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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Episode

가볍게 젖고 싶었던 밤. 결국엔 흠뻑 젖었지.




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화요일 오후. 뭔가 오늘은 집에 바로 들어가면 자괴감에 빠져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에 트위터에 '젖고 싶다'고 써놨는데

에스테반형이 거기에 기름을 붓는 격으로 '전선생'이라고 응수를 했고, 나는 이때다 싶어 덥썩 떡밥 물고 '오늘은 젖는 날!'이 될 것을 혼자 예견,

멤버를 끌어 모아야겠다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때마침 기가막히게도 보화 a.k.a. 회기동 송지효가 전화를 했길래 바로 납치 후 가로수길로 !

아니 근데 우리가 가기로 했던 '전선생'은 만석이라는 말도 안되는 상황으로 입장조차 해보지 못하게 되었고

우리는 에스테반형이 '미스테리한 곳이 있다'며 소개한 '약수터'에 자리를 잡게 되었다.

이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이름부터가 정말 미스테리했는데.. (약수터라니;;) 우리가 어떤 여정을 겪게 될지 이땐 몰랐으니 말이다..






일단 손님은 우리 뿐이었다.

주인 아주머니는 주문을 받는것 보다 피로를 풀기 위해 자꾸 잠을 청하시느라 바쁘셨고 심지어 파전은 되지도 않는다는 초강수로 우리를 접대!

몇년도에 나온 티비인지 가늠이 안되는 티비에선 인순이가 거위의꿈을 열창하고 있었고

에스테반형은 약수터에서 라면을 시켜먹은 에피소드를 시작으로 내가 데리고 간 두 자매님을 위해 꽁꽁 숨겨놨던 이야기보따리를 풀기 시작!

나는 일단 젖어보자는 다짐으로 막걸리를 마시기 시작했다 -


 




하지만 회기동 송지효와 함께 왔던 의정부 아가씨는 전날 말도 안되는 과음 덕에 도저히 못버티겠다며 '나가리!'를 외치고 집으로 도망쳐 버렸고

약수터의 주인아주머니는 전화통화 하시느라 주문 받으실 생각도 안하시고;;

도대체 이 분위기를 어찌 수습해야 하며 걱정을 하기 시작할때 즈음 부터, 사단이 나기 시작했는데 그게 뭐냐면,

말도 안되게 정말 우리 테이블로 게스트가 계속해서 참석을 한 것이다!

제일 먼저는 에스테반형의 고등학교 동창이라고 소개하신 민수형과 정남이형!

에스테반형은 본인이 학창시절 그들의 빵셔틀을 담당했다는 둥 학창시절 이야기를 꺼내며 분위기를 자꾸 동창회로 만들어 가려 했고

이거 또 어떡하나 하고 고민 할 때 즈음 하여 외로이 홍일점 역할을 하던 회기동 송지효에게 한줄기 빛과도 같았던,

706스튜디오의 전소윤 실장님께서 합석! 여전히 늑대소굴의 엔비같은 성비율이었지만 우리는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계속해서 젖어가기 시작했다!






함께 합석한 본 스튜디오의 인기씨와 함께 또 그렇게 별 말도 안되는 허튼소리 주거니받거니 하고 게임도 하고 그러던 와중에 이번엔

요즘 완전 잘 나가는 더 티셔츠 뮤지엄 크루가 한꺼번에 합석을 시도! 하지만 약수터의 좁은 자리 덕에 부득이 더티뮤 크루는 따로 앉아야만 했네!

와 이거 어떻게 자리가 이렇게까지 커질수 있지- 하는 생각을 하기는 개뿔 그냥 오늘 완전 젖는 날이네! 하며 나는 에스테반형과 계속 치얼스!

그렇게 마음 편히 앉아 분위기에 취해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모션그래픽과 패턴아트로 활발한 활동을 보이고 계신 275C가 또 합석!

이거 정말 모인 멤버도 그렇고 날씨도 그렇고 진짜 벙개의 끝판왕이 따로 없었네!






약수터라는 간판에는 자그마한 글씨로 초정리약수막걸리 라고 써 있었지만, 여기에서는 그냥 장수막걸리를 팔고 있었고

에스테반형이 '여기 그래도 직접 담그는 막걸리가 있다'며 '주전자 막걸리 주세요!'라고 주문을 했지만 아주머니는 주전자에 남한산성 막걸리를..

심지어 하나 더 달라고 하니 그냥 알아서 주전자에 부어 넣으라는 식으로 남한산성 막걸리 한병 주시고 또 사라지셨;;

정말 여긴 너무 미스테리하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는데,

아무튼 우리는 평균나이 서른이 무색하게 별별 게임을 다 하며 막걸리를 입 속으로 털어넣었고

때가 됐다 싶은 우리는 2차로 옮기기로 하고 그 미스테리했던 약수터를 빠져나오게 되었다.






2차로 옮기면서는 아쉽게도 많은 멤버들이 빠져나갔다.

더티뮤 크루분들이 먼저 작별을 고하셨고, 회기동 송지효도, 706 전실장님도 모두 빠이빠이를 외치고는 집으로 귀가를..

좀 더 딥한 분위기를 위해 에스테반형은 '퀸 이라는 기가막힌 곳이 있다'며 우리를 퀸으로 인도하였으나

거기 또한 만석이라는 진짜 말도 안되는 만석 2연타 콤보에 한방 얻어 맞고 우리는 겨우 근처에 있던 유쾌한접시에 새롭게 자리를 잡을 수 있었다.






이때부턴 난 좀 많이 졸렸어서 그냥 앉아서 맥주만 홀짝홀짝 마셨고

에스테반형과 정남이형은 아까 1차에서 하지 못했던 동창회를 여기서 하기 시작;

민수형님은 결국 사망하셨고, 딱히 공감대를 찾을수 없었던 나는 잠시 전화를 하러 바깥에 나갔다.






전화 끊고 돌아와 카메라를 보니 이런 사진들이 -_-;

( 몰라 나는, 형님들이 안지우고 남겨두셨으니 선물로 포스팅해 드립니다 +_+ )






처음에 퇴근하기 전에 에스테반형이랑 네이트온으로 벙개에 대해 얘기할때 형이 그랬다 '술 잘 안마시지 않냐'고.

내가 몇번 언급하기도 했지만 난 실제로 술을 잘 안마신다. 2011년 들어서는 그마저도 끊어가는 입장이었고.

근데 뭔가 오늘은 비오는 밤 분위기에 취해보고 싶어서 '젖고 싶다'고 했던거였는데

결국 나는 분위기에 휩쓸려 비오는 밤 분위기에 젖는건 둘째치고 술에 제대로 젖어버려서 이거 아주 혼이 제대로 났네?

하지만 좋은 사람들과 정말 유쾌한 시간 가진것 같아서 기분 좋게 더 마신것 같았다 ㅋ

토요일 쯤에 다른 곳에서 또 다들 마주칠 것 같은데, 그때도 보면 또 즐겁게 놀아 봅시다 !



모두 반가웠어요 !

아 그리고 더티뮤 크루! 함께 더 놀지 못한거 저도 아쉬워요! 테이블이 갈려서 이거 챙기지를 못했네요 ㅠ 으으

다음엔 진짜 같이 앉아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