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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Trip/Italy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3 : 보러 가길 정말 잘했다. 나빌리오 그랑데 운하 주변 산책


공식적으로는 두번째 날이지만 첫 날 밤에 도착한 것까지 계산하면, 벌써 밀라노 3일차다.

오늘은 어딜 가볼까- 하다가 '곧 베네치아에서 제대로 보겠지만' 밀라노 관광에서 빼 놓을 수 없는 운하!

나빌리오(Naviglio) 운하를 보러 가보기로 했다.



그래서 내친김에 이때다 싶어 트램을 타보기로 했다.

베를린에 갔을 때도, 그리고 바로 전날 밀라노 산책을 하면서도 트램은 구경만 해봤지 도통 탈 용기를 내지 못했는데

그래 뭐 어려워봐야 얼마나 어렵겠냐 싶어서 바로 도전해 보기로 했다.

보통 뭐 1일권 같은 것도 있고 그렇다던데 난 많이 탈 게 아니라서 그냥 1회용 티켓을 구입했음.

(보통 트램 정류장 근처 가판대에서 판다. 그래도 1회용이지만 90분 안에 또 쓸 수 있다고 들었음)



전날 얘기했지만 숙소 위치를 기가막히게 잡아낸 덕에 트램 역도 너무 가까워서 굿.

마침 멀리서 트램이 딱 나타났다.



오래된 전차를 타보고 싶었지만 보아하니 내가 타야 할 이 9번 트램은 그냥 전부 이 기종 같아서 조용히 탑승.



아까 구입한 트램 티켓은 여기에 넣으면 된다.

아래 주황색 부분은 카드를 쓰는 이탈리아 사람들의 영역이고,

나는 1회용 티켓을 샀으니 위에 노란색 부분에 넣었다.

그러면 탑승 시간이 찍히고 바로 다시 뽑혀 나오는데 그걸 가지고 90분 안에 다른 트램으로 또 환승하면 된다.(고 들었다)



제법 한산하구나.

좋다.



트램은 지하철과 달리 전혀 빠르지가 않기 때문에 바깥 풍경을 보기가 좋다.

성격상 무얼 타고 다니는 것 보다는 두 발로 천천히 걸으며 주변 풍경 보는 것을 더욱 즐기기에

트램은 비록 내 의지대로 멈출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꽤 좋은 이동 수단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하. 반갑네 괜히.



햇살 좋아.



밀라노에 있으면서 고층 건물 처음 본 것 같았다.

더 높은 빌딩이 도심지에 있다는 걸 공항에서 오다가 봐서 알고는 있었지만

내가 돌아다니는 동선 안에서는 이 건물이 제일 높았던 듯.

부내가 폴폴 풍긴다.



귀여운 테이블보, 아름다운 노부부.



어느 덧 내릴 차례.

구글맵이라는 것이 세상에 존재한다는 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정류장 이름도 체크할 수 있고 내가 어디쯤에 있는지도 알 수 있으니.

덕분에 무사히 도착.



아 - 날씨가 정말 예술이다.

운하 근처라 그런지 바람이 제법 시원하게 불었는데,

그 사이로 들어오는 물냄새가 제법 휴양지 느낌이 물씬 들게 해서 더욱 좋았던 순간이었다.



별 것 아닐지 모르는 길 조차도 이국적인 건물 때문에 괜히 더 아름다워보여 하마터면 저쪽으로 걸어갈 뻔 했지만

내가 오늘 보기로 한 곳은 저쪽이 아니니 다시 정신 차리고,



아! 여긴가! 나빌리오 운하가!

했는데 여기가 아니고 여기는 나빌리오 운하와 만나는 다르세나(Darsena)라고 하는,

여길 뭐라 그래야 하나. 호수는 아니고, 수로도 아니고. 아무튼 뭐 여기는 그런 곳. 잠시 후에 다시 보기로 하고.



일단 먼저 눈에 들어왔던 이 곳을 둘러보기로 했다.

여기서 꼭 알아야 할 게 있는데, 사진 오른쪽에 보면 나빌리오 파베제(Naviglio Pavese)라고 적힌 푯말 귀퉁이가 보인다.

이 운하의 이름이 파베제다. ※ 그리고, 나빌리오 운하라고 우리가 부르는 이름의 그 '나빌리오'가 실은 '운하'를 뜻한다.

