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라노도 벌써 5일차. 그간 뭘 했나 쭉 돌아보니 그래도 여기서 할 건 얼추 다 한 것 같아서
오늘은 뭘 할까- 그냥 숙소에서 쉴까- 고민에 잠시 빠졌는데, 그래도 숙소 안에 있긴 좀 아까운 것 같아 일단 밖으로 나왔다.
(진짜 밀라노에서의 기록은 매일 여기서의 사진으로 시작하네 ㅋ)
두오모 광장 근처로 가야할 것 같아 무작정 그쪽으로 걷기 시작했다.
꼴에 며칠 다녔다고 인드로 몬타넬리 공원도 제법 익숙하고
한국에서 쏘나타 보는 것마냥 3초에 1대씩 보는 것 같은 스마트와 미니쿠퍼도 이제 슬슬 눈에 익기 시작한 듯 ㅎㅎ
근데 이 색감들 너무 좋다.
파란 하늘, 푸른 나무, 노랗고 빨간 차.
^-^
저기도 알록달록.
이탈리아엔 확실히 소형차 중에서도 저렇게 2인승으로 된 차들이 참 많더라.
오히려 저런 차들은 땅이 좁은 우리나라에 더 많아야 할 것 같은데,
왜 우리나라 사람들은 저런 차를 찾지 않을까.
아닌가. 찾는데 없는건가.
아이 예쁘다.
점심을 먹기 위해 두오모 광장 근처의 스폰티니(Spontini)를 찾았다.
역시 내 예상이 적중한 게, 지난 주말에 왔을 때 사람이 엄청 많길래 "차라리 평일에 오자 분명 사람 없을거야" 했었는데,
진짜로 사람이 없음 ㅋ 관광지는 역시 평일에 와야 제맛 ㅋ 굿 ㅋ
스폰티니는 밀라노를 대표하는 피자 맛집 중 하나로 꼽히는 곳이다.
스폰티니는 일반적인 이탈리아 피자 브랜드와는 좀 다른데,
1. 우리가 이탈리안 피자하면 떠올리는 씬 피자가 아니고,
2. 조각 피자로 판매를 하며,
3. 패스트푸드 간지로 편하게 먹을 수 있다.
는 특징이 있다.
이 사진을 잘 보면, 우선 가운데 서 있는 점원이 조각 피자를 썰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스폰티니에서는 피자를 들고 먹는 게 아니라 조각난 피자를 포크로 찍어먹도록 서브해주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우측 뒷편의 남자 점원을 보면 피자 한 판을 무슨 기계 밑에 넣고 있는 모습이 보이는데,
그 또한 피자 한 판을 한 번에 8조각으로 컷팅해주는 기계다.
눈에 보이는 모든 공정들이 스폰티니의 피자를 패스트푸드로 즐길 수 있게 해 줄 최적의 공정임.
정말 빨리 먹고 가라는 뜻일까.
스폰티니에는 좌석같은 게 없다. 올 스탠딩으로 캐주얼하게 먹으면 된다.
덕분에 사람이 붐빌 땐 모르는 사람들이랑 어깨 부딪혀가며 먹어야 함.
나는 한산할 때 와서 편하게 먹었다만, 확실히 주말 낮에 와서 먹으려면 각오 좀 해야 할 듯.
나는 스폰티니 3번 셋트를 주문했다.
3번 셋트는 마르게리따 피자 1조각과 드래프트 비어 1잔.
(1번 셋트는 물이 함께, 2번 셋트는 콜라가 함께 나온다)
아까 점원이 썩뚝썩뚝 잘라 준 모양과 그 위에 푹, 꽂혀 나온 포크가 재미있다.
와 근데. 진짜 이거 좀 대박이더라.
내가 원래 팬피자를 그닥 좋아하는 편이 아닌데,
스폰티니의 피자는 완전 취향 저격이었음.
일단 식감이 너무 좋았고, 양도 생각보다 많아서 포만감도 엄청 났거든.
진심 좀 깜짝 놀랐다.
내가 배가 고팠더라면 한 조각 더 먹었을 것 같은데, 진짜 좀 깜짝 놀랐음!
이거 한국 돌아가면 좀 많이 생각날 것 같다 ㅠ
피자 한 조각 깔끔하게 해치우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여기도 평일엔 한산하네.
이제 다시 올 일 없으니 마지막으로 1장.
