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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Episode

하늘이 도왔다, 정말.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었다. 며칠전 부터 뒷바퀴가 픽시로 바뀐 뒤로, 소요 시간도 단축되고 운동도 더 되는것 같아

정말 요 며칠 동안은 참 신나게 달리는 맛에 빠져 지냈던것 같았는데 그런 내 흥에 제동이 걸리는 사건이 발생했다.

출발할때 부터 뭔가 느낌이 이상하다 싶었던게, 왼쪽 페달을 밟을때 마다 뭔가 삐그덕 거리는것 같다는 느낌이 들긴 했는데

전체 코스의 절반쯤? 갔을 땐가.. 휘휘 달리고 있는데 왼쪽 페달에서 느껴지던 그 삐그덕 거리는 느낌이 갑자기 커진다는게 느껴져서

바로 브레이크를 잡으며 속도를 줄이려고 했는데 그때 팽- 하고 왼쪽 페달과 크랭크가 떨어져 나가 버린 것이다;;;






순간적으로 왼쪽발을 허공으로 들고 오른쪽 발은 힘을 쫙 빼서 페달하고 어긋나지 않게 하면서 멈추고 나니 와.. 진짜 죽다 살아난 기분이었다;;

식은땀이 온몸에 쫙 나면서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나 하다가 바로 업이형한테 전화를 걸어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사태수습을 시작했다.

일전에 출근 도중 유리 파편을 밟는 바람에 타이어 튜브가 터져 버렸던 사고를 겪고 혹시 몰라 구입해 뒀던 육각렌치툴이 이렇게 빛을 보게 되다니!

그래서 작업을 하려고 보니 얼렐레.. 뭔가 없다 싶어 가만히 보고 있자니 크랭크를 쪼여줘야 하는 나사가 사라지고 없더라;;

맙소사.. 진짜 맙소사 였다.. 나는 급한 마음에 크랭크를 자전거 체인쪽으로 때려 박아 보았지만 역시나 덜그럭..

이거 집까지 걸어가야 하나, 걸어가면 못해도 세시간은 걸릴텐데, 콜벤을 불러야 하나, 도로랑 멀리 떨어진 양재천길 이라 위치 설명도 어려운데..

혼자 별별 생각을 다하며 전화기 너머 업이형에게 이거 뭐 어떻게 해야 하나요 넋두리를 펼치고 있는데, 바 로 그 때.

진짜 기적같은 일이 일어났다.

내 옆을 지나치던, 강아지 두마리와 산책중 이시던 어떤 할아버지 께서 혹시 뭐 빠졌냐며 그게 작은 나사 아니냐고 하시는 거였다.

그래서 맞다고 하니 저~~ 뒤쪽에 나사 하나 떨어진거 봤으니 그쪽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시오- 하시는게 아닌가 !

너무 놀래서 바로 그곳까지 거슬러 올라가 보니 맙소사.. 진짜 내가 찾던 나사가 그 길 한가운데 떨어져 있는것 이었다;;

바로 수습 시술에 들어갔는데 나사 구멍이 내가 가지고 있는 육각렌치툴 보다 커서 쪼이는데 좀 애를 먹었다..

그래서 대충 쪼여놓고 천천히 타다가 또 멈춰서 쪼여주고, 그렇게 또 타다가 한번 더 쪼여주고.. 그렇게 총 3번을 멈춰서 쪼여가며 천천히 집으로..



지금 생각해 보면 그래도 정말 천만 다행 스러운 일이 아니었나 싶다.

1. 공도에서 사고가 난게 아니고, 2. 사람이 주변에 없었던 타이밍에 사고가 났었으니.. 그 정반대의 상황에 사고가 났었더라면 어우;;;

게다가 나에겐 거의 한줄기 빛과 같았던 할아버지의 등장은 글을 쓰고 있는 지금 이 시점에도 집에 도착하지 못했을지 모르는 나에겐 정말 ㅠ



아.. 아무튼.. 왜 저 녀석이 갑자기 빠졌는진 모르겠지만.. 이렇게 사고를 한번 겪고 나니 좀 조심하게 되는 것 같네..

일단 내일 출근 천천히 하고, 사무실 가서 다시 재정비를 좀 해야겠다;;

아.. 긴 밤 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