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매장에서 이 신발을 봤을땐 아는 것이 아무것도 없던 상태에서 접한 터라 "뭐지? 굉장히 한정판다운 이 녀석은?" 이라 생각했다.
바깥쪽에서 보이지 않는 신발의 안쪽 겉면에 더해진 깨끗한 가죽 패치와 그 아래 벌커나이즈드 솔을 둘러싼 타이포그래피 때문이었다.
얼핏 아디다스 오리지널스(adidas Originals)와 함께 'Y-3'를 이끌고 있는 요지 야마모토(Yohji Yamamoto) 스타일 같아 보였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의 인라인 제품이라고 보기엔 확실히 절제된 세련미가 가득 담긴 느낌이었다.
이 녀석의 실제 이름은 로드 레이버(Rod Laver).
스탠 스미스(Stan Smith)와 함께 아디다스의 현재를 만들었다 해도 과언이 아닌, 동명의 호주 테니스 플레이어의 이름을 따서 만든 운동화다.
※ 스탠 스미스가 컵 솔(Cup Sole) 스니커즈의 대표주자라면 로드 레이버는 벌커나이즈드 솔(Vulcanized Sole) 스니커즈의 대표주자다.
아디다스 오리지널스는 로드 레이버를 리 마스터드 팩(Re Mastered Pack)의 일환으로 현대적 감성을 더해 재탄생 시켰다.
화이트 컬러의 플레인 레더, 오프 화이트 컬러의 펀칭 스웨이드로 어퍼를 감쌌고
앞서 말한 (아디다스의 대표 슬로건을 담은) 타이포 그래피로 솔 주변을 두른 뒤 레더 패치로 마무리 하며 절제미의 정점을 찍었다.
덕분에 정말 '매장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 제법 근사한 스니커즈가 만들어졌다.
"살 테면 사봐라"하며 기세등등하게 일부 셀렉샵에만 들어간 게 아닌지라 이 녀석은 출시 후 한동안 매장 한 켠에서 묵묵히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그나마 운동화에 관심 좀 있다는 나 조차도 출시 사실 자체를 모르고 있었을 정도니 말 다했지. (그 덕에 이렇게 운 좋게 내 사이즈를 구할 수 있었음)
스웨이드는 곧 때가 타겠고 레더 패치도 곧 태닝이 될 테니 지금과 같은 아름다운 자태는 곧 사라질 게다.
하지만, 그리 되더라도 나는 이 녀석을 계속 좋아할 것만 같다.
정말 예쁘거든.
Photographed by Mr.Sens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