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매체를 통해 서태지의 데뷔 15주년과 함께 코엑스몰에 그를 기념하는 기념관이 생겼다는 소식을 들었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 나를 이끌어준(?) 서태지 이었기에 더욱 감회가 남달랐고-
비록 "태지형님을 모시는 광신도"까지는 아니지만 나름 "태지빠"라고 자부하는 나였기에
기념관이 철수하기 전에 꼭 봐야 겠다는 생각에 오늘 코엑스몰 메가박스내의 서태지 기념관을 찾았다.
기념관은 메가박스 한켠에 자리잡고 있었다.
입구에는 멀리서도 또렷이 보이는 "SEO TAI JI 15th Anniversary Zone" 간판이 자리잡고 있었고
그 양 옆에는 서태지가 그동안 발매했던 모든 음반들과 추억의 자료들이 전시되고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에 관한 추억의 자료들이었지만 이것들을 보는순간 내 머릿속에서는
벌써 10여년을 거슬러 올라간, 90년대 초반의 내가 보였고 잊고 있던 옛 기억들이 새록새록 돋아나고 있었다.
그땐 나도 분명 저런 포켓북 스타일의 대중가요 악보책을 들고 다녔었는데 ㅎㅎ
개인적으로 베어브릭에 별 관심 없는 나이지만 이 태지브릭은 참 탐이 나더라.
자세히 보면 왼쪽부터 차례대로 1,2,3,4집 그리고 태지 솔로의 모습들을 표현했음을 알 수 있다.
하늘벽.
당시 14살이었던 정현철이 단지 "그룹사운드"라는 말이 멋있어서 결성했다는 그룹사운드 "하늘벽".
어린나이에 할줄 아는것도 없고 음악에 대해서도 잘 몰라서 그들은 들국화의 노래로 실력을 쌓아가기 시작했다.
부스에 마련된 mp3 플레이어를 통해 잠시 1985년으로 거슬러 올라가 보았다.
음질이 썩 좋진 않았지만 서태지가 역시 다르긴 다르구나 새삼 깨달을수 있었다.
여담이지만 전시장을 돌면서 뭐랄까.. 살짝 놀랬다고 해야 할까-
모든 기기가 삼성의 것이었는데, 참 삼성의 파워가 대단하다- 라는 생각이 머릿속 한켠에서 떠나질 않았다.
음악을 듣다가 잠깐 고개를 들어보았는데 천장이 아주 멋있었다.
수많은 LED로 반짝거리는 가운데 "SEO TAI JI 15th Anniversary"라는 문구가 계속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음악을 다 듣고 뒤쪽에 보이는 다른 섹션으로 발길을 옮겨봤다.
서태지와 아이들 시절부터의 모든 뉴스기사와 잡지 스크랩 그리고 멀티미디어 영상까지
서태지에 관련된 모든 데이터베이스를 한자리에서 훑어볼수 있는 섹션이 있었다.
나도 잠깐 앉아서 봤는데 정리는 꽤 잘 되어 있었는데 매뉴얼은 그다지 쉽지가 않은것 같아서 살짝 아쉽긴 했다.
시나위.
서태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마 다들 서태지가 그룹사운드 시나위의 베이스기타 출신이라는건 알것이다.
지금보면 참 촌스럽지만 한때 대한민국 락음악계를 이끌었던 시나위의 포스는 분명 대단하다.
분명..대단하다..-_-;;
사진만 보아도 알수 있지 않나 ㅎㅎ
한쪽에서는 서태지의 취미생활을 엿볼수 있는 코너가 전시되어 있었다.
서태지가 어덜트키즈라는건 익히 들어서 알고 있었다.
RC카를 비롯한 많은 장난감들을 보며 정말 다시한번 부러운 순간이 아닐수가 없었다.
위의 위풍당당몬스터와 아래의 위풍당당몬스터 아들내미는 분명 다른 모델이다 +_+
이렇게 쭈욱 보고 있자니 괜히 나도 RC 모빌이 사고 싶어졌다.
물론 가격도 비싸고 나에게 전혀 필요가 없다는걸 알고 있기에 실제 구매로까지 이어지지는 않겠지만
어찌나 부럽던지.. 마치 서태지 기념관이 아니라 장난감가게에 온듯한 느낌이 들었다.
