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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Photo - Recap

가로수길에서의 보기좋은 움직임, Decade Shop 오픈



가로수길 소식을 자주 접하는 사람들 이거나 패션계 소식에 관심이 좀 있다 하는 사람들은 아마

최근 들어 가로수길에 우후죽순처럼 늘어난 SPA 브랜드 샵들에 대한 이야기도 들었을 것이다.

생긴다 생긴다 소문만 떠돌더니, 어느순간 치트키라도 쓴것 처럼 동시다발적으로 뻥!뻥! 하며 여기저기에 오픈을 하게 되어

이제 가로수길의 메인 스트릿에서는 명동 가면 볼 수 있는 웬만한 샵 들은 다 만나볼 수 있게 됐다.

(A.LAND, FOREVER21, SPICY COLOR, OPENING SHOP 등을 비롯한 편집샵들 부터 ZARA, 8SECONDS 등의 SPA 브랜드 샵들)





대형 커피 전문점들이 메인 스트릿을 점령하기 시작했을 때 보다 좀 더 뭐랄까, 위기감 이랄까? 위기감이라는 표현을 내가 해도 될진 모르겠지만,

불과 몇년 전만해도 가로수길이 지금 처럼 변할 거라는 생각을 적어도 나는 못했었으니까.

그렇게 대기업들이 점점 가로수길에 발을 들여 놓으며 가로수길 특유의 멋과 재미들을 그들만의 느낌들로 채워나가는게 좀 아쉬웠는데

그런 와중에 가로수길 안쪽 작은 골목 사이에 새로 오픈한 Decade Shop 은 적어도 내겐 참 반가운 등장 이었다.





눈썰미가 좋은 사람들은 위 사진을 보고 눈치 챘겠지만,

Decade Shop은 노출되어 있는 곳에 오픈한 것이 아니라 한 빌딩 안에, 그것도 계단을 여러번 올라가야 하는 곳에 오픈을 했고, 그 규모도 작다.

거기다 요즘 '나 옷 좀 좋아해' '나 옷 좀 입어' 하는 남자분들의 관심사 중 하나인 아메리칸 캐주얼, 빈티지 감성등을 건드려 주는 브랜드를 취급,

이런 부분들만 놓고 보면 메리트적인 면에서 분명 그저 그런 샵 들 중 하나겠지- 하게 될 법도 한데,

Decade Shop에 관심을 가질 수 밖에 없는건 이 샵을 운영하는 대표 2명이 실제 본토에서 건너온 미국인과 캐나다인이며

국내에 정식으로는 처음 소개하는 브랜드를 취급하고 있고 이미 소개된 브랜드 제품들 또한 리즈너블한 가격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 때문이다.

(위 사진에서 오른쪽에 그레이 컬러 니트 스웨터를 입은 친구가 제롬. Decade Shop 대표 중 1명이며 캐나다인이다)





(위 사진에 데님 자켓을 입은 형이 에릭. Decade Shop 대표 중 1명이며 미국인이다)





Decade Shop에서는 앞에서 말했던 것 처럼 국내에 정식으로는 처음 소개되는 브랜드 제품들을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와 함께 국내에 이미 소개되고 있는 브랜드 제품들도 보다 리즈너블한 가격대에서 만나볼 수 있으며

그 외 에릭과 제롬이 직접 셀렉한 빈티지 제품들도 소량 만나볼 수 있다.

브랜드는 거의 대부분 그들이 캐나다에서 즐겨 입던 브랜드들 위주로 구성 되어 있다.





취급하는 브랜드를 쭉 나열해 보면 비교적 익숙한 이름도 있지만 나름 생소하게 들리는 이름도 있고 '오 정말?' 하게 하는 이름도 있다.

Mark Mcnairy나 Filson, Apolis Activism이 그나마 많이 알려진 축에 속하는 브랜드일 것이고

Individualized나 Monitaly, Alexander Olch등은 아는 사람은 알지만 모르는 사람은 또 모르는, 약간 생소할 수 있을 브랜드일 것이며

Wings+Horns정도가 '오 정말?' 하게 하는 브랜드 일 것이다.





샵 중앙 아일랜드에서 볼 수 있는 재미있는 디스플레이 방식.

이너로 셋팅된 셔츠는 Individualized 제품이고 아우터로 셋팅된 셔츠는 Pendleton 제품인데

이너는 새 상품이고 아우터는 빈티지 제품이다.

