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럽게 부산에 바람쐬러 가기로.
정말 아무 예고도 없이 당일 곧바로 "가자!"하고 가게 된 거라
어떤 에피소드가 만들어질 지 하나도 예측하지 못한 채 광명역에서 출발하게 됐다.
배가 고파 요기는 간단하게 롯데리아에서 산 간식으로 +_+
정확히 반년만에 다시 찾은 부산.
급 내려오게 된 거라 숙소를 어디에 잡을까 고민을 좀 했는데,
에어비앤비를 검색해보다가 광안리 해수욕장 근처에 하룻밤 자기에 괜찮은 곳이 보이길래 바로 부킹해봤다.
여기의 이름은 우드하우스, 에어비앤비에서 예약한 곳이지만 집이 아닌 일반 숙박업소였던 것이 특이했던 점이었다.
더 놀란 건 내부였는데, 밖에서 봤을 때는 건물이 아담하고 - 비록 깨끗하긴 했으나 - 딱 봐도 오래된 건물같아 보였는데
1층에 이렇게 예쁜 로비 겸 라운지 겸 (사장님이 직접 운영하시는) 카페가 있는게 아닌가 +_+
심지어 인테리어도 너무 깔끔하고 예뻐서 더 놀람.
아마도 리모델링을 새로 싹 한 모양이었는데 정말 너무 예쁘게 잘 만드신 것 같아 굉장히 마음에 쏙 들었다.
복도도 예쁘게 만드셨고, 방 사진은 따로 없지만 모든 집기나 설비들이 새단장한 느낌이라 새것 느낌이 나서 아주 좋았다.
좀 쉬다보니 어느덧 밤.
환하게 불을 밝힌 광안대교를 바라보며 좀 걷다가,
저녁식사를 하기 위해 민락공원쪽의 회센터를 찾았다.
1층에서 마음에 드는 횟감을 고르면 곧바로 같은 건물 윗쪽에 있는 횟집으로 안내해주는 시스템이었는데
여기 여사님이 너무 곱게 생기신것에 비해 거침없는 공격적 마케팅을 펼치셔서 얼떨결에 어마어마한 도미를 덜컥 구입하게 되었네 ㅋㅋ
그래도 너무 맛있게 잘 먹었음.
도미짱! 부산짱!
기분이 너무 좋아서 곧바로 2차로 광안리 해수욕장이 내려다 보이는 중식당으로 자리를 옮겨 또 이것저것 먹고 ㅋㅋ
겨울 밤바다를 즐기러 나온 많은 사람들과 함께 다시 한 번 광안리를 거닐다가,
결국 3차 ㅋㅋㅋㅋㅋ
몰라 여행은 그냥 먹는게 남는거 아니겠나 ㅋㅋ
기분 좋게 먹고 취하고 그런 맛이 있어야 스트레스도 풀리고 하지 +_+
=
다음날 아침.
묵었던 숙소가 참 건물 외관과 달리 어마어마하게 좋았다는 걸 새삼 느낀 게,
무려 조식이 무료 서브 된다 ㅠ
에어비앤비 보다가 그냥 작고 싼 방이었지만 깨끗해보여서 골랐을뿐인 곳인데 거의 미니 호텔 느낌 ㅠ
심지어 체크인/아웃시에 짐도 보관해주시니, 만약 다음에 또 광안리쪽에 숙소 잡을 일이 생긴다면 앞으론 고민 안하고 그냥 여기 잡을듯.
사장님도 너무 친절하셔서 기분도 좋았네!
체크아웃 후, 바로 광안리를 떠날 건 아니었기 때문에 숙소 로비에 짐을 잠시 맡겨놓고는 광안리 해수욕장쪽으로 나가봤다.
차도 기준으로는 1블럭밖에 안되는 거리기 때문에 금새 바다에 닿을 수 있는 것이 참 좋았다.
부산 팬서님 잠시 영접 후,
돼지국밥과
밀면으로 두번째(?) 아침 식사를 해결했다 ㅋㅋ
숙소에서 먹은 조식은 음, 에피타이저 정도랄까 ㅋㅋㅋㅋ
겨울이 끝나가는 것 같았던 부산 앞바다.
정확히 1년 전에도 동반자와 함께 이 곳을 찾았었는데,
이렇게 1년만에 다시 이 곳에 왔다.