갤러리아를 벗어나다가 우연히 리졸리(Rizzoli)를 발견, 여기도 잠깐 들어가 봤다.
그러고보니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안에서 내가 유일하게 들어가 본 상점인 셈인데,
생각 외로 내부가 굉장히 현대적이라서 깜짝 놀랐음 ㅋㅋ 책 구성 이런거보다 그게 더 놀라움 ㅋㅋ
암튼 겉보기와 다르게 지하 1층부터 지상 2층까지, 꽤 큰 규모로 들어선 서점이라 입 쩍 벌리고 봤네.
(아, 좀 재미있는게, 여기선 보통 우리가 알고 있는 1층을 0층으로 표기하더라. 지상 2층을 1층이라고 하고)
사진 왼쪽이 방금 빠져나온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가운데는 전에도 봤던 레오나르도 다 빈치 동상.
그리고 나는 이제 사진 오른쪽에 보이는 스칼라 대극장의 옆길로 이동.
이로써 두오모 광장과는 진짜 작별!
동선상 이제 다시 올 일 없으니까! 안녕!
오늘의 목적지는 브레라(Via Brera) 거리.
여기 요즘 뜨는 잡화점같은 곳들이 많다던데, 생각보다 볼 게 많지 않았던 게 함정.
아, 뭐 여성 관광객들은 그래도 좀 볼거리가 있을지도.
오히려 난 중간에 도로 공사한다고 길 막아놓고 그래서 좀 더 별로였음;
아무튼 내 최종 목적지는 브레라 거리가 아니라 그 끝에 자리한 바로 저 건물이었으니 곧장 돌진!
도착.
여기는 브레라 국립 미술학교.
브레라 미술학교는 핫한 디자이너와 작가들을 배출한 어마어마한 곳인데,
이 건물의 2층에 브레라 미술관이 따로 있어 관광객들의 건물 출입이 자유롭다는 것이 특징이다.
근데 엄밀히 따지자면 학교 건물 2층에 미술관이 있는게 아니라,
미술관의 1층에 미술학교가 들어섰다고 보는 게 더 맞을지도 모르겠다.
왜냐면 이 곳은 나폴레옹 장군이 밀라노를 프랑스의 파리처럼 이탈리아의 예술 도시로 만들겠다는 포부로 지은 곳이었으니까.
(그래서 건물 입구로 들어서면 바로 나폴레옹 장군의 전신 동상을 마주하게 된다)
궁금해 할 사람들을 위해 1층, 미술학교의 내부를 보여드림.
아, 이런 건물에서 공부하면 정말 공부할 맛 나겠더라.
뼛속까지 예술의 혼이 막 스며드는 기분.
뭐 아무튼 나는 미술관에 온 거니까 다시 밖으로 나와 2층으로 돌진!
(다시 봐도 참 매력적이다 여기...)
여기 브레라 미술관도 무료 사물함을 제공하고 있더라.
단 두오모 박물관과 차이가 있다면 여기는 티켓을 구입하면 그때 사물함 키를 같이 내어준다는 거.
두오모 박물관에서는 그냥 사물함마다 키가 꽂혀 있었거든.
암튼 무거운 짐 다 벗어던지고 가볍게 미술관 내부로 들어갔는데,
와....
진짜 들어서자마자 곧바로 스케일에 압도 당했음;;;;
겉으로 건물을 훑어 봤을 때 뭐 그리 엄청 커보이지 않아서 금방 보고 나오겠거니 했는데,
딱 봐도 여기 다 돌아보려면 오래 걸리겠다는 생각이 빡!
브레라 미술관에는 나폴레옹 시대부터 수집된 (정확히는 약탈했던) 회화 작품이 약 1천여 점이 있단다.
그 중 5~600여점이 전시로 공개가 되고 있다고 하는데,
내가 뭐 미술에 조예가 깊은 사람도 아니고 그림 하나하나 코멘트 달기도 힘드니 아래로는 그냥 사진만 나열하는걸로.
걍 알아서 보긔.
(미술관 중간에 이런 소장고도 볼 수 있다. 실제 소장고임)
너무 큰 그림들만 쭉 봐서 그런가 마지막 섹션에서 이런 크기가 작은 작품들만 보니까 갑자기 정신이 번쩍 ㅋ
이런 곳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은 자신들이 얼마나 축복 받았는지 알까.
그저 부럽고 또 부럽다는 생각.
모르겠다.
