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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Diary

나른한 토요일 오후, 가을 정취를 느끼기 위해 삼청동을 지나 북촌마을로.

 

그날의 시작은 여기서 부터 였다.

본지 한참 된 동생이 오랫만에 보자 하여 나도 오랫만에 좀 '쉽게 먹기 힘든거' 먹고 싶어서

델리 하인츠를 방문, 맨 아래 분명히 빵이 있는데 그게 참 눈에 안띌 만큼 큰 치킨 덩어리를 얹어주는 점보 치킨 버거를 시켰다.

 

 

가격은 9,000원. 수제 버거 집 스러운 가격.

늘상 '버거는 손으로 들고 먹을 수 있어야 버거지' 라는 주의로 살아가고 있으나

가끔은 또 생각나는게 사실인지라 +_+

 

 

다 비웠다는 이야기.

ㅋㅋㅋㅋㅋ

 

 

생각 외로 배가 너무 불러서 '안되겠다. 오늘은 좀 걸어야 겠다' 싶어 곧장 한남대교까지 걷다가,

 

 

인사동 까지 걸었다는 이야기....

는 훼이크고 ㅋㅋ 버스타고 인사동으로 왔다 ㅎ

오랫만에 좀 걷고파서 +_+

 

 

근데 참, 인사동이나 삼청동 올때마다 느끼지만

솔직히 이런거 별로 난 보기 좋진 않은 것 같다.

인사동이라고 한글 간판 달아놓으면 뭐해.. 결국 프랜차이즈 가게에 파는 것들도 다 아무데서나 살 수 있는 것들인데..

난 그냥 인사동이나 삼청동엔 이런 업체들 그만 들어왔으면 좋겠다.

내가 타지에 가서 밥 먹을때 되면 꼭 생각하는게 "여기 아니면 못 먹는거 먹고 싶다" 인데,

같은 이치가 아닌가 싶다. 인사동이나 삼청동 아니면 못 보는 것들, 못 사는 것들, 그런 것들만 모아놓으면 얼마나 좋아.

그게 오히려 더 지역 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일일 텐데..

이미 대형 SPA 브랜드 매장을 비롯한 수많은 브랜드들에게 길거리를 내어준 가로수길도 그렇고 참.. 씁쓸해 ㅎ  

 

 

어렸을땐 여기도 정말 ㅎ 진짜 막 엄청난 곳이라고 생각 했었지.

뭔가 가공되지 않은 풋풋한 곳들만 있는 것 같았고 ㅎㅎ

하지만 이젠 볼 일 없으니 역시 시원하게 패스 -

 

 

쨌든 걸으니 좋다.

 

 

인사동 거리를 가로질러 곧장 삼청동으로 향하는 길.

덕성 여자 중학교와 고등학교 사이의 돌담길인데 여기는 여름에도 참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가을에도 참 멋있구나.

 

 

돌담길 한 켠에선 한 외쿡인 형아가 색소폰을 멋드러지게 연주하며 앉아 있었는데

(사진은 안찍었지만 해가 지고 난 뒤에도 계속해서 여기 앉아 있었다는 후문)

 

 

+_+ 

 

 

귀여운 아가.

인형 같았어. 

 

 

날씨가 좋아 참 다행이었다. 

 

 

빨갛고 노랗게 물들어 가는 낙엽들 덕에 어디를 바라봐도 그림이로구나 -

 

 

너도 그림? 

 

 

낙엽에 깔맞춤 된 내 양말도 그림 ㅋㅋ

 

 

삼청동 어딘가에 숨어있는, 예전에 친구 덕에 알게 된 비밀의 골목길.

사람들이 안다니는 곳이라 참 좋아한다.

뒷짐 떡- 하니 지고 천처언 히 걸으면 참 좋은 좁은 골목길 ㅎ

 

 

그렇게 골목길을 걷다가 사람들이 좀 많이 다니는 길로 나왔는데

그 바로 앞에 '장님코끼리 만지기' 라는 이름의 작은 전시가 열리는 곳이 보이길래 호기심에 한번 들어가 봤다.

 

 

이 전시는 시각장애 학생들이 직접 코끼리를 만져보고

그 기억의 경험을 토대로 창의력을 발휘해 직접 코끼리를 '만든' 작품들을 소개하고 있었다.

(몰랐는데 나중에 보니까 이미 몇년 전부터 전국을 순회하며 계속 열리고 있던 전시였네 ㅎ)

 

 

아 근데 이 말, 너무 슬펐어....

