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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Trip/Italy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4-1 : 감동의 밀라노 대성당 투어, 마루쩰라의 까르보나라와 마르게리따


매일 하루의 시작은 그냥 포르타 베네치아에서 시작하는 듯.

숙소 위치 선정을 아무래도 너무 잘 한 것 같다.



이탈리아에 왔으니 그래도 파스타와 피자는 먹어줘야 하지 않겠나 싶어,

밀라노 입성 4일만에 드디어! 제대로 된 식사를 해보기로 했다.

(그러고보니 전 날도 점심에 리조또 하나 먹은게 전부였네 -_-?)

마루쩰라(Maruzzella)는 포르타 베네치아 바로 앞에 자리한 이탈리안 레스토랑으로,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는 제법 잘 알려진 유명한 피자집이기도 하다.



내가 레스토랑 앞에 도착한 시간이 11시 55분.

12시 오픈이라 잠시 기다리라는 웨이터의 이야기에 밖에서 잠시 대기.



12시 땡! 하자마자 레스토랑 안으로 들어서니 오- 제법 내부가 그럴싸하다.

(그도 그럴 것이 무려 1978년에 오픈한 나름 오래된 곳임)



일단 피자는 실패 확률이 있을 수 없다는 마르게리따 피자를 주문했다.

레스토랑 입구 바로 옆에 화덕이 있어서 피자 굽는 모습을 직접 볼 수가 있는데

굳이 가서 보지는 않았지만 아무튼 빠른 시간 안에 코 앞에서 만들어다 주니 기분이 괜히 좋았다.



호기롭게 한 판 먹어 치웠음.

아 근데, 확실히 이탈리아 음식이 정말 좀 짜다는 생각을 이때 처음 했던 것 같다.

내가 이걸 왜 이제야 눈치챘을까 생각해봤는데, 이전에 파니니, 버거 같은 것만 먹어봐서 그랬던 듯 ㅎㅎ

아무튼 콜라를 벌컥벌컥 마셨다는 후문. 근데 진짜 피자는 엄청 맛있었음.

원래 피자 한 판 다 먹지 못하는 취향인데 이건 한 판 클리어.



피자가 얼마나 빨리 나왔냐면, 식전 빵이 피자보다 늦게 나왔다 ㅎㅎ

뭐 이해는 한다. 워낙 오픈 하자마자 들어가서 피자를 바로 주문했으니 빵보다 빨리 나올 수 밖에 ㅋㅋ

암튼 여기 식전 빵도 맛이 기가막히다길래 피자 먹다 말고 잠깐 먹어봤는데, 오 이것도 퀄리티가 좀 상당한 느낌.



그리고 다음으로 주문했던 까르보나라 스파게티가 나왔다.

아 ㅋㅋㅋ 누가 보면 무슨 코스 요리 시킨 줄 ㅋㅋㅋ

그냥 여기 두 번 오긴 좀 그렇고 한 번에 다 맛 보자는 마음으로 주문했던 건데 ㅋㅋㅋ

근데 무슨 스파게티 양이 이렇게 많아 ㅋㅋㅋ 나 진짜 좀 당황했음 ㅋㅋㅋ



까르보나라의 어원에 대해, 그리고 오리지널 까르보나라에 대해 제대로 알고 있었기에 마루쩰라의 스파게티에 기대가 컸다.

일단 특징적인 건, 오리지널 까르보나라와 다르게 계란 노른자만 쓰는 것이 아니라 흰자를 같이 써서 만든다는 것.

그래서 좀 더 뭐랄까. 포만감이 좀 더 느껴지고, 좀 더 캐주얼하게 먹을 수 있겠다는 것?

후추 통이 따로 나오길래 후추를 따로 뿌려 먹었는데, 오- 진짜 여기 까르보나라 굉장하더라.

살면서 처음 먹어보는 맛이었어. 역시 그 동안 크림 소스로 범벅한 것 따위만 먹어봤다는 뜻이겠지...

암튼 정말 The Love게 맛있었는데, 하필 좀 전에 피자 한 판 클리어 한 것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좀 남겼음 ㅠㅠㅠ

괜히 미안했네 ㅠㅠㅠ 근데 진짜 배가 찢어질 것 같아서 단호하게 포크를 내려놨네 ㅠㅠㅠ



어차피 오늘은 좀 많이 걸어야 할 것 같았는데 든든히 배를 채웠으니 잘 됐네.



밀라노에 온 첫 날 밤에 일기예보를 봤을 때만 해도 계속 비소식이었는데, 다행히도 계속 날이 화창하다.



덕분에 걸을 맛 났던 밀라노 거리.



아 - 여름이로구나 +_+

바람 살랑살랑 부니 너무 좋다.



한참을 걸으니 밀라노 대성당을 다시 마주하게 됐다.

지난 토요일엔 워밍업하는 마음으로 광장만 둘러보고 돌아갔기에 이번엔 성당 안으로 들어가보려고!