오늘은 마지막 날이니 더 바쁘게 움직이기 보단 좀 더 느긋하게 하루를 마무리 해보기로.
미술학교 정원에 자유롭게 늘어져있는 학생들을 보니 뭔가 또 생각이 많아졌어.
걷다 보니 몬테나폴레오네(MonteNapoleone) 거리까지 왔다.
뭐 어차피 숙소 가는 방향이니 상관은 없었다.
여기는 몬테나폴레오네 역 바로 앞에 있는 아르마니 호텔 건물(전에 지나가면서 봤다는 그 호텔)의 1층이다.
이 호텔 건물 안에는 아르마니가 운영하는 다양한 상점이 들어서 있는데 지금 보는 곳은 그 중 하나인 서점이다.
잠깐 들어가서 스윽 보고 나왔는데, 확실히 예술 관련 서적들이 굉장히 많더라.
나도 패션이랑 사진 관련된 서적들 앞에 서서 이것 저것 들춰보다 나왔는데, 이런 특화된 서점이 있다는 것 역시 참 부러운 일인 듯.
사실 마음 같아선 뭐라도 하나 사들고 나오고 싶었는데, 책 무게가 감당이 안 될 것 같은 여행객 신분이라 그냥 구경만 ㅠ
(PS - 이 건물 안에 그 유명한 일식당 '노부(nobu)'가 있다. 무려 로버트 드 니로가 아르마니와 함께 오픈했다는!)
아르마니 호텔 건물 바로 옆에 좀 재미난 조형물이 하나 있길래 뭔가 했는데,
그냥 여기 이렇게 앉아서 쉴 수 있게 해 놓은 거더라고?
멀리서 보면 되게 재미있게 생겼던데 이게 그저 벤치라니.
또 한 번 놀란다.
(내 뒤로도 한 7칸? 정도 더 높게 솟아 있는 계단형 조형물이었음)
한국에서는 청담에나 가야 겨우 으리으리한 건물들의 1층에서 볼 법한 브랜드 스토어들이
밀라노에서는 으슥한 골목 안쪽에서도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는 곳이라니 여전히 뭔가 묘한 기분.
물론 여기서도 으리으리한 대로변에 자리한 큰 빌딩의 1층 전체를 할애한 매장으로 볼 수도 있는데,
거짓말 조금 보태면 동네 편의점 보듯 골목 지날 때 마다 똑같은 브랜드 매장이 또 나오고 또 나오고 그래서 참 신기했어 ㅎ
그렇게 밀라노에서의 마지막 산책을 하며 숙소로 돌아오다가
비비안 웨스트우드(Vivienne Westwood) 매장을 우연히 발견해서 들어가 봤는데,
아?
아?????
.....................
이 도시는 하루에 한 번씩 먹구름을 봐야만 하는 도시인가.
(그 와중에 무광으로 덮은 롤리!!!)
마지막 날이 되어서야 숙소 앞에 제대로 된 대형 마트가 있었다는 걸 알게 됨 -_-;
첫 날 비앤비 호스트가 알려줬던 곳이 여기였나봐. 그 유기농 전문 마트가 아니고;;; 에효;;;;
아무튼 밀라노에서의 마지막 저녁은 한국에서 싸들고 온 육개장으로 마무리! (숟가락 귀엽지 ㅋㅋ)
빨리 짐 싸고 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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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편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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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1 : 출국, 숙소 체크인 (http://mrsense.tistory.com/3309)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2 : 두오모 광장, 인드로 몬타넬리 공원, 플라워버거, 파니노 구스토, 루이니 (http://mrsense.tistory.com/3310)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3 : 나빌리오 그랑데,파베제 운하와 다르세나 (http://mrsense.tistory.com/3311)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4-1 : 밀라노 대성당, 마루쩰라 (http://mrsense.tistory.com/3312)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4-2 : 두오모 박물관, 스포르체스코 성, 셈피오네 공원, 플라워버거 (http://mrsense.tistory.com/3313)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5 : 브레라 미술관, 스폰티니 (http://mrsense.tistory.com/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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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밀라노 이야기 (http://mrsense.tistory.com/3309)
2016년, 베네치아 이야기 (http://mrsense.tistory.com/3315)
2016년, 피렌체 이야기 (http://mrsense.tistory.com/3320)
2016년, 산토리니 이야기 (http://mrsense.tistory.com/3328)
2016년, 로마 이야기 (http://mrsense.tistory.com/333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