"내가 너를 만져서 귀찮지. 근데 네가 얼마나 큰 동물인지 궁금해"....

(잘 보면 글귀 위에 시각장애 학생들을 위한 점자 설명판도 부착되어 있다)

 

 

앞을 보지 못하는 학생들의 이런 가슴속에서 나오는 말들..

생각지도 못하게 들어간 전시장에서 너무 가슴 뭉클해져 버렸다..

 

 

이게 좀전의 그 "잠자는 코끼리"

^-^

 

 

(혹시나 하고 네이버에서 좀 찾아보니 관련 글이 굉장히 많던데)

사실 동물원에서도 시각장애 학생들이 코끼리를 만질 수 있는 기회를 바로 준게 아니란다.

생각보다 위험한 일이니까.

근데 뭐 우여곡절 끝에 결국 허가가 났고, 또 후에 이렇게 감동스러운 전시도 열리게 됐다 하니, 뭔가 괜히 참 마음이 따뜻해 지는 기분? ㅎ

 

 

정말 생각지도 못한 전시로 난데없이 힐링 받은 기분 이었다 ^-^

 

 

그 길 따라 곧장 북촌마을을 향해 걷기 시작했다.

저 아래 삼청동은 자주 걷기도 했고 사람도 너무 많고 해서;;;

 

 

 

그리고 걸으며 생각했지. 

 

 

"아.. DSLR이 있었어야 했어.."

...... 

 

 

진짜 어딜 봐도 다 그림인데,

이걸 다 똑딱이 디카로 담아야 하다니 ㅠㅠ

물론 뭐 출사 나온것도 아니고 진짜 그냥 '걷고 싶어서' 왔던거라 그냥 그러려니 하긴 했지만 ㅎ

나도 어쩔수 없이 찍사 운명인듯 ㅎㅎ

 

 

날씨가 참 좋았어 ㅎ

 

 

계단은 좀 무서웠지만 ㅋ

 

 

하늘도 예뻤구,

 

  

 

저 골목 위로 가서 좀 움직이다 보면 그 유명한 북촌8경이 막 나오는데, 조금 이따가 가보기로 하고, 

 

 

골목길을 한참을 돌아 돌아

 

  

 

짠.

(아.. DSLR.. ㅠㅠ)

 

 

여길 실제로 와본 적이 없는 사람들에겐 예전에 손예진과 이민호가 주연으로 출연했던 드라마 "개인의 취향" 의 그곳입니다 - 라고 하면 될듯?

(드라마도 안봤음 어쩌지..ㅋ)

 

 

하지만 이곳도 시대의 흐름을 완전히 피하진 못했다 ㅎ

 

 

그래도 참 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평온해지는..

 

  

  

  

 

우연히 잡아낸 찰나.

똑딱이 디카로 찍은거라 좀 아쉽지만,

따뜻한 순간을 본 것 같아 기분 좋았다 ^-^

(확실히, 오길 잘했어 ㅋ)

 

 

그렇게 북촌마을을 한바퀴 휘- 돌고 삼청동으로 내려와 길을 걷다가 응?

어디서 많이 뵌 분들 같다 했는데,

내가 예전에 봄에 삼청동 왔을때도 봤던 분들이네? ㅋㅋ

그땐 좀 아래쪽 골목에서 뵜었는데 ㅎ

그게 신기해서 사진 찍어 블로그에 올렸는데 신기하게도 글을 보시고 댓글도 달아주셨던 ㅋㅋ

먼지극단 이라는 이름으로 그때 글 달아 주셨었는데 이것도 보시려나 ^-^

반가웠어요 먼지극단 ! ㅋㅋㅋ

 

 

(지금은 게스트 하우스로 운영 되고 있는) 코리아.

 

 

참 많이 걸었네 오늘 ㅎ

 

 

 운 좋게 뷰가 좋은 카페에 자리를 잡을 수 있게 되어 여기서 해 질때 까지 앉아 있다가 왔다.

진짜 아무 생각도 계획도 없이 왔던 거 치고 생각 외로 참 훈훈하게 보낸 것 같아 기분 좋았던 토요일의 오후.

원래 개인적으로는 계획 없이 돌아다니는거 별로 익숙치 않은데,

참 뭔가 핀트가 잘 맞아 떨어졌던 하루가 아니었나 싶다 ^-^

 

잘 걸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