두오모 광장 주변 지도인가? 오래 전에 만든 것 같은데 귀엽네.



밀라노 대성당이랑 비토리아 에마누엘레 2세 갤러리아 건물, 그리고 비토리오 에마누엘레 2세 동상만 정교하게 만들었음 ㅋㅋ



아무튼 밀라노 대성당, 다시 보니 역시나 멋지다!

가톨릭 대성당으로는 세계에서 3번째가는 규모라니 그럴만도 하겠지.



밀라노 대성당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을 때 가장 인상깊었던 것은 '똑같은 조각이 없다'는 것이었는데,



자세히 보이지는 않았지만 왠지 정말 그럴 것 같아 보였기에 빨리 안으로 들어가 내 두 눈으로 똑똑히 보고 싶었다.



입장권을 산 뒤 줄서서 입장을 기다리는 동안 대성당 벽면에 가득한 조각들을 살펴봤는데,

그 과거에 어떻게 이렇게 정교한 조각을 했을까.

아무리 생각해봐도 신기한 일.



하다 못해 여기 가까이에 보이는 조각상만 해도 정말 똑같은 포즈를 취하고 있는 것이 없어 보였다.



문득 궁금하더라.

분명 지휘자가 있었을 작업일텐데,

조각상을 전부 다르게 만들라고 일부러 지시한 거였을까?



나중에 검색해보니 이 밀라노 대성당에 조각상만 3,100개가 넘게 있다는데 (그걸 어떻게 다 계산했지;;;)

그 중 2,200여개가 외부로 드러나있단다.

그 말은 즉, 2,200여개 조각상이 전부 다 다른 모양이라는;;;



정문의 조각마저 할 말을 잃게 만들어...



저기 저런 포도? 같은 것들. 어떻게 깎아낸 거냐고 진짜...



이미 압도 당한 것 같다고 느낄 즈음,



오오 드디어 나도 입장한다 +_+

(워낙 유명한 곳인데다 중요한 곳이다 보니 보안 검사가 굉장히 철저했다. 내 생각엔 거의 공항 출국 심사대에 준하는 수준임)



드디어 입장.

했는데, 정말, 내가 밀라노 햇살 때문에 선글라스를 끼고 있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선글라스를 벗게 되더라.

모자도 당연히 벗게 되고, 그냥 내가 한없이 작은 존재라는 걸 깨우치게 되는 그런 순간.



아, 진짜 아무 말도 더 못하겠더라. 아무 생각도 더 못하겠고.

그냥 나란 존재가 정말 아무것도 아니라는 생각만.



1,300년대에 처음 성당 건립 계획이 세워졌다고 알고 있는데,

그 시대에 대체 무슨 기술이 있다고 이런 것들을 지어낼 생각을 한 걸까.

물론 뭐 공사에만 500년 - 600년이 걸렸다곤 하나 그 시대에 그런 것까지 다 계산했을리도 없고.

하아.



무려 4만명의 인원을 수용할 수 있다니 내부가 얼마나 큰 지 알겠지?

그래서인지 성당 내부의 벽을 따라 어마어마한 스케일의 조형물들이 세워져 있었는데,

그 하나하나도 너무 대단해서 그 하나하나를 천천히 보는데에도 한참이 걸릴 것 같았다.



원래 오늘 밀라노 대성당 보고 그 뒤로 몇 군데 더 돌아보려고 했었는데

그냥 밀라노 대성당만 보는 걸로 하루 일정을 바꿔야 하나 했을 정도;;





여길 뭐라고 하지? 제대라고 하나? 사제가 미사 드리는 곳. 제대 맞나? 아무튼 그 곳인데,

가까이 가서 볼 수는 없었지만 차라리 멀리서 보게 한 게 더 멋진 것 같더라.

덕분에 그 어마어마한 스케일을 제대로 느낄 수 있게 했으니.

(저기 기둥 옆에 크게 세워져 있는 게 무려 파이프임;;; 오르간의 그;;;)



내가 천주교 신자이긴 하지만 성당을 따로 다니거나 하진 않는데, 이런 곳에 들어오니 평소에 없던 믿음이 마구 생겨나는 기분.



파이프도 스케일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연주 한 번 들으면 눈물 날지도...



그리고 또 하나, 밀라노 대성당을 얘기할 때 빼 놓을 수 없는 게 바로 이 스테인드 글라스.



저 수 많은 창 하나하나에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담겨있었는데,

그 색감과 정교함은 정말, 이 또한 말이 되나 싶을 정도로 놀라운 수준...



자세히 보면 얼굴 표정 하나까지 다 살아있다.



그런 작품들이 저 높은 천장에까지 자리했으니, 아 정말 무슨 말을 더 해야 할까.



내부의 기둥 하나까지 그냥 지나치는 법이 없어.



심지어 저기 돔 천장에까지도.

온통 정성의 끝.



바닥의 타일도 그렇고.



다시 한 번 느꼈지만, 난 정말 작고 또 작았다.

