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물단지와 함께 숙소를 나섰다.
열차 시간이 좀 많이 남긴 했는데 체크아웃 해야 하는 시간이 일러서 일찍 나왔네.
점심을 미리 먹자 해서 뭘 먹을까 고민을 좀 했는데,
확실히 여기 메스트레역 부근엔 정말 먹을 곳이 마땅치가 않아 부득이 역사 안에 있는 맥도날드에서 해결하기로 했다.
나는 이런 걸 주문했다.
버거 이름이 CBO인데, 치킨 베이컨 어니언의 약자임.
한국에 없는 메뉴로 주문하려다보니 어마어마한 크기의 버거를 주문하게 됐네 ㅎ
오 근데, 이거 비주얼도 범상치가 않네.
수제버거까진 아니지만 꽤 그럴싸하게 생겼다 +_+
심지어 저기 빵 위에 뿌려져 있는거 전부 베이컨 조각임 ㅎㄷㄷ
근데 베이컨이 버거 안에 또 들어가있고 그 아래 치킨 패티도 있고,
한국 맥도날드의 시그니처 버거보다 조금 더 나아 보이는 느낌이었는데 기분 탓이었을까.
하지만 마요네즈를 보니 여기가 나은 것 같기도 하다는 생각.
(물론 이걸 돈 받고 팔고 있는게 좀 당황스럽긴 했지;;; 굳이 저걸 물어보길래 설마했더니만 역시나 개별 판매;;;)
암튼 맛있게 잘 먹고 기왕 이렇게 된거 맥도날드 안에서 열차 올때까지 편하게 쉬면서 기다려야겠다 했는데
거기 나처럼 일 없이 앉아있는 사람이 많았는지 직원 한 명이 계속 돌아다니면서 음식 없이 기다리는 사람들 나가라고 하는 바람에...
하필 음식을 다 먹어버려서 나도 눈치가 좀 보여가지고 하는 수 없이 밖으로 나왔다.
전광판 보니 역시나 내가 탈 열차는 도착하려면 한참 멀었는데;;;
그리고 여기, 대체 왜 엘레베이터가 없는거니....
캐리어 무거운데....
어쨌든 승강장에서 찬 바람 맞으며 열차를 기다리게 됐다.
사진에선 티가 안나지만 나름 또 비가 내리던 상황이었음. 베네치아는 결국 비로 시작해 비로 끝나는구나.
그나마 그 사이에 딱 하루 해가 쨍쨍한 날이 있었기에 망정이지 그마저도 없었으면 정말 우울했을 듯.
(드문드문 저렇게 배낭 메고 이동하는 여자 무리들이 참 많이 보이던데, 멋진 친구들 같다.
저런 무리 보면 다 부러움. 난 저때 뭐했을까 싶어서.)
한참 기다리니 (진짜 한참 기다리니) 내가 탈 열차가 도착했다.
밀라노를 떠날 때 탔던 열차랑 회사는 같은데 열차 종류는 다른 거임.
이번에는 1등석이 아닌 2등석이었는데 다행히 이번엔 짐칸이 있는 객차에 탑승하게 됐다.
물론 이것도 내가 사전에 좌석 지정을 다 하면서 예매한거라 머릿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었는데
실제로 보니 반갑네 ㅋ
그리고 일부러 자리 예매할 때 이렇게 짐칸이 빤히 보이는 쪽으로 자리를 잡았었기에
피렌체 가는 길에 불안하게 고개 돌려보고 그럴 필요 없이 그냥 편히 앉아서 갈 수 있어 좋았다.
에휴. 이런 걸 좋아해야 하는 나라라니 ㅎㅎㅎ
안녕 베네치아.
그래도 잘 쉬고 간다 진짜.
트랜이탈리아는 이번에도 비행기인 척 간식을 서비스 함.
달리다 보니 또 어느 덧 시골 통과.
근데 옆에 앉은 분들 뭐하시는겅미.....?
밀라노에서 베네치아 갈 때는 2시간 반 정도? 걸렸던 것 같은데 베네치아에서 피렌체로 오는 데엔 2시간이 채 걸리지 않았다.
이것도 예정시간 보다 10분 정도 일찍 도착한거임 ㅋ
암튼 드디어 피렌체 입성! 한국을 떠난 지 10일만이네 딱 10일!
아 근데 길바닥 진짜 -_-;;;;;
캐리어 던져버리고 싶네........
