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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Issue

자신을 대변하는 스타일이 있다는 건 좋은 것. 저널리스트 홍석우와 그라운드웨이브(Groundwave)의 만남.

 

갑자기 흥미로운 소식 하나가 들렸다. 남성복 브랜드 그라운드웨이브(Groundwave)와 패션 저널리스트 홍석우씨의 캡슐 컬렉션이라니.

패션위크 때 시간이 여의치 않아 관람하지 못해 아쉬웠던 그라운드웨이브의 색다른 모습이 기대돼 곧장 므스크샵(mskshop)으로 달려갔다.

 

 

그라운드웨이브와 홍석우씨의 캡슐 컬렉션 규모는 단촐했지만 재미있다는 느낌을 강하게 받아서인지 볼 만 했다는 생각이다.

 

 

일단 관람객이 많아 바로 보기 어려워서 그 옆에 걸려있던 그라운드웨이브 14-15 F/W 컬렉션 프리오더 제품들을 먼저 만나봤다.

(프리오더라니!!)

 

 

재미있는 컬러 블러킹이 인상적이었던 스웻셔츠. 자세히 보면 몸통 부분에 다른 소재가 쓰여 시각적으로 보는 즐거움이 대단했다.

 

 

그렇게 잠깐 프리오더 제품들을 보고 있다가 마침내 캡슐 컬렉션을 볼 수 있게 되어(?) 두 눈 크게 뜨고 집중!

※ 그라운드웨이브와 홍석우씨의 만남으로 출시 된 이 캡슐 컬렉션의 이름은 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Groundwave with Yourboyhood).

 

 

일단 어떤 옷을 만들었는지에 대한 얘기보다 가장 크게 눈에 띄었던 디테일에 대한 얘기부터 해야겠다.

저기 아래에 보이는 저 포켓. 이 캡슐컬렉션의 모든 것을 관통하는 결정적 디테일이 바로 저 포켓인데,

분명히 기억해 둬야 하는 부분이다. 오렌지색의 스티치로 더해진 아웃 포켓 그리고 그 안에 담겨있는 책 한 권.

 

 

그 책과 같은 시리즈로 보이는 다수의 책들이 캡슐 컬렉션 런칭 당일 전시 및 판매까지 함께 되고 있었는데 이게 과연 무엇인고- 했더니만,

 

 

'범우사'라는 출판사에서 나온 문고판 시리즈로 이 캡슐 컬렉션의 출발점과도 같은 책이라는 이야기를 현장에서 들을 수 있었다.

범우사가 이 캡슐 컬렉션에 함께 참여한 것은 아니고, 이 문고판 시리즈를 좋아하는 홍석우씨가 이 책을 통해 받은 영감을

그라운드웨이브의 옷에 녹여냈고, 그러한 작업이 진행되는 와중에 범우사에 연락 해 "이러한 작업이 현재 진행 중"이라며 그 뜻을 전달 했다고 ㅎ

그리고 범우사에서 그 소식을 듣고 흔쾌히 직접 20여종의 문고판 시리즈를 내어 주었다고 한다.

이런 재미있는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다니 +_+

 

 

그래서 이 캡슐 컬렉션에 해당하는 모든 의류는 범우사 문고판 시리즈를 상징하는 오렌지색을 포인트 컬러로 쓰고 있었다.

아까 봤던 그 스티치라든지, 옷의 안감에 덧대어진 천 같은 것들이 모두 오렌지색으로 통일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그 사실을 모르고 봤을 땐 난 그냥 '밀리터리의 복식에 기초한 건가?' 라고 생각했..ㅋㅋ)

 

 

종류가 엄청 많지는 않았다.

오버사이즈 핏의 코트와 재킷 그리고 스웻셔츠가 전부였고

각 아이템마다 2가지 컬러로 전개가 되어 총 6개 제품이 제작 되었다.

캡슐 컬렉션이라 부르기에 딱 적당한 정도였던 듯 ㅎ

 

 

개인적으로는 이 더블 브레스티드 재킷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잠시 옷을 위쪽 행거로 올려 걸어 다시 봤는데, 그래도 역시 이게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오버사이즈 핏이라 내가 입을 수 없었다는 게 아쉽다면 아쉬운 부분이지만 ㅋ

이게 무슨 소리냐면, 오버사이즈 핏은 크게 나왔다고 해서 큰 사람이 입어도 된다는 뜻이 아니라는 얘기임..

내가 입으면 정사이즈로 바뀌니까 그럼 오버사이즈 핏이 안나오게 되고, 그렇게 되면 오버사이즈를 위해 계산 된 패턴들이

내 몸 위에서 갈 길 못 찾고 엉망으로 떨어져 내리기 때문에 예쁜 핏이 나오지 않는다는 그런 슬픈 소리..ㅠㅠ

 

 

암튼 이 코트에서도 앞서 스웻셔츠에서 본 재미있는 디테일을 만나볼 수 있었다.

계속 보니 정드네 저거?

 

 

팔 부분에도 재미있는 포켓이 자리하고 있던데 이것도 처음에 모르고 봤을 땐 계급장과 비슷하게 생긴 느낌이라

역시 밀리터리 복식에 기초한 컨셉인가보다 했었지만, 이 또한 심오한 의미가 담겨있었으니...

 

 

이렇게 카드나 펜을 넣을 수 있는 실용적인 포켓이었던 것.

그런데 이게 그냥 멋을 위해 달아 놓은 장치가 아니라 실제 글을 쓰는 일을 하고 있는 홍석우씨 본인의 취향이 고스란히 담긴 포켓인거다. 

 

 

필기구, 명함, 카드, 문고판 책 등은 그러니까 우연이나 억지가 아니라 홍석우씨 스스로가 실제로 좋아하고 많이 쓰는 아이템이고

그러한 것들을 이 옷들에 고스란히 녹여냈다는 게 '그라운드웨이브 위드 유어보이후드' 컬렉션의 결정적 한 방인 셈이다.

옷 자체가 홍석우라는 인물을 닮아 있었고, 그는 곧 홍석우라는 캐릭터가 갖고 있는 스타일이 분명했다는 뜻이기도 하리라.

 

 

온순하고 소박한 그의 이미지에 맞는 케이터링도 눈길을 끌었다.

 

 

(이 애플 사이다도 맛있데?) 

 

 

내내 홍석우씨와 옷의 디테일에 대한 이야기만 썼는데,

그래 따지고 보면 이 캡슐 컬렉션의 또 다른 주인공은 역시 그라운드웨이브의 김선호 실장님이겠지.

패션위크와 맞물린 시기라 제작에 어려움이 많았을텐데 멋진 결과물을 만들어 내신 모습에 놀랐다!

 

이 둘의 협업이 어떻게 이루어지게 됐는지에 대한 이야기가 참 재미있었다.

종로의 한 포장마차에서 술을 마시다가, 새해인데 재미있는 일을 한번 해보는게 어떻겠냐는,

막말로 그냥 지나칠 수 있었던 그 한마디가 만들어 낸 결과물이라니. 세상엔 참 멋진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는 생각을 또 한번 했던 순간이었다 ㅎ

 

컬렉션 런칭 축하해요 석우씨! 므스크샵 수기씨 이하 관계자분들도 수고 하셨고 그라운드웨이브도 고생 많으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