노린 것도 아니었는데 생각해보니 그렇더라고.
그래서 기념 사진을 남겨봤다.
1년 전엔 사진 속에서 어색한 풋풋함이 제법 느껴졌었는데
이젠 둘 다 카메라 앞에서 잘 노는 것 같아 ㅋㅋㅋ
이제 광안리를 떠날 시간이 되어,
비빔당면 하나 마지막으로 또 먹어주고 ㅋㅋ 지하철을 타고 서면으로 움직여보기로 했다.
기억을 더듬어보니 부산에 오면 거의 남포동, 해운대, 광안리쪽에서만 시간을 보냈던 것 같아서
상대적으로 방문한 기억이 거의 없는 서면쪽을 둘러보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에서였다.
그치만 서면 번화가는 둘러보는 의미가 전혀 없을테니,
대신 바로 근처에 있는 전포 카페 거리를 돌아보는 것이 좋겠다 싶어 그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결론부터 말하면 이 곳은 서울로 치면 약간 문래동과 성수동을 적당히 섞어놓은 것 같은 느낌이 드는 곳이었다.
근대의 소규모 공장이나 관련 업종의 작업장이 모여있던 골목길에 젊은 세대가 유입되며
기존에 비어있는 공간들을 개성있는 카페로 탈바꿈시키기 시작했는데
그런 상점들이 하나둘 모이다보니 어느새 하나의 큰 상권을 만들게 된 셈이었다.
(네이버 지도에서도 대놓고 '전포 카페 거리'라고 이 지역을 표기하고 있었다)
구조상 메이저급 또는 매머드급 카페는 들어오기 힘들어보였는데
그래서인지 이 동네에 있는 카페들은 하나같이 아담하고 소박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저렇게 건물 뒷편 골목에까지 카페가 들어갈 정도로 이 동네 상권은 확실히 살아난 것처럼 보였음.
실제로 카페에 들어가보지는 않았는데 어쩜 그리 다들 저마다의 색깔을 다르게 가지고 꾸며놨던지 ㅎ
근데 그 카페 마다마다 이미 많은 손님들이 한가득.
이런 곳이 부산에 있었다니, 서면에 대해서는 아는 것이 거의 없었기에 (사실 그리 궁금하지 않기도 한 곳이라) 좀 놀랐던 것 같다.
참 재미있는 동네네 여기 ㅎ
그렇게 이 카페 저 카페 외관 구경하며 골목 골목을 누비다가, 우연히 작은 선술집같은 곳을 발견하게 되어 잠시 발걸음을 멈췄는데,
가만보니 안에 있는 손님들이 술을 마시는 게 아니라 밥을 먹고 있는 것 같아 여긴 뭐지? 하는 마음으로 내부를 들여다보게 됐는데
먼저 들어온 손님들이 먹고 있는 것을 슬쩍 쳐다보니 여기 뭔가 진땡같다는 느낌이 들었지만
안내되고 있던 브레이크타임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간이라 사장님께 혹시 식사가 가능하냐 물었는데
"1개 가능합니다"라는 대답이 돌아와 잠시 쉬면서 체력 보충할 겸 식사에 대한 궁금함도 해결해 볼 겸 그 1개를 먹어보기로 했다.
알고보니 여기는 '야타이미세'라는 전포동에서는 이미 소문 제대로 난 유명한 곳으로
낮에는 벤또 전문점, 저녁에는 실내 야타이(포장마차)로 운영되는 곳이었다.
좀 전에 사장님이 왜 1개만 가능하다고 했는지가 궁금했는데 점심에 판매하는 벤또가 40개 한정이라고 ㄷㄷㄷ 완전 럭키 ㅠㅠㅠ
전포 카페 거리 자체가 처음이었지만 이 동네에 대한 아무런 사전 조사를 하지 않고 왔던 상태라
우연히 들어오게 된 곳이 운 좋게도 엄청 유명한 곳이란 걸 알고나니 기분이 어찌나 좋던지 ㅋ
거의 이번 부산 급 여행에서 만든 에피소드 중 탑3안에 들 정도로 좋았던 순간이었다 ㅋ
본론으로 돌아와, 1층 바 테이블이 만석이라 2층에 자리를 잡았는데 여기 인테리어가 범상치 않다 싶었더니만
역시 사장님이 직접 일본에서 공수해 온 집기와 소품들로 꾸민 공간이라고 ㄷㄷㄷ
인테리어 자체를 깔끔하게 할 법도 한데, 인테리어의 큰 틀은 건물의 기본 골조를 그대로 두고
그 안을 채우는 세세한 것들을 일본의 느낌으로 살려내려고 한 것이 포인트 같았다.
