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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Episode

오랫만에 일요일다운 일요일을 보내기 위해 찾은 2010 inside Paul Smith 전시회




그러고보니 정말 최근 몇달? 동안 흘려보냈던 일요일 중 내 위치가 회사랑 자취방 근처를 벗어나 본 적이 거의 없는 것 같았다.

이러다가 내가 지난날을 더욱더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까봐 안되겠다 싶어 큰 맘 먹고 정말 더더욱 갈 일이 없는 종로구,

그것도 더더더 갈 일이 없던 경복궁 근처에 위치한 대림미술관을 찾았다.


 



대림미술관에서는 지난 9월부터 '21세기 패션의 아이콘' 이라고 불리우는 Paul Smith의 유쾌한 사생활을 엿볼수 있는

"Inside Paul Smith"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듣자니 뭐 한창때에는 줄이 길고 사람이 너무 몰려 전시회를 마음 편히 보는 것 조차 힘들었다고도 하던데

내가 갔을때는 뭐 음, 그냥 그랬다 ㅎ 한산하지는 않았고 내가 갔을때도 사람이 갤러리 규모와 어떤 관람객의 동선, 이동시간 등을 고려했을때

좀 많긴 하다 싶은 정도? 뭐 일요일 낮시간이었으니 충분히 이해할만한 정도 였다.






꼴에 내가 요새 픽시 타고 다닌다고 이런게 또 반갑게 보이더라 ㅎ

싯포도 그렇고 프레임 컬러랑 나머지 파츠들의 조화도 그렇고, 셋팅이 뭐 그닥 맘에 들지는 않았는데 그냥 괜히 반가웠음 ㅎ

( 브레이크 저렇게 드랍바엔드 부분에 다는 게 썩 좋은건 아닙니다 )






전시회는 1층 로비에서 티켓을 구매 후, 2층과 3층에서 보는 방식이었는데

2층은 촬영이 전면 금지되어 있는 관계로 촬영이 가능했던 3층에 대한 이야기만 하겠다.

( 2층에는 폴스미스가 수집해온, 여러 아티스트들의 그림, 사진등의 아트웍이 전시되어 있습니다 )






인터넷 디깅 좀 많이 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어디선가 많이 봤을법한 사진과 공간.

폴스미스의 런던 오피스 작업실을 그대로 옮겨왔다라는 설명덕에 괜히 뭔가 더 있어보이는 공간이다.


 






책상이 (혹은 그 주변이) 이렇게 이렇게 다양한 물건들로 가득차 있으면 일이 될까- 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텐데

이 정도 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회사원 같지 않은 물건들로 가득차 있는 책상을 가지고 있는 내 경우를 빗대어 대변해 보자면

오히려 이런 공간에서 일을 하면 같은 물건을 보더라도 한번쯤은 더 다른 방식으로 해석을 하고 싶어질 때도 있고 (좋은쪽으로)

답답함이나 스트레스에 조금이나마 덜 구속된달까? 아무튼 이런 취향에 있어서 너무나도 비슷한 면이 많다고 생각되기에

오히려 난 이 공간을 보고나서 더욱 더 내 자리도 동심의 세계로 돌아가기 쉽게끔 해놓고 싶다는 생각도 잠시 해봤다 ㅎ
























자, 그리고 그 다음으로 이어지는 섹션에서는 폴스미스의 영향력이 그를 따르고 지지하는 열성팬들에게 어느 정도의 파급력을 가지는지를 보여주는,

아, 이래서 폴스미스구나- 이래서 폴스미스의 장난끼 가득한 아트웍이 끊임없이 태어나는구나- 생각하게 되는 곳이었다.

Stamped Object 섹션은 폴스미스의 익명의 팬들이, 그들 스스로 폴스미스에게 보낸 다양한 오브제들로 채워져 있는데

여기서 대단한건 이 오브제들이 폴스미스에게 전달 된 방식이

너무너무 기발하고 엉뚱하지만 정말 뒷통수를 강하게 얻어맞은것 마냥 엄청난 충격을 가져다 준 방식이라는 것!
























바로 그런 '물건'을 따로 포장하지 않고 '직접' 그 물건 위에 우표를 붙여 폴스미스에게 전달을 했다는 것이다.

이것은 나에게는 정말 엄청난 반전이었고 뛰어난 발상이라고 생각 된다.

(전시회에 가기 전에 이미 기사로 봐서 다 알고는 있었지만 실제로 또 보니 그래도 놀랍기는 매한가지)

폴스미스의 유쾌한 상상력에 매료되어서 일까? 아니면 단순히 돋보이기 위해?

아니면 폴스미스가 펼쳐보이는 그런 위트를 이해할수 있는 코드를 가졌기 때문에?

어떤 의도가 되었건 익명의 팬들이 폴스미스에게 보낸 '장르 불문의' 오브제들은 나에게도 꽤나 신선한 자극이 되어준 것 같다.






마지막으로는 내가 개인적으로 궁금해 했던 폴스미스의 사진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의 영향을 받아 사진을 찍어왔노라며

'디자이너가 되지 않았다면 사진작가가 되었을 것이다' 라는 폭탄발언까지 한 그였기에

나는 더욱 더 그의 시선이 궁금했다.




































사진을 쭉 보고 난 다음에 들었던 생각은 뭐 그랬다. 잘 찍는다는 생각은 안들었는데 재미있는 순간을 잡아내는 능력이 대단해 보였다랄까?

뭐 그게 잘 찍는거지- 라고 하면 그래 그것도 맞는 말이고 ㅋ

오히려 딱딱하고 심오한 작품사진이 아닌, 일상에서 우리도 쉽게 포착할 수 있는 스냅사진들이 대부분 이어서 보는 내내 기분이 좋았다.













- 대림미술관 안에서 본 바깥 풍경과 대림미술관 뒤에 숨어있는 테라스 -






폴스미스는 항상 그랬다.

사다리타기로 비유해 보자면 구름다리 같은 느낌이랄까?

꼭 어디선가 한번은 비틀어 버리는 그런 위트를 보여주었다.

30여년 넘게 패션 디자이너로 활동을 해 오면서 그가 보여준 컬렉션에서는 항상 그 만의 재치를 볼 수 있다는게 좋았고

이번 전시회에서 그런 그 만의 재치의 원천을 만나볼 수 있었다는게 참 좋았다.

이 작품은 뭐가 어떻고 저떻고 뭐 그런 어려운 설명을 옆에서 누가 해주지 않아도

그냥 가볍게 보기 좋은 아트웍의 나열은 나에게 꽤나 큰 만족감을 주었다.



※ "인사이드 폴스미스" 전시회는 오는 28일 일요일까지 경복궁역 근처에 있는 대림미술관에서 관람하실 수 있습니다.

http://www.daelimmuseum.org/exhibition/now_view.jsp

위 링크 눌러 가 보시면 전시회 개요랑 가는 법, 관람요금 같은거 나와있으니 아직 안 가보셨다면 체크해 보시길 ^-^

PS - 아 맞다. 2층 촬영 금지래서 안찍었는데 인터넷에는 2층 사진 많네? ㅋㅋ






+ 번외




대림미술관 옆 고궁박물관 안에서.






경복궁 흥례문.






되게 맛있는데 되게 비쌌던 카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