Decade Shop의 특징 중 하나가 바로 새 상품과 빈티지 제품을 함께 취급하는데

굳이 섹션을 따로 나누지 않고 자연스럽게 융화되게 했다는 점 일 것이다.











이렇게 가죽을 통으로 써서 어퍼를 두르는 방식이나 벨트 형식으로 조이개를 두는 방식의 부츠는 유니크한 맛이 있다.





롱윙 스타일의 Mark McNairy 브로그 슈즈.





클래식한 느낌을 얹어주는 빈티지 테슬로퍼. 색감이 멋지다.





에릭과 제롬의 국적 덕분인지 내가 방문했던 이 날이 오픈 파티 날이었는데

이 좁은 샵 안에 외국인들이 바글바글;;

태어나서 이렇게 집중적으로 단시간에 많은 외국인과 한자리에 있어본게 처음이라 내가 참 힘들었네 ^-^;





아, 그리고 이거.

에릭과 제롬이 친구들과 함께 수제 하우스 맥주를 따로 만든다는 얘기는 들었는데 이걸 이날 여기서 처음 맛 볼 수 있었다.

Magpie Brewing Co. 라는 이름으로 활동하고 있고 이날 내가 마셔본게 호박 맥주랑 고구마 맥주였던가?

정식 메뉴 명칭이 있었던거 같은데 그걸 까먹었네;;

아무튼, 이런 맥주를 처음 마셔봤는데 생각보다 향도 좋고 벌컥벌컥 들이키기 보다 홀짝홀짝 마시는거 좋아하는 나한테는 참 좋은 느낌이더라 ㅎ

(이날 오픈 파티때 이 맥주들을 무료로 제공해 주었는데 인기가 너무 좋아서 순식간에 맥주가 다 떨어졌다.)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왔다는 행거. 파이프 모양이 참 재미있다.





세월의 흐름이 느껴지는 빈티지 레더 자켓.





빈티지 의류 제품들은 모두 빈티지 답게 1점 정도씩 밖에 없는데

Brooks Brothers, Barbour, Carhartt, Woolich 같은 브랜드들의 빈티지 의류 제품들이 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








5월에 입으면 참 좋을것 같은 Monitaly의 플라워 프린트 셔츠.





Individualized 셔츠는 Gitman Brothers 와 같은 공장에서 생산되는 미국 브랜드 셔츠다.

Brooks Brothers 의 커스텀 메이드를 담당하기도 했던 곳으로 역대 미국 대통령 중에도 이들의 고객이 있을 정도라고 하는데,

국내에서 지금 Gitman Brothers의 셔츠가 20만원 중후반대에 판매가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이곳 Decade Shop 에서는 그보다 약간 저렴한 가격에 만나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물론 엄연히 다른 브랜드이니 받아들이는건 순전히 소비자 마다마다의 기준에 따라 다르겠다 하겠다.)








그렇게 샵 구석구석을 두눈 똥그랗게 뜨고 둘러보던 중 상당히 내 눈에 밟히는게 하나 있었으니 그건 바로,





이 철제 집기다.

아마 Decade Shop에 방문하는 대부분의 '외국인을 뺀' 손님들은 이 집기에 의아해 할 수도 있을 것이고 실망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나도 사실 이게 굉장히 의아했다.

아무리 소규모 소자본으로 시작하는 샵이라지만 이 집기의 선택은 좀 너무한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었으니 말이다.

그도 그럴것이 아마 이 집기에 대한 사람들의 생각은 거의 공통적으로 '창고에서나 쓰는' 철제 집기일 것이니까- 그렇지 않나?

헌데 얘기를 들어보니, 에릭과 제롬은 이 집기에 상당히 만족을 하고 있는것 같았다.

심지어 이 집기에 대해 모르고 있다가 우연히 들렀던 페인트 가게의 안쪽 창고에서 이 집기를 보고

정말 굉장하다 - 합리적인 가격에 튼튼하기까지 하다 - 라는 이유등으로 완전히 꽃혀서 이 집기를 이렇게 쓰게 되었다고 하더라.

이런 이야기를 들으니까 이 집기가 그때부턴 참 재밌게 보여지더라 ㅎ

우리네 사람들과 같은 공간에 있지만 사물을 바라보는 마인드나 접근방식이 완전히 다른걸 보니,

거꾸로 우리가 외국의 빈티지 집기들을 보고 감동 받는 것과 같은 이치이려나? ^^;





말이 나왔으니 말인데, 바로 옆에 있던 이런 빈티지 서랍장.