둘러보고 있다가 알게된 사실인데 가만히 보니까 10대 여고생이 상당히 많았었다.
서태지를 아는 세대라면 분명 내 또래인 20대중반 혹은 그 윗 연배가 대부분일테고
실제로 전시관을 찾는 많은 관람객또한 그럴줄 알았는데 예상외로 10대 여고생들도 상당수 눈에 띄었다.
역시 서태지이기에 가능한 일인가?
재미있는 섹션이었다.
서태지하면 역시 안경을 빼놓을수가 없는데
그가 데뷔이래 착용했던 모든 안경만을 모아놓은 코너였다.
그리고 이런 재미있는 질문까지 던지고 있었으니-
난 보자마자 한눈에 알아맞췄는데..
혹시 당신은 어떠하신지?
실제 사람의 크기에 가까운 태지브릭의 판넬 옆에는 서태지에게 보내는 메세지를 적을수 있는 보드코너가 있었다.
나도 한마디 적어놓고 오긴 했는데
다 적고나서 보니까 어찌나 유치하던지 -_-;
반대편에서는 서태지를 있게한 악기와 장비들 그리고 의상들을 만나볼수 있었다.
"서태지와 아이들"이라는 이름으로 발매한 마지막 앨범에서 만나보았던 샛노란 기타는 여전히 나에게는 레전드이다.
당시엔 거의 충격에 가까웠던 핑크빛에 가까운 빨간 머리에 체크남방, 그리고 이 노란색 기타가 있었기에
"필승"은 더욱더 머릿속에 또렷히 남아있을수 있지 않았나 싶다.
처음 봤다.
기타줄 안에 이렇게 스타답지 않게 소박하게 "만화 한컷을 잘라 붙여 놓았을 줄"이야.
"상쾌한 네 샤워같은 소리로 이 메마른 땅위에 비를내려 적시네 ~ ♬"
LIVE WIRE를 만들어낸 바로 그 기타도 볼수 있었다.
사실 일반인이 이렇게 입었다가는 외면당하기 딱 좋은 의상인데
서태지만의 느낌으로 이렇게 멋지게 소화해냈던 7집의상.
서태지를 우리에게 "남겨준" 도구들도 볼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참 탐이났던 자료들.
통째로 들어다가 우리집 방 한켠에 두고 싶었다.
가장 한으로 남는건..
역시 이 15주년 기념 패키지 앨범을 구매하지 못했다는것 ㅠ
아..
추가제작도 안한다고 하던데 ㅠㅠ
그저 침만 꿀걱 -
ㅠㅠ
블루레이로 태지의 콘서트 영상을 볼수 있던 코너였는데
안에 사람이 꽉 차서 들어가질 못했다.
그냥 밖에서 고개만 넣고 봤는데, 아- 역시 봐도봐도 그저 감동 뿐 +_+
기념관 센터에 독립부스로 자리잡고 있던 코너였다.
서태지의 "종이학" 3분 샘플링도 들어볼수 있었던 코너였는데
포인트는 그것보다도 이 독립부스의 외벽이었다.
멀리서 보면 그냥 알수없는 타일의 조합 같기도하고 페인트를 뿌려놓은것 같기도 했던 이 외벽은-
그동안 서태지에게 보내져온 수많은 종이학들과 학알들을 사용하여 만든 것이었다.
그리고 이렇게 몇몇개는 "주인을 찾습니다" 이벤트로 진행까지 하고 있었다.
예전에 보낸 것들이라는데 주인이 나타나면 특별한 선물까지 증정한다고 한다.
이럴줄 알았으면 나도 좀 접어서 보내놓을껄 -_-;
진귀한 자료들을 보았다는것 보다도..
종이학 샘플 사운드를 들었다는것 보다도..
가장 기억에 남는건 종이학 부스 한가운데에 로고마냥 적혀있던 태지의 문구였다.
A와 E가 붙어있는 END.
END도 아닌, AND도 아닌.
종이학 샘플 사운드에서 마지막으로 남긴 멘트처럼..
"빨리 너희들 곁으로 돌아갈께-"
A N D not E N D so baby don't cry-