정말 아무 것도 아니야.

끝없이 작아지는 기분.

그래서 더욱 감동스러웠던 순간들.



다시 성당 밖으로 나가려다 기념품 파는 작은 부스가 있는 게 보여서 슬쩍 가봤는데,

반갑게도 우리말로 된 책자도 있네.



잘 보고 간다.

진짜 잘 봤다.



다시 밖으로.



뭔가 싱겁게 구경하고 나온 것 같다고 생각하면 그건 오산.

이번엔 무려 저기 저 맨 꼭대기 위로 올라갈 거임.

훗.



밀라노 대성당의 테라스에 올라가는 법은 두 가지다. 하나는 계단이고 다른 하나가 이 엘레베이터인데,

나는 체력 안배를 위해 엘레베이터를 타기로 함. 아 그리고, 저기 보면 뭐 안된다는 게 되게 많은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다 그럴만한 것들이라 기분 나쁘거나 하진 않다.

(아 참고로, 성당 내부 입장과 테라스 입장은 통합 티켓을 끊거나 별도의 티켓으로 입장해야 됨. 공짜 아님.)



엘레베이터를 타고 올라와 내리면 바로 이런 어마어마한 광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성당 내부에서도 내가 한 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꼈는데, 여기 올라와보니 더 하네 진짜;;;

난 그냥 작은 게 아니라 아무것도 아님 -_-;;;



그리고 가까이서 보니 정말! 정말 조각이 다 다르다! 비슷한 게 있는 것 같은데- 하고 자세히 보면, 어딘가가 또 다르다.

진짜 같은 게 없어!



그나저나 가까이서 보니 완전 화려해서 엄청 놀랐네;



이런 조각들이 수백개라는 생각을 하니 어휴....



사실 따지고 보면, 아래에서는 절대 안 보이는 것들인데, 이렇게 안보이는 곳까지 허투루 대하지 않았다는 게 진짜....



빨리 테라스 위로 올라가 봐야겠다.

(아직 다 온게 아님.)



테라스는 계속해서 복원 공사가 한창이라 이렇게 비계 파이프가 곳곳에 세워져 있는 모습이었다.

절대 뚝딱하지 않는다는 정신.



물론 온전한 모습을 볼 수 없다는 것이 좀 가슴아프긴 하지만 그래도 이런 건 존중해줘야지.



그리고 마침내, 진짜 테라스 입성.

아!



아!!!!!!

나도 모르게 일행도 없는데 입 밖으로 "아!" 하고 소리 질렀....

하아 진짜....



저 멀리서도 보이는 밀라노 대성당의 첨탑 맨 위에 세워져있는 마돈니나(Madonnina).

저기엔 금박이 3,900장이나 쓰였다던데.

그래서인지 더욱 화려하게 빛나는 느낌.



밀라노 대성당의 첨탑과 테라스의 한켠은 계속된 복원 작업으로 아예 접근을 할 수 없게 해놨었는데,

뭐 멀리서도 대충 다 보여서 관람에 불편함은 없었다.

오히려 "그래 더욱 열심히 복원해 주세요"하는 마음만이 더욱 커졌을 뿐.



그리고 그제서야 복원한 작업의 흔적들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사진 왼쪽에 보이는 깨끗하고 새하얀 조각이 새로 만들어 올린 것이고,

사진 오른쪽의 돌기둥도 자세히 보면 깨졌던 흔적이 남아있다.

이 곳에서 일하시는 분들은 그런 것들을 말끔하게 복원하는 것 같았다.

(스크롤 올려서 위에 사진들도 다시 천천히 잘 보면, 새로 만들어 올린 조각들이 꽤 많이 보인다)



개인적으로는 첨탑도 첨탑이지만 저기 저 계단? 같아 보이는 저 구조물이 너무 아름답더라.



계단 맞는 것 같은데 아무튼.

너무 아름다워.



하아. 그냥 뭔가 미지의 신세계에 온 것 같았다.

당연히 한국이 아니니까 그렇겠지만 괜히 더 새로운 세상에 온 기분.

같은 하늘 아래 이런 곳이 있었다니.



대성당의 테라스답게 밀라노 전경이 한 눈에 들어오더라.

저기 왼쪽에 우뚝 솟은 건물이 밀라노에서 가장 높다는 유니크레딧 타워임.

산이나 고층 건물이 거의 없는 곳이라 이렇게 묘한 뷰가 가능한 듯.



와 근데 저 건물은 뭐지. 아파트인가. 되게 신기하게 생겼네.



아무튼 좋다.

바람 살랑살랑 부니 그냥 멍때리기 딱 좋은 순간.



그렇게 테라스에서 한참을 있다가,

나는 다음 일정을 위해 대성당을 빠져 나오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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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1 : 출국, 숙소 체크인 (http://mrsense.tistory.com/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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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3 : 나빌리오 그랑데,파베제 운하와 다르세나 (http://mrsense.tistory.com/3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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