ㅠㅠ
이번에도 숙소 위치 선정이 기가막혔던 관계로 역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이라는 걸,
피렌체 대성당의 바로 뒷 골목이라는 걸 실제로 와서 알고 기뻐했음 ㅋ
(보통 에어비앤비 예약할 때는 정확한 주소를 모른 채로 예약하는 거라 실제 위치는 이렇게 와서야 알게 됨)
건물 내부가 좀 특이했는데, 다행히 엘레베이터가 있구나 하고 안도 했더니
알고 보니 저기 왼쪽 문이 숙소 입구임 ㅋㅋㅋㅋ 엘레베이터 안 타도 됨 ㅋㅋㅋㅋ
갑자기 여긴 뭔가 싶지?
놀랍게도 여기가 숙소 내부임 ㅎㅎ
평소에는 회사로 쓰이는 곳인데 지금은 비어있는 기간이라며 이렇게 에어비앤비로 돌리는 모양이었다.
내가 이 넓은 공간을 혼자 다 쓰는 건 아니었고,
그의 한 켠에 숨은 공간이 내가 쓸 방이었음.
방금 본 문을 열자마자 나오는 공간.
아래로 내려가는 계단을 이용하면 그 회사 사무실로 이어지고
위로 올라가는 계단을 이용하면 내가 쓸 방으로 이어진다.
(계단 중간에 화장실이 있음. 다행히 내 전용)
계단을 올라와 방을 보니, 나름 소박했다.
좋았던 건, 방 한쪽에 큰 창이 나 있었는데 그걸 열면 이렇게 야외 테라스가 뙇!
뷰가 어마어마하다! 창이 너무 커서 여기로 들어오는 바람도 어마어마함! 어쩐지 에어컨이 없더라니! ㅋ
(저기 가운데 바닥은 아까 아래에서 본, 위로 난 통유리 천장이다 ㅎ)
짐을 대충 풀고 일단 밖으로 나와봤다.
진짜 피렌체 대성당이 숙소 바로 한 블럭 옆에 있네 ㅎㄷㄷ
밀라노 대성당에 이어 피렌체 대성당도 이렇게 실물 영접!
밀라노 대성당에 비하면야 광장도 성당도 그 규모가 참 아담했지만 그래도 역시 외관은 참 화려하구나.
이 건물도 짓는데 150년인가 걸렸다던데 ㄷㄷㄷ
성당은 나중에 다시 또 보기로 하고 일단 무작정 사람들이 많이 보이는 쪽으로 걸어가 봤다.
근데 뭔 퍼레이드를 하나봐?
오왕 뭐하는거지 -
뭔가 막 흥은 나는데 무슨 퍼레이드인지 알지를 못하니 ㅋㅋㅋ
그래서 그냥 "그래 내가 피렌체 오니까 이렇게 반겨주는구나!" 하고 내 멋대로 생각함 ㅋㅋㅋ
올레!
근데 진짜 무슨 퍼레이드였을까. 되게 규모가 크던데.
한참을 넋놓고 퍼레이드 구경을 하다가, 맥도날드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이 생각나 간식으로 샌드위치 하나 먹자 해서
포스퀘어 검색을 통해 알안티코 비나이오(All'Antico Vinaio)를 찾아갔다.
사람들이 꽉 차 있는 걸 보니 유명한 곳이 맞는 듯.
내부가 굉장히 작은 가게였는데, 인기는 가히 폭발적이었다.
(네이버 검색해보니까 한국인 사이에서도 유명한 곳인가보네 ㅎ)
샌드위치 만드는 모습.
비주얼 쩔.
오왕 햄 맛있겠당.
오픈 키친이라 만드는 모습이 그대로 보여서 좋았음.
샌드위치 계산 하자마자 바로 들고 그 뒤에 있던 아르노 강변쪽으로 나왔다.
기왕 먹는 거 눈 요기 좀 하면서 먹자 하고 ㅎ
근데 이탈리아는 진짜, 이제 샌드위치를 절대 간식이라고 생각하면 안 될 듯.
몇 번 먹어보니, 대체로 사이즈도 다 크고 빵도 딱딱한 빵을 주로 써서 이거 하나 먹을라 치면 배가 너무 불러;;;;
한국에서처럼 정말 간식으로 먹고 끝낼 수 있는 수준이 아님;;;;
의도치 않게 배를 든든히 채웠으니 산책을 강행하기로 했다.
여기는 피렌체를 통과하는 아르노 강의 중간 즈음에 위치한 산타 트리니티 다리.
차량이 일방으로 진입한다는 것과 그 옆에 자전거 도로가 구분되어 있는 게 좀 재미있었다.
산타 트리니티 되시나요.