요새 내가 SNS에 대고 가끔 '나 요즘 빈티지 인테리어에 관심이 많아졌다' 라고 썼었는데

이런 아이템들 보면 자꾸 가슴이 두근두근거려서 큰일이다;

Decade Shop 제일 안쪽에 자리하고 있던 이 서랍장은 미국에서 직접 공수해 온 귀한 녀석이라고 하던데

아래 서랍들은 실제 악세사리 창고(?)용도로 사용 되어지고 있었다.

아 저 벗겨진 페인트 칠 하며, 덕지덕지 붙은 스티커 자국들 하며..

감동이네 감동 !





서랍장의 제일 윗칸은 이렇게 악세사리 진열대로 활용 되고 있었으며,





그 위에는 Alexander Olch의 타이들을 걸어놓아 공간 활용을 잘 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나저나 여기도 외국인,





저기도 외국인;

나도 떠들고 싶은데..

이 놈의 영어 울렁증..





샵 한켠의 벽에는 낯선 그림이 두 점 걸려있었는데,





대충 봤을땐 그림하고 사진을 섞은건 줄 알았는데 저게 전부 그림이라네;;;





이것도;;

이 그림들은 에릭과 제롬의 친구가 직접 그린 것으로 현재 2점이 걸려있는데 곧 2점이 추가로 더 들어올 예정이란다.

샵의 느낌과 잘 어울리는 그림이라 좋은 것도 좋은 거지만 그림 실력이 ㄷㄷㄷ





그 아래에는 Wings+Horns의 자켓들이 걸려있었는데

이 Wings+Horns는 국내에 처음 소개되는 캐나다 브랜드로 해외에서는 그래도 꽤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는데

국내에는 이제야 이렇게 소개가 되는구나 -

가격이 만만치는 않지만 그렇게 따지면 뭐 ^-^; 이렇게 이제 편하게 접해 볼 수 있게 된 것 만도 좋은 일이니깐 ㅎ





Monitaly의 이 헤링본 블레이저는 대충 보면 그냥 평범한 밀리터리 자켓 처럼 보여 무심결에 지나칠 수 있었는데,





보라 이 센스를.

단추가 모두 다르다!

작년부터 블레이저를 즐겨 입기 시작하면서 자주 했던 생각 중에 하나가

'단추를 바꿔서 달면 어떨까' 였는데, 이렇게 멋진 표본(?)을 실제로 보니 어마어마하네 정말 +_+





심지어 소매에 까지 !

아 이런 센스 정말 대단하다 ㅎ

역시 Yuketen의 의류 Monitaly 인건가?





Decade Shop이 노출되지 않은 곳에 있다보니 역시 이곳에 오는 분들도, 왔던 분들도, 그리고 앞으로 올 분들도,

다들 비슷한 취향을 가지고 즐기는 것 같더라. 옷차림도 거의 비슷비슷해 보였음 +_+





하지만 역시 외국인의 압박이 ㄷㄷㄷ



세로수길이라 불리우는 가로수길 뒷편에, 그것도 간판도 제대로 안보이고 무작정 찾아 돌아다니고 있으면 못찾을 확률이 80% 이상 될 만큼

쉽지 않은 곳에 자리하게 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Decade Shop 의 오픈은 가로수길에 분명 좋은 자극제가 되어 주지 않을까 싶다.

다양한 패션 스타일이 존중 받는 시대가 오려면 이런 채널이 더욱 많아져야 한다.

대기업에서 의류 사업을 확장시키고 대중에게 좀 더 트렌디한 모습을 어필하려는 것도 뭐 무작정 반대하는건 아니지만

이렇게 개성 넘치고 헤리티지 충만한 스타일들이 계속 자리잡고 성장할 수 있도록 적당한 선을 지켜주면서 비즈니스를 한다면

서로 윈윈하는 아름다운 사회가 실현되지 않을까 라는 공익광고 스러운 생각을 해보며..



Decade Shop ! 오픈 축하해요 !



PS - Decade Shop은 와플반트 건물 3층에 있습니다. 가로수길 HatsOn 매장 옆 골목으로 들어오시면 보입니다. 1시 부터 8시 까지 한다네요 ㅎ






+ 마무리






맥주 한잔씩들. 나는 오렌지 에이드로 마무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