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1월에 인사이드 폴스미스 전시회를 보러 이곳에 온 이후로 4달만에 다시 찾은 대림미술관.
그때 얼핏 듣기로 3명의 인물 어쩌고 시리즈 어쩌고 그렇게 전시가 진행될거라고 들었던거 같은데 아무튼;
기억이 안나니 패스하고, 이번에 보러온 전시는 뭐 전시회가 오픈한지도 이미 꽤 지난 시점이라 여기저기서 많이 들어봤을법 한,
산업디자인계의 전설이라 불리우는 디터람스의 디자인 10계명에 관한 전시회 였다.
(내가 디자인에 대해 학문적으로 잘 꿰고 있는게 아니라) 디터람스 라는 이름만 들었을때는 사실 별 감흥이 없었는데
'애플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가 가장 많은 영향을 받았다는 디터 람스' 라는 이야기나
'애플 디자인의 아버지' 라는 이야기를 들으니 정말 대단한 분이로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단순하고 간결한 애플의 디자인을 좋아하는 나에게 딱이로구나- 하는 생각으로 사실 진작부터 가고 싶었는데
꼭 데려가서 보여줘야 겠다고 생각했던 윤양이 급작스레 인도 여행을 가시는 바람에;
그렇게 한달을 꼬박 기다려 인도여행을 마치고 온 윤양을 호출하여 지체없이 대림미술관으로 +_+
아 정말 기대가 컸던 전시회 였기에 입장할때부터 마음이 들떠있었다 ㅋ
Less and More.
이 전시회는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에 대한 설명과 그가 40여년간 브라운과 비초에를 위해 디자인한 작업물 중
디자인 모델, 스케치 등 약 400여가지 아이템을 전시하고 있는데 일본과 영국을 거쳐 우리나라에서 현재 전시중이고
이 전시회가 끝나면 곧바로 미국으로 넘어가서 순회전시를 한다고 하더라 -
이 분이 디터 람스님 되시겠다.
디터 람스의 작품을 보고 있으면 생전 처음 보는 모델임에도 굉장히 친숙하다는 느낌이 든다.
정말 신기하게도, 대부분의 작품들이 1960~70년대에 디자인 되어진 모델들인데
아니 대체 어떻게 그 시대에 이런 생각을 했을까-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
그가 구상한 작업실 스케치 란다.
오른쪽 아래 1955 라는 숫자가 보인다.
저런 공간을 1955년도에 구상했다니 -
2011년 신제품이라고 해도 믿겨질 만한 스피커.
라이터.
주목할만한 스피커.
이 스피커도 1960년대에 디자인 되어졌다는 사실 만으로 충분히 놀라운 일인데,
애플 제품 많이 쓰는 사람이나 관심이 많은 사람들은 알고 있겠지만
이 스피커는 현재 애플에서 선보이고 있는 아이맥과 그 모양새가 같다.
왜 디터 람스가 애플 디자인의 아버지 라는 이야기가 나오는지, 왜 조너선 아이브가 그에게서 많은 영감을 받았다는 이야기가 나오는지를
단 한번에 설명할수 있는 좋은 작품.
그런 디터 람스의 디자인 10계명이 한쪽 벽에 잘 정리 되어 있다.
이번 전시의 핵심 키워드인 만큼 많은 관람객들이 이 10계명을 한참동안 바라보고 있었다.
내가 가장 인상깊게 본 문장.
'제품은 기능적으로 뿐만 아니라 심리적으로나 시각적으로 만족을 주어야 한다'
'좋은 디자인은 제품의 필요성을 강조하며, 따라서 필요성에 방해되는 모든 것을 무시한다'
이 소형 라디오도 가만히 보고 있으면 낯이 익다는 느낌이 들 수 있는데,
그도 그럴것이 이 모델은 현재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그 인기가 대단한 애플의 아이팟의 디자인 원천이다.
정말 놀랍고 또 놀랍다 !
그 형태는 물론 많이 다듬어 졌지만, 이미 50~60년 전에 디터 람스가 이런 구조의 디자인을 만들어 냈다니, 이 얼마나 놀랍지 않을수 있단 말인가!
앞에서 잠깐 언급했지만 디터 람스는 독일 디자인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인물이며 현재의 브라운을 있게 한 장본인 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가 디자인한 수많은 브라운의 모델들은 분명 내가 태어나기 이전부터 만들어진 것들이고
내가 본 것보다 보지 못한것들이 훨씬 많음에도 불구하고, 이상하리만치 친숙하다는 느낌이 계속 드는데
그건 아무래도 그의 디자인이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유행을 타지 않는 기본 스타일 이기 때문에
훗날 태어난 대부분의 산업 디자인의 결과물들의 표본이 되었기 때문이 아닐까 ㅎ
이런 주방기기들 역시 2011년형이라 해도 아무도 의심하지 않을 만큼 훌륭한 자태를 뽐내고 있다.
디터 람스의 디자인 모델들을 보면서 문득 든 생각이,
티터 람스가 그 시대에 살며 디자인 한 것들은 그 시대를 위한것이 아니라
그 시대에 상상하고 그려낸 미래시대를 현실화 시킨것이 아닐까 라는, 그런 생각 ^^;
이 물건을 보기 전에 제품 상자들이 전시된 곳에서 이 물건이 담겨있는 상자를 먼저 봤기 때문에 웃으며 봤는데
그렇지 않고 이 물건 부터 봤으면 어디에 쓰는 물건인지 절대 몰랐을거다;
이건 헤어 드라이기다;;
라디어 겸용 알람 시계.
헤어드라이기.
그가 디자인한 음향 기기들.
오른쪽에 있는 사다리꼴 모양의 박스를 왼쪽에 있는 본체 쪽으로 밀면 딱 닫힌다.
말도 안되는 스피커.
TV셋.
이쪽부터는 그가 비초에를 위해 디자인한 가구들이 전시된 공간이었다.
정말 깔끔하다.
정말로.
1960년대에 만든 수납장.
지금 나보고 벽에 붙일 수납장 만들라고 해도 이렇게 깔끔하게는 못할텐데;;
정말 말이 안나오더라.
너무나도 완벽했다.
이 라이카와 아래 보이는 것들은 디터 람스의 작품은 아니고 독일 디자인이라는 카테고리로 함께 전시되고 있는 것들.
아 정말 전시된 모델들을 보며 대체 이 사람은 머릿속에 뭐가 들었길래 이렇게 대단할까,
어쩜 이리도 완벽할까, 어쩜 이리도 놀라울수 있을까 라는 생각만 해대며 연신 '와' '와'를 나즈막히 내뱉었던 것 같다.
아까도 말했지만 정말 미래(라고 썼으나 그 시대를 기준으로 하면 지금이 되겠지)에서 과거(라고 썼으나 그 시대 당시가 될거고)로 날아가
미래에서 디자인을 베껴다 만든것 같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놀라웠다 !
예전에 어느 광고에선가 그런 카피문구를 본 기억이 난다.
완벽함은 더할것이 없는 상태가 아니라 덜어낼 것이 없는 상태를 말한다는 문구.
딱 그랬다.
티터 람스의 작품들은 하나같이 다 그랬다.
그런데 내가 정말 충격을 받은건,
시대를 너무 앞서갔던 걸까?
그의 그런 작품들 중 실제로 상용화가 된 건 5%에 불과했다는 사실이다;
아 - 간만에 정말 보기 잘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전시회 봤네 !
잘 봤습니다 !
+ 보너스
미스터피자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