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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Recap

레이크넨의 이면 그리고 5주년을 기념하는 컬래버레이션


더 이상 여성 제화 브랜드라 부르면 '안되는' 레이크넨(Reike Nen)의 2015 S/S 시즌의 베일이 드디어 벗겨졌다.



시즌 테마가 'Dark Side of the Moon'이다. 밝게 빛나는 달의 이면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그래서인지 프레젠테이션을 보러 갔을 때, 전시장 입구에 놓여있던 이 오브제가 재미있게 다가왔다.



앞에서 보고 있으면 점점 검게 물들어 가고 있는 신발을, 뒤에서 거꾸로 보면 점점 밝아지고 있었으니.

결국 누가 보느냐, 그리고 무엇을 보느냐에 따라 모든 것은 달리 보일 수 있겠다는 뜻이렸다.

아님 말고.



(가만 보니 앞은 블랙이 아니라 블랙하고도 펄이네!)



근데 이거 좀 예뻤던 것 같아...

내 스타일이었어...



오브제를 뒤로하고,



본격적인 콜렉션 감상 시작.



이번 시즌에는, 늘 독특한 형태의 슈즈를 보긴 했기에 전체적인 모습 보다는 디테일을 유심히 보는데 촛점을 더욱 맞춰봤다.



군데군데에서 이전에는 잘 보지 못했던 라이닝도 보이고, 공격적으로 크게 바뀐 뭔가가 있다기 보다는 이전보다 좀 더 완성도를 키운 느낌이 들었다.




나 혼자만의 느낌인지는 모르겠는데, 가만히 이전의 레이크넨의 모습을 돌이켜보면 확실히 갈수록 웨어러블해지는 느낌이 있다.

초창기의 강렬한 캐릭터가 많이 얌전해진 느낌이랄까? 고유의 느낌은 남아있는 것 같은데, 점점 차분해져가는 느낌이다.

어른이 되어간다는 뜻일까?



그렇지만 분명 레이크넨만의 그 뭐라고 해야될까, 그 특유의 느낌이 있다. 굉장히 동양적인데 그게 과거보다는 미래에 가까운듯한 그 느낌.

아 부족한 내 어휘력을 탓하라. 그렇게밖에 말을 못하겠다.



처음엔 '옥'이 떠오르며 '할머니'가 곧바로 떠올랐는데, 계속 보고 있으니까 참 세련되어 보였던 로퍼.

차분하고 느린데, 속으로는 세련된 그런 이면.

아?

이런 걸 노린건가?

이런 이면?

??

ㅋㅋㅋ



유독 눈길이 많이 갔던 로퍼였는데, 편집샵 '29cm'와의 협업 모델이었네 ㅎㅎ

귀여웠어.



테슬도 귀엽고,



레이크넨에서 쉽게 보기 힘든 '얇은' 굽도 귀여웠음 ㅎㅎ




시즌을 대표하는 모델들.



레이크넨에서 쉽게 보지 못했던 '오픈 토' 디테일이 적용되었다.

이를 통해 겉과 속의 경계를 허물고 새로운 이미지 연출을 시도했다- 뭐 그런 이야기를 들었는데,



귀여운 '옥'에 정신 팔림 ㅋㅋ



귀여운 끈.



이건 멘즈 샌들.

이거 말고 더 나온다고 했는데 프레젠테이션에서는 보지 못했다.

그건 곧 므스크샵을 통해 만나볼 수 있을거라네-



발가락 사이의 끈을 잘 못견디는 성격이라 이런 모델은 신지 않는데,

만약 쪼리 형태의 슈즈를 즐겨 신는 남자라면 이 모델을 체크해 보는 것도 좋을듯.

뭔가 흔하지 않은 디자인이라 느낌이 좋았으니 -



레이크넨은 올해로 창립 5주년을 맞았다. 그를 기념하기 위해 몇개의 컬래버레이션 아이템을 만들었는데,

이건 그 중 유일하게 남성 고객을 위해 만들어진 UR Runner다. 멘즈웨어 레이블인 유즈드 퓨처(Used Future)와의 협업으로 만든 러닝 슈즈인데

흔한 캐주얼 브랜드 슈즈의 디자인 같기도 한데 또 흔하지 않은 것 같은 묘한 느낌이 마음에 들었다.

그리고 정확히는, 뭔가 텅 비어 보이는 것 같은 그 공백이 주는 맛이 마음에 들었다.



프레젠테이션에서 본 이 모델은 프로토타입의 샘플로 실제 완성품은 아니라고 했다.

좀 더 다듬고 보완할 예정이라고.



이건 서리얼 벗 나이스(Surreal but Nice)와의 컬래버레이션 샌들.

일단 자극적인 컬러감이 눈에 확 띄어 마음에 들었는데,



이게 지금 레드 컬러의 원단을 쓴 게 아니라, 화이트 컬러의 원단 위에 레드 컬러의 실을 타월처럼 자수로 박은거더라고?

서리얼 벗 나이스가 이 기법으로 옷을 만든 게 있는데 거기서 채용한 아이디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래서 가격이 상당하다는 이야기와 함께.

+_+;;;



10~20대 여성들에게 한국 슈프림으로 통한다는(?) 미스치프(Mischf)와의 컬래버레이션 샌들.

미스치프의 볼드한 타이포 그래피가 절묘하게 조화된 것 같아 멋졌다.

내 취향이 아니긴 하지만, 멋지긴 진짜 멋졌음. 그 브랜드의 아우라가 고스란히 묻어났으니까.



하지만 레이크넨의 5주년 기념 컬래버레이션 프로젝트를 칭찬하고 싶은 건 지금부터다.

앞의 신발들도 고무적인 만남으로 만들어진 멋진 결과물이지만

신발을 만드는 곳에서 신발이 아닌 것까지 만들었으니, 이게 진짜 칭찬할 부분인거지.



먼저는 엄유정 작가와의 협업으로 그려진 그림 다섯 점이다.

엄유정 작가의 그림 속에 등장하는 인물이 레이크넨 슈즈를 신고 있는 작품인데

요란하지 않되 지루하지도 않은 것이 뭔가 레이크넨의 스타일과 잘 맞아떨어진 느낌?



그리고 내가 이번 프레젠테이션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깊게 본 작품.

맞다. 이 의자다. 레이크넨이, 5주년 기념 컬래버레이션으로 의자를 만들었다.

스탠다드에이(Standard A)는 평범해 보이는 원목 벤치 위에 화이트 라인이 그어 오묘한 분위기를 연출했는데,



이 슈즈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더라.

2011년 레이크넨이 처음 출발할 때 만들었던 슈즈인데, 이렇게 함께 두니까 진짜 하나의 예술 작품을 보는 것 같은, 황홀경이랄까 +_+

정말 딱 이 슈즈와 벤치를 한참을 넋 놓고 봤던 것 같다 ㅠ 너무 예뻐 ㅠ



어떻게 이런 생각을 다 했을까.

진짜...

아 진짜 최고...



마지막으로 앞서 봤던 유즈드 퓨처 x 레이크넨 UR 러너 사진 몇장을 전시장에서 찍어봤는데, 매력에 좀 빠져보라고 올려 본다.







레이크넨의 15SS 시즌의 반응에도 주목하겠지만,

5주년이 되었다는 올 한 해의 행보를 특히 주목해 보련다.


잘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