그래서인지 정말 일본의 어느 오래 된 가정집 같은 곳에 들어 온 느낌.
그래서 아주 편안하고 좋았다 +_+
잠시 기다리니 좀 전에 1층의 손님들이 열심히 먹고 있는 것 같았던 바로 그 벤또가 우리 앞에 놓여졌다.
(그 와중에 저 테이블 위 타일 보소... 진짜 예술의 경지고 작품이다...)
궁금한 마음에 곧바로 뚜껑을 열어봤는데, 와-
진짜 와-
이 말도 안되게 아름다운 비주얼은 정말 뭐라고 설명해야 하는 걸까 ㅠ
벤또 안에는 따뜻한 밥 그리고 야타이 메뉴인 야키토리가 한가득이었는데,
무심하게 담아낸 듯 하면서도 하나하나 정성이 가득 담긴 느낌이라 정말 왕 감동 ㅠㅠㅠ
여기 발견 못하고 지나쳤으면 너무 억울했을 정도로 마음에 쏙 들었다 진짜 ㅠㅠㅠ
(나머지 반찬도, 접시도 모두 다 너무 예뻐 ㅠ)
이미 아침부터 많은 걸 먹었던 터라 동반자와 나 둘이서 벤또 하나 사이좋게 나눠 먹기에는 양이 딱 좋았다.
애초에 배를 채우러 들어간 것도 아니었고 그냥 너무 궁금해서 들어갔던 거라 대만족하고 나왔네.
근데 더 놀란게, 동반자랑 저 벤또 나눠 먹으면서 "근데 이거 얼마일까 우리 메뉴도 안보고 가격도 안 물었는데" 하는 대화를 나눴는데
우리는 대충 12,000원 내외쯤이지 않을까 했더니만 세상에... 저 아름다운 벤또 정식을 9,000원을 받데;;;;
계산할 때 너무 당황해서 "아니 왜 그것만 받으세요.. 더 받으셔도 될 거 같은데.."라고 하고 나옴 ㅋㅋㅋㅋㅋㅋ
아 진짜 너무 기분 좋게 멋진 곳에서 재충전하게 된 것 같아 엄청 신났네 정말!!
(내가 서있는 곳 뒤가 야타이미세의 출입구다. 진짜 엄청 작은 가게라 지나치기 쉽상임!)
계속해서 전포 카페 거리를 돌아다녀보다가, 그래도 이 동네 왔으니 여기 카페 한 번 가봐야하지 않을까 싶어서
그 중에 가장 마음에 들었던 카페 '플라스틱'이라는 곳에 들어가보기로 했다.
참 뻔하고 무심한 빈티지 어반 무드의 카페였는데
카페 사방의 시야가 뻥 뚫리는 유리 창으로 되어 있는데다 층고까지 높아서 채광이 잘 되니 답답한 느낌이 없어서 괜찮았던 것 같다.
음료 시키고 좀 쉬다가, 본방사수를 놓쳤던 무한도전 토토가3 H.O.T특집편을 찾아 봤음 ㅋ
아 정말 나도 어렸을 때 H.O.T 참 좋아했는데 ㅎ 팬클럽 같은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당시엔 H.O.T 아니면 젝스키스였으니까 -
이래뵈도 나 H.O.T 콘서트에도 가 본 사람임 ㅋㅋㅋㅋ
암튼 너무 반가웠다 진짜 ㅠ 저 다섯명을 다시 한 무대를 통해 볼 수 있게 됐다니 ㅠㅠㅠㅠ
그렇게 한참을 앉아 시간을 보내다가 또 전포 카페 거리의 나머지 골목도 돌아봤다.
마냥 앉아있을 수는 없으니!
근데 이 동네는 음,
재밌었는데 한 번 돌아봤으니 된 것 같은 느낌?
굳이 내가 이 동네를 또 찾아올까 하는 생각이 들더라.
난 그냥 부산하면 바다 보고 낙곱새나 먹고 그러는게 제일 좋아 ㅋ
(야타이미세는 제외. 거긴 또 가겠냐 물으면 기꺼이 그러겠노라 말할 수 있을 정도였음!)
