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진에서의 아침이 밝았다.
나가사키에서 묵었던 토요코인은 조식이 기본 포함이라 그냥 편하게 조식을 챙겨먹었었는데
여기 더 비 후쿠오카 텐진 호텔은 그런 시스템이 당연히 아니었기 때문에 룸 예약시 조식을 포함하는 것으로 예약을 해두었다.
그래서 아침에 조식을 먹으러 내려왔는데, 여기는 조식을 먹는 곳이 호텔 내부에 있는 레스토랑 같은 곳이 아니고
같은 건물의 1층에 입점해 있는 작은 캐주얼 식당을 이용하는 것이었던 게 좀 재밌었다.
근데 은근히 조식 옵션이 잘 구성되어 있어서 뭔가 대접받는 느낌 들고 좋았음.
조식 불포함으로 예약했으면 아쉬웠을뻔!
나는 이런 셋트를 골랐다. (신기하게 여기는 음료를 1인당 2개를 고르도록 되어있다. 그래서 나는 주스와 우유를 선택함)
동반자는 이런 셋트를 주문했는데 역시나 일본 느낌 가득 담아 귀엽고 정갈하게 내어주더라.
다 뭐 예상 가능한 그런 정도의 맛이었는데 좀 인상적이었던 건 우유였음.
난 그냥 흰 우유를 준 건 줄 알았는데 저기에 설탕을 넣은 것 같더라고?
왜 그 있잖아 흰 우유에 시리얼 넣어 먹고 나면 그 우유 맛이 시리얼의 설탕 가루 때문에 달달해지는 거 -
딱 그 맛이 나서 굉장히 깜짝 놀랐음 ㅋ
(그래서 아주 기쁘게 즐겁게 마셨지 ㅋㅋㅋ)
귀엽게 나온 커피까지 싹 마시고 우리는 밖으로!
이번에는 텐진 지하상가로 들어가봤다.
후쿠오카에서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상점가답게 역시나 스케일이 bbb
마침 크리스마스 무드 가득 담은 전구가 천장에서 예쁜 빛을 뿜어내고 있어서 더욱 즐거워진 기분이었다.
(그래 맞아! 드디어 12월 25일, 크리스마스네!)
(꼴이 엉망이었지만, 내 생일이기도 하고!)
쎈스!
오늘은 가 볼 곳이 있었기에 덴샤를 타고 이동을 했다.
후쿠오카의 덴샤는 지난 여름에 왔을 때도 인상적이라 생각했던 부분인데,
저렇게 각 역의 이름 앞에 각기 다른 그림이 그려져 있더라.
그 동네의 무언가를 상징하는 것이겠거니 하고 있긴 한데, 무슨 의미인지 좀 궁금함.
암튼 내릴 곳을 헷갈리지 않을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서 그런 부분에서 아주 칭찬할만한 작업이라고 생각했음 ㅋ
우리가 넘어온 곳은 기온 역이었다.
텐진 역에서 하카타 역으로 가는 방향에서 하카타 역 바로 전 정거장이 바로 이 기온 역인데
하카타 역이랑 얼마나 가깝냐면 기온 역에서 지상으로 올라오면 저 멀리 하카타 역이 그냥 바로 보임 ㅋ
이런 신기한 버스도 보임 ㅋ
기온 역에서 내린 이유는 바로 이것 때문이었다.
후쿠오카에 오면 꼭 들러야 하는 쇼핑 스팟 중 하나인 디앤디파트먼트(D&Department) 후쿠오카 챕터.
그리고 함께 붙어있는 꼼데가르송(Comme Des Garcons) +_+
사실 지난 여름에 후쿠오카에 처음 왔을 때 꼭 가보고 싶었던 곳 중 하나였는데
어찌저찌 휴가를 보내다 보니 이쪽으로 올 시간이 딱히 나질 않아서
(심지어 그나마 시간을 뺄 수 있었던 날은 이 곳이 휴점하는 날이었...)
아쉽게 방문하지 못했던 곳이었다.
그래서 이번에는 꼭 구경하고 말리라! 하는 다짐을 가지고 오게 된 것이었음.
디앤디파트먼트는 이제 서울에도 챕터가 생겨서 가끔 들르고는 있지만
그래도 일본의 규모나 디테일을 따라갈 순 없지.
정말 여긴, 아 -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1시간은 우습게 보낼 수 있는 그런 곳이다 +_+
귀여운 소파도 보고,
이것 저것 잡동사니 구경.