밀라노 대성당을 지을 때 쓸 대리석을 운반하기 위해 건설했던 밀라노의 운하 중 2곳이 여기에 있고

그 중 하나가 이 파베제라는 뜻이다. (나도 여기 다녀오기 전까지는 나빌리오가 그냥 지명 같은 이름인 줄 알았음 ㅎ)



아무튼 파베제 양 옆으로 난 길을 따라 나도 걸어보기로 했다.

근데 생각보다 사람이 적네? 일요일이라 엄청 많을 줄 알았는데.

뭐 좋네 사람 없으니 ㅎ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얼마나 행복할까.

알고 있겠지? 자신들이 행복한 곳에 산다는 걸?



문득 일본의 어느 작은 마을 같다는 생각도 들었지만, 이 곳의 역사가 훨씬 오래 됐겠지.



일요일이라 그런지 꽤 많은 상점들이 쉬거나 문을 늦게 열거나 하는 모양이었다.

덕분에 정말 관광지가 맞나 싶을 정도로 한산했는데, 나는 뭐 그런 거 개의치 않으니.



귀여운 순간.



아 - 좋다 너무.

정말 좋다는 말 밖엔 달리 할 말이.



뒤로 돌아 아까 내가 처음 걸어 내려왔던 곳도 다시 봤는데, 이리 보나 저리 보나 좋은 건 매한가지.



이 곳이 물의 양을 조절하는 곳인 듯.

사진 왼쪽에 물을 막는 작은 댐 역할을 하는 문이 보인다.



운하가 있는 곳이라 그런지 확실히 부내가 진동한다.



구글맵을 보니 나빌리오 운하 중 또다른 하나가 근처에 있길래 그 쪽으로 넘어가 보기로 했다.

바로 옆이라 도보로 이동하기로 함.

한 5분 정도 걸리는 듯.



와 근데, 진짜 여기 무슨 심시티에서 만든 마을 같네.

되게 예쁘고 되게 정갈하고 되게 비현실적으로 깨끗했다.



건물 출입구도 괜히 예쁨.



공원 봐. 이게 말이 되는 뷰냐고.

사람까지 없으니 완전.

여기 공원 이름이 나중에 보니까 세간티니(Segantini) 공원이던데,

설마 그 화가 조반니 세간티니의 이름을 따서 만든건가.



아무튼 부내 작렬.



여기 집값 엄청 비쌀 것 같다.



그렇게 넋 놓고 걷다가 또 다른 운하인 나빌리오 그랑데(Naviglio Grande)에 도착했다.

그리고 바로 이때 느꼈지.



파베제가 아니라 그랑데가 관광지구나!!! 하고 ㅋㅋㅋㅋ

온갖 사람들이 다 여기에 있었네 +_+ 나는 그것도 모르고 파베제 쪽에서 한산하다고 좋아하고 ㅋㅋㅋㅋ



사람 참 많네? *^^*

그래도 제법 관광지 느낌 물씬 나서 좋았다 ㅋ



이때가 낮 2시가 좀 넘은? 시각이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침부터 한끼도 안 먹고 있었던터라 밥을 먹기로 했다.

그래서 포스퀘어 켜고 대충 실패는 안 할 것 같은 곳을 골라 무작정 야외 테이블에 앉아버렸음!

이 곳의 이름은 엘 브렐린(El Brellin)이다.



자리세가 있을 걸 예상했고 물도 절대 공짜로 주지 않는 나라라는 걸 알았지만

이런 곳까지 와서 그런걸 아끼고 싶진 않아 쿨하게 행동했다.

햇빛이 좀 뜨겁긴 했으나 내 몸쪽에는 그늘이 져서 쉬기에는 무리가 없었다.

혼자라는 것 빼고는 뭐. 괜찮았네.



내가 주문한 음식이 나왔다.

처음 메뉴판을 보고 좀 당황했던 게, 내가 딱 먹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메뉴가 없어가지고 -_-;

그래도 좀 만만한 거 하나 먹자 해서 고른 게 이거였다.

