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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Episode

근 1년? 만에 본 고등학교 동창들과 말도 안되게 패밀리 레스토랑 습격




고터.

내가 고터라는 말을 누구한테 처음 들었더라?

누군가가 나한테 고터 간다고 그래서 내가 고터가 어딘지 한참을 고민했었는데 그 친구가 고속터미널의 약자라고 그래서 내가 기겁을 했었는데..

고터.. 누가 이런 말도 안되는 줄임말을 만들었는진 모르겠는데 희한하게 입에 붙는다 착착;;;






아무튼 우리는 고터 옆 뉴코아에 있는 '애슐리'를 찾았다.

애슐리라니.

애슐리는 내가 대학생이던 시절, 생활비를 벌어보겠다고 방학 풀타임과 개강후 주말 알바를 했던 곳인데 ㅋ

그러고 보면 나도 참 별 알바를 다 했었구나 - 손님옆에 무릎꿇듯 앉아서 생글생글 거리며 주문 받고 그랬었는데 ㅎ






아무튼 그런 추억이 있는 애슐리를 그 알바때 이후로 한번도, 근처에도 가본적이 없는데 이렇게 와보게 되는구나.

그것도 고등학교 동창 남정네들과 말이다;;

이런 패밀리 레스토랑에 남자 여럿과 함께 와보긴 내 태어나서 처음이다 ㅋ






처음엔 여기가 푸드코트인가 했는데 애슐리가 기존 매장을 더 확장한듯;;

먹을게 그리 많은 곳도 아닌데 사람은 엄청나네 ㄷㄷㄷ






옛날엔, 그러니까 고등학교 다닐땐 진짜 다 똑같이 그냥 힙합바지 입고 다니고 그랬는데

이젠 정말 다들 캐릭터가 분명해진것 같다.

그만큼 나이도 들었다는거고 그만큼 각자 영역에서 잘들 지내고 있다는거고 뭐 그런거겠지 ㅎ









한 10분쯤? 대기하다가 들어가서 자리를 잡고 보니 이곳 반포 뉴코아에 있는 애슐리는 BBQ바 가 따로 있더라.

이 코너는 없는 애슐리도 있다고 그러던데 뭐 대단한건지는 잘 모르겠음.






애슐리가 신기한 친구들.






내 첫 접시.

따뜻할거라 생각했던 파스타는 냉파스타였고, 맨 앞에 보이는 갈색의 덩어리는 역시 따뜻할거라 생각했는데 차가웠다;;;









다들 배고팠는지 고개 숙이고 쳐묵쳐묵 -






날치알 볶음밥이었나 저건 맛이 괜찮았다. 덜 볶아져서 떡진 부분도 살짝 보였지만 용납할만한 수준 이었음.

왼쪽의 냉동 떡갈비 비슷하게 생긴건 정말 냉동 돌린듯 했는데 민망하게 너무 내 입맛이었음;; 초딩입맛;;






아무튼 어디보자, 내가 01학번이니까 고등학교 졸업한지도 벌써 10년이 됐구나.

참 그렇게 보니까 세월이 무섭기도 하고 안믿겨지기도 하고 ㅎ

기덕이는 우리 친구들 중에 가장 엘리트 코스를 밟고 있는 중이다.

현재 대학원에 재학중이며 올 여름쯤 미국으로 나갈 예정이라고 한다.

나가게 되면 오랫동안 한국에 안 올지도 모른다더라.

고등학교 다닐땐 야자 빼먹고 도망가다 걸려서 운동장 돌고 그랬던 친구인데, 이렇게 멋지게 성장하다니 이건 정말 언빌리버블 !






철민이는 쉐프 (라고 하기엔 아직 이른가? 그치만 내눈엔 이미 쉐프) 가 되어 있었다.

주방 직원만 열댓명 되는 큰 규모의 레스토랑에서 서열 3위란다.

내년이랬나 올해 말이랬나, 경연대회에도 나갈 예정이란다.

고등학교땐, 아니 뭐 졸업 후에도 우리 친구들 사이에선 가장 많은 놀림감이 되어줬던, 미안한 마음도 있는 그런 친구인데

이렇게 멋지게 성공해 있는 모습을 보니 참 대견하기도 하고 놀랍기도 하고 ㅎ






생각보다 매콤 이상의 매운맛을 보여준 멕시칸 볶음밥 같은거랑 감자튀김 ㅎ

밥 뒤에 있는 고로케 비스무리 한건 정말 맛이 별로였다;;;






선우는 방황을 많이 했더랬지 -

취미로 하던 음악 활동을 최근까지 해왔는데 그게 본업은 아니고, 뭐 쇼핑몰 일도 했고 의상 공부도 했고 이래저래 한게 많은데

현재는 웹디쪽 일을 하고 있다더라. 감각이 있는 친구라 진득하게 한곳에서 자리만 잘 눌러앉으면 바로 성공할게 뻔한 녀석인데

빨리 더 잘 됐으면 좋겠다.






현철이는 우리 친구들 중에 가장 예술가 다운 영혼을 가지고 있는 친구다.

연극계에 몸 담고 있지만 바람처럼 떠도는 (이라고 표현하는게 과장된거긴 하지만 아무튼 그런) 체질인 것 같다.

외국 여행을 다녀온 뒤로 깨달은게 많다며 본인은 때가 되면 꼭 한국을 뜰것이라며 앞으로 어떻게 살고 싶다 하는 소망에 대해 자주 얘기를 한다.






술을 그리 많이 먹는 우리들이 아니기에 오히려 이런 자리가 뭐 어색하긴 했지만 더 좋았던 것 같다.

그렇게 막 심각한 얘기만 한 것도 아니고, 분위기상 그렇게 되지도 않고 ㅎ

적당한 텐션이 오가는 그런 대화를 참 오래 한듯 -









생각해보니 이렇게 보는게 더 나은것 같았다.

식당과 커피숍을 이중으로 갈 필요도 없고,

술 기운과 담배 연기에 찌들 필요도 없고,

오래 있는다고 누가 눈치를 주지도 않고 먹고 싶은거 마음껏 먹을수 있으니 뭐 ㅎ

적어도 우리들 한테는 참 좋은 장소인듯 ^^


 



만나는 내내 이해하기 힘들었던 선우의 바지.

물론, 존중한다.






이렇게 밝고 아름다운 자리에서 만난건 처음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기에 다들 나와서 이거 뭐 어떡해야 하나- 고민을 하게끔 만들었지만

뭐 아무튼 참 깔끔한 자리가 되어서 기분은 매우 좋았다.



벌써 10년지기 (졸업 후부터 10년이니 실제로는 12년지기) 친구들이고 매번 하는 말이 나중에 안 좋은일 있을때 제일 먼저 만나게 될 친구들이라고

입이 닳도록 외쳐대던 그런 친구들이지만 정작 연락은 자주 안해왔던게 사실이다.

현철이 말대로 2달에 한번 정도 이런 자리를 만들어보는게 좋을것 같았다.

한달에 한번은 현실적으로 무리고.

10대에 만났던 우리가 이제 앞자리 숫자가 3으로 바뀐채 만나게 되었다.

그 숫자가 앞으로 몇이 될 때까지 보게 될지-

오래오래 보면 좋겠지 ㅎ

그래야지.. 그래서, 다들 웃어야겠지 계속..



반가웠어 ^-^

고향 같은 친구들아 -

화이팅 하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