다리가 그리 길지 않아서 걷기에 무리가 없었음.
오왕. 날씨 참 좋구나.
일기예보 보니까 피렌체 주변 다른 도시엔 다 비 소식만 있던데 ㅎ 굿굿.
암튼 저 멀리에 그 유명한 베키오 다리가 보인다.
베키오 다리는 다리 위에 상가 건물이 있는 것으로 유명한 다리인데 2차 세계 대전 때 유일하게 파괴되지 않은 오래 된 다리라네.
(실제로 베키오 다리라는 이름이 오래된 다리라는 뜻이라며 ㅎ)
그래서 내친김에 바로 베키오 다리로 가봤음.
역시나 멀지 않아서 금방 가더라.
(피렌체는 규모 자체가 작은 도시라 어지간한 곳은 도보 20-30분 정도로 전부 도달할 수 있다던 호스트의 설명이 생각났음)
근데 진짜 저기 상가 건물이 있네? 저기가 지금 다리 위인데 ㅋㅋ
다리 중간에는 이렇게 사람들이 쉴 수 있는 나름 광장 비슷한 공터가 있고,
그의 양 옆에는 이렇게 보석 가게들이 주루룩.
원래 옛날에는 푸줏간이 있던 곳이라던데 지금은 이렇게 보석 가게만 있다.
근데 그 푸줏간 시절에 만든 것 때문인지 가게 문을 닫으면 이런 모습이 되는데 그게 좀 귀엽더라 ㅋ
웃겼어 뭔가 ㅋ
베키오 다리를 뒤로 하고 나는 계속 또 정처없이 떠돌아 다니기로.
귀요미.
걷다 보니 여긴 또 뭔 광장인가 했더니 공화국 광장이란다.
표기명대로 읽으면 레푸블리카 광장인데 그걸 영문식으로 읽으면 리퍼블리카 광장임 ㅎ
근데 여기 되게 쌩뚱맞게 회전목마가 있다 ㅋ
진짜 엄청 쌩뚱맞는데, 실제로 운행도 하고 있는 게 함정 ㅋㅋㅋ 귀엽 ㅋㅋㅋ
아직 피렌체를 제대로 돌아본 게 아니지만, 뭔가 밀라노랑 비교를 하자면
확실히 밀라노보다 더 과거의 모습이 많은 곳 같고,
그래서 더 이국적인 모습이 많은 곳인 듯.
상대적으로 답답해 보였던 것도 그 때문인 듯 했다.
(거꾸로 여기에 먼저 머무르다 밀라노로 간다면 되게 세련된 도시라는 느낌이 들 것 같음)
밀라노랑 비슷하면서도 엄청 달랐던 도시.
첫 날의 느낌은 대충 그러했다.
근데 돌아다니다보니 이렇게 도로 표지판에 누군가 재미있는 장난을 친 흔적들이 보이던데 이런 걸 처음 봐서 좀 흥미로웠다.
가만히 놔둔 게 없어 ㅋㅋㅋ
이거 뭐야 ㅋㅋㅋㅋㅋㅋㅋ
귀엽다 귀여워 여기 ㅋㅋㅋㅋㅋ
이 교회는 이름이 뭔가 하고 구글맵 켜서 찾아 봤는데 도저히 읽을 수 없는 말이라 그냥 잊어버리기로 했음 ㅋㅋㅋ
그렇게 다시 돌아 온 피렌체 대성당.
넌 내가 다시 보러 올께.
피렌체엔 좀 오래 머무를 예정이니깐 ㅎ
숙소 바로 뒤에 인도인으로 추정되는 분들이 하는 마트가 하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_+
어느 덧 밤.
다른 사람들은 외식하러 나갔는지 어쨌는지, 비가 엄청 쏟아지는 밤이었는데 사람이 없어서 좋더라.
아 확실히 쉐어는 불편해;;;;
쉐어하우스, 도미토리, 게스트하우스 이런 건 진짜 나랑 안맞는듯;;;;;
누군가가 내가 쉬어야 할 공간 안에 들어와있다는 게 엄청 마음 불편하거든.....
근데 여기 라운지 진짜 쩐다.
이게 회사라니. 믿을 수 없어.
사진 정리를 게을리 하지 않는 남자임.
그보다는 사실 ㅋ 워낙 양이 많아서 한번 미루기 시작하면 끝도 없을 일이라 ㅋ ㅠㅠ
아직 피렌체에 적응이 잘 안되고 있지만 내일 부터 또 여기 저기 쑤셔보고 다녀봐야지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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