됐고
곧 저녁을 먹어야 할 시간이라
이번에는 아쉬움을 남겨둔 채 커피와 코코아만.
그래도 부담스러운 게 하나도 없어
잠깐 쉬기에 너무 좋았다 진짜.
다음번엔 여기서 식사도 한번 해보기로 하고,
바로 저녁을 먹으러 이동했다.
이번에도, 또 신기하게 P처럼 ㅋㅋ
방금 들렀던 카페로 가던 길에
우연히 발견했던 작은 이자카야.
아니 근데 여기도 구글맵에 안 뜨더라?
전날 갔던 규카츠집도, 교자집도 그러더구먼.
구글맵에 등록 안 하는 게 유행인가...
(근데 한국인들은 어찌들 그리 잘 찾아다니지? ㅋㅋ)
뭐 딱히 주제가 있는 곳은 아니었어서
그냥 눈에 띄는 거 이거 저거 시켜봤다.
좀 짰지만 맛있었던 치킨 난반에,
나 생일이라고? 는 아니겠지만 아무튼
미역 올라간 곤약이랑 무랑 샐러드랑 ㅋㅋ
아니 근데
사진으로는 담지 않았는데
여기 예약이 진짜 많더라고?
워크인 로컬 손님도 많고.
우리는 일찍 간 덕분에
웨이팅 없이 편하게 자리 잡은 거였다.
엇- 텐진에 있는 크리스마스 마켓 실황!
저기 포토존인데 ㅋㅋㅋㅋ
니혼슈 마시라니까
굳이 소츄를 주문한 동반자.
맛은 별로였다고 했는데
그것보다 알아서 막 이거 저거
다양한 일본 술 도전해 보는 게 참 보기 좋음.
맛을 탐구하는 자의 멋이랄까.
결국 니혼슈로 방향 전환 ㅋㅋ
잘했다.
2차로 어디 갈까 고민하다가,
괜히 또 자리 잡기 힘들까 봐
그냥 여기서 끝장을 보기로 하고
모츠나베 추가 주문.
그냥 1인분으로 나오는 건데
그럭저럭 먹을만하더라.
여기 메뉴들이 그래도 다 평타는 쳤음.
나중엔 뭐 이런 것도 먹고 했는데,
영수증이 이렇게 길게 나왔는데
가격이 고작 10만 원이면, 괜찮은 거 맞지?
구글맵엔 안 뜨지만
어디 있는지는 정확히 기억하니
나중에 근처로 또 가게 된다면 재방문 고우!
어느덧 무르익은 크리스마스의 밤.
하카타를 떠나-
야경이 아름다운 나카스 강으로-
아 진짜 예쁘다
🤶🎄❤
너무 행복한 크리스마스!
사실 호텔로 바로 가려고 했는데
중간에 골목을 한번 잘못 들어가는 바람에?
여기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으로 오게 됐다.
아 근데, 이쪽으로 왔어야 했어 진짜.
비도 그치고, 딱 크리스마스 당일이니까,
완전 마지막이잖아 >_<
놓칠 수 없지 이 바이브!
바로 맥주 주문하고,
피자도 주문 ㅋㅋ
오늘의 귀여움 ㅠㅠ
우리가 진짜 타이밍이 좋았던 게,
크리스마스 마켓 종료가 얼마 안 남았을 때라
현장 MC도 감사 인사 하고 그러더라고 -
조금만 더 늦었으면 아예 못 즐겼을 텐데
나이스 타이밍이었다!
바람이 좀 불었지만
크리스마스잖아-
모든 게 좋았음 ㅋㅋㅋ
끝날 때가 되니 사람도 많지 않고
아주 좋았어-
한국이었으면 이런 표현 좀 미안하지만
진짜 사람 바글바글 정신 사나웠을 텐데...
덕분에 만족스러운 인증샷도
편하게 남길 수 있었다.
나는 산타 옆에서 엘프 느낌으로!
🧚♀️❤
동반자는 루돌프를 표현? ㅋㅋㅋ
🦌❤
아저씨는 케니지를 표현?
🎷🎅
동반자랑 크리스마스 함께 보낸 것도
벌써 7번째인데,
진짜 나는 이번이 가장 즐거웠지 않았나-
아쉽거나 후회되거나 당혹스러운 게 없었어...
이래도 되나 싶을 만큼...
이치란 총본점을 아직 못 가봤구나
음...
우리는
크리스마스 마켓에서 들뜬 마음으로
숙소로 복귀!
가 아니지 >_<
기막히게 호텔 바로 앞에
포장마차가 있다는 걸
역시 구글맵으로 우연히 알게 되어
바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나카스 강변에 있는 포장마차는
뭔가 다 장사치들 같고
호객도 심하고 관광객도 많아서 별론데
여기는 딱 로컬 느낌.
일단 조용해서 그것부터 좋았음 ㅋ
뭐 이것저것 시켰음.
포장마차니까.
라멘도 한 그릇하고 ㅇㅇ
옆에 어린 일본인 커플이 있었는데
동반자가 궁금했던 일본 단어 막 물어보고
그쪽에서는 또 수줍게 알려주고 ㅋㅋ
그러다가 그 친구들이 먼저 일어났는데
나갈 때 갑자기
동반자랑 인사 나눈 게 너무 웃겼음 ㅋㅋ
아 역시 E는 그게 되는구나....
I는 세상 놀라울 따름....
ㅋㅋㅋ
그 뒤엔 두 아들을 둔 부모님도 오셨는데
아이들이 게임하는 게 너무 귀여웠다.
근데 막 춥다고 난리 ㅋㅋ
그러게 왜 외투를 안 입었을까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랑 같은 호텔.
바로 앞이라 외투 없이 나왔던 모양.
사무이! 사무이! 하는데 너무 귀여웠다 ㅋ
앞에서도 얘기했지만,
진짜 너무 즐거운 크리스마스였다.
적당히 맛있는 것들을 먹었고
적당히 즐거운 쇼핑을 했고
또 적당히 즐겁게 사진도 찍고 다녔다.
무엇보다 웨이팅 같은 걸 하지 않았고,
비도 그쳤고, 날도 풀렸다.
정말, 다 좋았다.
오늘이 끝나지 않기를 바랄 정도로.
3일 차 이야기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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