그래서 전포 카페 거리를 벗어나,
곧바로 남포동으로 이동했다.
서울로 돌아갈 시간이 점점 가까워지니 슬슬 부산역 근처에서 대기타야 하니까 ㅠ
부산에서의 마지막 식사는 낙곱새로 정했다.
난 역시 부산 음식 중에 낙곱새가 제일 좋아.
회도 좋고 돼지국밥, 밀면 이런거 다 좋은데, 확실히 난 낙곱새가 제일 좋더라.
이젠 서울에서도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는 음식이 됐지만 그래도 부산 와서 먹는게 또 다른 맛이 있음 ㅋㅋㅋ
앞으로도 항상 찾을께 개미집 +_+
분명히 방금 '마지막 식사'라고 했는데 ㅋㅋㅋ
좀 민망하지만 아무튼 디저트는 확실히 먹어야 할 것 같아서 바로 국제시장 분식골목으로 가서 이것저것 먹기로 했다 ㅋㅋㅋ
내사랑 지짐이랑 떡볶이로 간단하게 +_+
아 오늘 진짜 부산 와서 먹어봐야 할 건 다 먹어본 것 같다 ㅋㅋ
아침부터 돼지국밥, 밀면, 비빔당면, 낙곱새, 지짐이랑 분식일체 ㅋㅋ 전날 밤에 회까지 먹었으니 진짜 부산 맛기행 풀코스네 ㅋㅋ
(납작만두까지 먹은 건 우리만의 비밀)
이제 진짜 부산역으로 돌아갈 시간 ㅠ
지하철 타기 전에 잠시 서점에 가봤는데, 마침 궁금했던 데이즈드 코리아의 태양 & 효린 커플 화보집이 있길래 잠시 구경해봤네.
아 이 사진은 정말 역대급인듯.
웨딩 화보를 뻔하게 찍지 않을 수 있는 좋은 교본이다 정말 ㅠ
나도 저런 사진 찍어보고 싶네 +_+
이젠 진짜 떠날 시간.
부산 안녕 -
언제 또 올진 모르겠지만, 그 때까지 이 간판 그대로 놔둬줬으면.
대학생 때부터 계속 보고 있는 간판인데, 아직까지 남아있어줘서 참 고마운 간판이다.
앞으로도 계속 문화재마냥 잘 살아남아주길.
폰트 너무 올드스쿨이라 좋단말야 ㅋ
설 연휴의 끝자락에서 찾은 부산역.
역시 인산인해구나.
열차 탑승할 때까지 잠시 평창 동계 올림픽 경기 시청하다가 무사히 열차 잘 타고 서울로 돌아왔네 ㅎ
아 - 진짜 아무 계획도 없이 갑자기 내려가게 된 부산이고
하필 설 연휴때라 돌아오는 열차표 구하기가 어려워서 맘 졸였는데
다행히 아무 사건 사고 없이 잘 쉬다 돌아올 수 있어서 너무 다행이었던 것 같다 +_+
갑작스런 부산행이라 예정에 없던 지출도 많이 하고 생각보다 너무 많은 음식을 먹고 와서 살도 엄청 찐 것 같지만
그래도 여행은 목적없이 생각없이 맘 가는대로 움직이고 하는 그 맛이 있어야 여행이니까 ㅋ
앞으로 또 화이팅 할 수 있을 만큼 리프레쉬가 된 것 같은 이틀이라 아주 뿌듯하다.
이제 다시 일상으로 돌아가야지!
빳샤!
+ 추신
KTX 타고 서울역에 와서 밖으로 나와보니 택시 타려는 줄이 무슨....
저 뒤까지 ㅋㅋㅋㅋ 거의 200미터는 되는 것 같았는데 ㅋㅋㅋㅋ
이미 새벽이었던 터라 버스도 없고 나는 어떡하나 걱정하다가 하는 수 없이
카카오택시 부르면서 잡힐 때 까지 옆 동네쪽으로 걸어서 움직였는데
진짜 한 10분 걸은듯 ㅋㅋㅋㅋ 정말 옆 동네까지 가서야 겨우 택시를 잡았네 ㅠㅠㅠㅠ
마무리가 좀 힘들었어 ㅠㅠㅠㅠ
그래도 무사히 택시 잘 타서 다행 ㅠ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