밀라노를 대표하는 로컬(?)푸드, 밀라네제 리조또 +_+

워낙 샤프란의 색감도 좋아하지만 씹는 맛이 좋아서 ㅋ 근데 덩어리(토핑) 없이 정말 리조또만 있으니까 좀 빈약해뵈네 ㅋ

근데 생각보다 양이 많아서 좀 놀랐음. 보기엔 되게 적어 보였는데 ㅎ



리조또 먹으면서 주변 풍경 구경하는데, 작은 유람선도 움직이고 사람들도 느긋하게 쉬는 모습 보니, 아 - 여기도 너무 좋다 정말.



그렇게 든든히 배를 채우고 (나도 믿기지 않았지만, 좀 남겼다. 너무 배불러서;)

다시 또 산책.



예쁘다.



오 - 근데 걷다 보니 초콜라트 이탈리아니(Cioccolat Italiani)가 여기에도 있네 +_+

두오모 광장 근처에서 봤던, 한국 관광객 사이에서도 엄청 잘 알려진 그 곳인데 분점이 여기 있었다니 ㅎ

두오모쪽에 비해 손님도 별로 없길래 잘 됐다 싶어서 느긋하게 디저트로 한 입 해보기로 함 ㅇㅇ



나는 해피콘을 주문했다. 뭘 먹을까 하다가 그냥 추천 메뉴 중에 '그나마 덜' 느끼해 보이는 걸로 주문했는데,

와 ㅋ 이거 엄청 달고 엄청 진해서 내가 하마터면 큰 사고 치를 뻔 함 ㅋㅋㅋ

내 입맛엔 아예 안 맞더라;; 오히려 입 속이 더 텁텁해졌음 ㅠ 그냥 과일 맛 젤라또가 더 좋아 난 ㅎㅎ;;

(초콜렛 좋아하면 근데 충분히 좋아할 순 있음. 그건 인정)



리조또에 초콜렛 젤라또까지 먹어버려서 몸 속이 니글니글해진 기분이라 좀 더 걸어야겠다고 생각했다.

이번엔 아까 처음에 봤던 다르세나쪽으로 가보기로 했는데, 재미있는 순간을 목격했다 ㅎ

트램과 유람선, 운하과 이탈리아 광고가 한 눈에 담긴 찰나 ^-^

저기 저 이모지 아이콘처럼 좋았어 잠깐 ㅎ



방금 본 유람선이 정류장에 서는 모습.

나도 타볼까 했지만, 딱히 그럴 필요까진 없을 것 같아서 구경만 함.



다르세나는 나빌리오 그랑데에서 이 작은 길 하나만 건너면 바로 나온다.



아 - 방금까지 본 나빌리오와는 좀 다른 느낌.

뭔가 확실히 더욱 부내가 난다 ㅋ

좋네 여기도 +_+



길따라 걷다 문득 고개를 돌려 보니 저건 왠 카누?

첨엔 무슨 선수들인가 했는데 그냥 관광객들 태우고 다니는 프로그램이더만? ㅎㅎ

우리나라로 치면 어디 계곡에서 레프팅 하는 뭐 그런 느낌쯤? ㅋㅋ 근데 상당히 귀엽더라.



그 카누가 멈춰서는 곳까지 따라가 봤는데, 제법 관광객들을 위한 물놀이 체험 프로그램이 많아 보였다.

그래도 그게 나빠보이지 않았던 건, 우리나라처럼 돈 벌려고 광고판 덕지덕지 붙히고 입간판 내세우고 하지 않아서였다는 거?

그냥 다 귀여워 보였음. 주변 경관을 해치지도 않았고.



좀 전에 저쪽에 서서 이쪽을 볼때 눈에 들어왔던 다리의 가운데에 올라섰는데, 강바람?이라고 해야 하나- 강은 아니지만 아무튼,

아- 시원한 바람이 부는데 정말 너무 좋더라. 진짜 아무것도 하지 않으니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으니 마음이 너무 좋은 바로 그 느낌 +_+ 정말 너무 좋았어.



물놀이 구경.

저 개 좀 멋지던데. 호들갑 떨지도 않고.



아까 그 다리 위에서 고개를 뒤로 돌려보니 이런 또 말도 안되는 풍경.

하아 정말.

이 동네 천국이구나.



사진 왼쪽 아래 돛단배 보소.

꿈만 같다.



역시 부내 작렬하는 동네 답군.



그렇게 한참을 아무것도 하지 않고 가만히 서서 사람들 구경만 했는데

아무래도 그렇게 햇볕 아래 가만히 서 있기만 하려니 슬슬 좀 더워지는 느낌도 들고,

무엇보다 아까 먹었던 음식들 때문에 입도 텁텁하고 속도 좀 불편한 것 같아 탄산 음료가 하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진짜 기가막히게 딱 그 타이밍에 맥주 파는 리어카가 등장했음 ㅋㅋ 신이 도왔다 ㅋㅋ 나 지켜봤나? ㅋㅋ

암튼 그래서 2유로에 벡스 한 병 구입!

좋다! 살았다!



기분이 좋아졌으니 셀카 한 장 찍어 봄.

이번 여행에서 내 사진이 과연 얼마나 남을지.

혼자 떠난 여행인데다 소매치기 경고를 많이 받은 터라 거의 뭐 기념 사진 같은 건 없을 거라 예상하고 있는데 ㅎㅎ

몰라. 아무튼 그냥 좋아 지금.



물이 녹조만 아니었어도 더 좋았을텐데,

그래도 충분히 아름답다.



이런 곳에 사는 사람들은, 급한 게 하나도 없겠지?

마음 쫓기는 것도 없을 거고.



그저 아름답기만 하구나.

베네치아에 가면 질리게 볼 운하라서 밀라노에서는 사실 '굳이 볼 필요가 있을까' 했는데, 보러 오길 잘 한 듯.



어쩌다 보니 내가 해외로 여행 갈 때만 신게 되는 로쉐런.

전날 두오모 광장 돌아다닐 때 샌들 신고 있었어서 발바닥이 좀 아팠는데,

확실히 로쉐런만큼 여행에 최적화 된 운동화도 없는 듯.

예전에 이베이 통해서 구입했던 건데 매년 해외 나갈 때 마다 아주 잘 신는다.

오늘도 성공!



그럼 이제 슬슬 돌아가볼까- 하는 생각을 그때 쯤 하기 시작했는데,



얼레. 뭐냐 저 먹구름은 -_-;;;;



아직 이쪽 하늘은 파란데....



뭔가 불길해서 서둘러 트램 티켓을 끊고 다시 숙소 쪽으로 움직이기로 했는데,



아이고야. 결국 트램 타고 이동하는 도중에 소나기가 꼳아지기 시작함;;;

여기도 날씨 참...



심지어 저기 지붕 위에 햇빛이 내리 쬐는데도 비가 쏟아짐;;;;



역시나 예상대로 숙소 쪽으로 돌아왔을 땐 비가 거의 그쳤더라 ㅎㅎ



뭐 이러냐 날씨가.



암튼 머 급할 것 없는 일정이기에 굳이 더 무리하지 말자고 판단,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그리고 돌아가는 길에 가판대에서 콜라 2병을 구입했음.

숙소 앞 슈퍼에선 탄산 음료 따위 팔지를 않으므로 -_-;;;

(유럽엔 코카콜라 라이프가 널려있어서 좋다. 한국엔 왜 수입 안되는건지..)



이런 것도 좀 수입 됐음 좋겠다.



숙소 근처.

역시나 또 한적하네.

밀라노도 관광으로 유명한 지역 빼면 대체적으로 이렇게 한산한 듯.



비에 젖은 거리를 보니 뭔가 분위기 있다.



디펜더 경호원?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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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랍게도 이후로 숙소에 들어와 그대로 잠들어버렸다는 어마어마한 후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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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1 : 출국, 숙소 체크인 (http://mrsense.tistory.com/3309)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2 : 두오모 광장, 인드로 몬타넬리 공원, 플라워버거, 파니노 구스토, 루이니 (http://mrsense.tistory.com/3310)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3 : 나빌리오 그랑데,파베제 운하와 다르세나 (http://mrsense.tistory.com/3311)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4-1 : 밀라노 대성당, 마루쩰라 (http://mrsense.tistory.com/3312)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4-2 : 두오모 박물관, 스포르체스코 성, 셈피오네 공원, 플라워버거 (http://mrsense.tistory.com/3313)

무작정 이탈리아 '밀라노' #5 : 브레라 미술관, 스폰티니 (http://mrsense.tistory.com/3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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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밀라노 이야기 (http://mrsense.tistory.com/33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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