사진에는 없지만 이 곳 디앤디파트먼트 후쿠오카 챕터에서는 패션 카테고리를 다루는 섹션도 만나볼 수 있었는데
일본 전통 방식으로 만든 방한용 도포가 그것도 너무 예쁘게 만들어진 도포가 행거에 주루룩 걸려있어서
진짜 한참을 그 앞에 서서 입어보고 바라보고 만져보고 그랬던 것 같다.
우리가 정말 살 것처럼 굴자 아예 점원 한 명이 붙어서 옷 소개도 엄청 해주고 그럴 정도로 ㅎㅎ
(하지만 깔끔하게 단념하기로 했음)
역시 디앤디파트먼트답다는 생각을 하며 함께 붙어있는 꼼데가르송 매장도 둘러보기로 했다.
꼼데가르송 매장은 매번 느끼지만, 그 특유의 고요함이 정말 사람 숨 막히게 하는 경향이 좀 있는데 ㅋㅋ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매장을 떠날 수 없게 만드는 묘한 기운이 있음 ㅎㅎ
그래서 이번에도 한참을 서성이며 이것 저것 구경하고 그랬는데,
결국 운명의 장난처럼, 이걸 사들고 나오게 되었다는 후문.
ㅋㅋㅋㅋ
참 예쁜 콘비니를 바라보다가,
동반자의 감각적인 촉이 "저 곳이 맛집이다"라고 말해준 덕분에 디앤디파트먼트 근처에 위치한 이 곳에서 점심 식사를 하게 되었다.
이 곳의 이름은 '슌게츠안', 우리식으로는 '춘월암'이라는 이름을 가진 소바&우동 전문점이었다.
식당 내부는 그리 넓지 않은데, 층고가 높고 창문이 세로로 길게 나있는 구조라 답답함같은 건 느껴지지 않았다.
그리고 테이블 구조가 좀 신기했는데,
이렇게 생겼음. 뭔가 고속도로 휴게소 같은 느낌이 살짝 나더라고? 그냥 대충 와서 앉아서 후루룩 먹고 훌쩍 나가면 되는?
우동과 소바 모두가 유명한 곳 같았는데 우리는 겨울이니 우동을 먹는 게 좋을 것 같아 우동을 주문해 봤다.
(근데 다른 손님들 중엔 소바를 먹는 분들도 제법 많았다. 온소바로)
아니 근데 무슨 우동이 ㅋㅋ 이렇게 커 ㅋㅋ
심지어 사이즈를 선택할 수 있다길래 가장 기본 사이즈로 시킨건데 ㅋㅋ
(사이즈는 그릇의 사이즈가 아니고 면발의 양을 말하는 거다. 면을 최대 3곱빼기까지 시킬 수 있었다. 추가비용 없이)
전에도 그랬지만 이번 여행에서 유독 많이 느끼고 있는 건,
정말 동반자가 이런 걸 찾아내는 능력이 좀 대단한 것 같다는 거다.
사전에 같이 찾아본 곳도 아니고, 여행 와서 검색을 따로 해본 것도 아니고, 그냥 길 가다 시선이 꽂히는 곳 앞에 가서
대충 기운 좀 보고 맛집 여부를 판단하는 건데 그 적중률이 생각보다 높아서 좀 놀랬음.
여기도 우리가 식사를 하고 있는데 정말 사람들이 계속 들어와서 진짜 유명한 맛집이라는 걸 새삼 느꼈을 정도니까.
근데 그걸 또 우리는 별다른 웨이팅도 없이 먹었으니, 참 신기해 그게.
나야 뭐 덕분에 맛있는 음식 잘 먹었으니 너무 좋을 뿐 +_+
다시 텐진으로 돌아와서,
잠시 무인양품에 들러 스퍼트를 내기 위한 당 충전을 좀 해주고,
또 귀여운 일본 편의점 입구 구경 좀 하다가,
(난 왜 이렇게 편의점 쳐다보는 게 좋지?)
다이스앤다이스에 이어 동반자와 내가 또 함께 좋아하는 샵, '어 파트 오브 아파트(A Part of Apart)'에 들렀다.
사실 전날 텐진에 막 왔을 때도 들어갔었는데 그때 비가 너무 쏟아져서 외관 사진도 못찍고 뭐 아무튼 ㅎ
여기서 우연히 마음에 드는 코트랑 바지를 하나 발견했는데 그게 자꾸 머릿속에 맴돌아서 입어보기라도 하려고 재방문 한 것이었다.
사이즈는 괜찮았고 옷도 너무 예뻤고, 그리고 역시나 예상대로 가격도 좀 쎘는데,
한국에서 절대 못 볼 옷 같아서 그냥 큰 맘 먹고 지를까 고민을 엄청 했지만
그냥 쿨하게 잊기로 하고 돌아나오게 되었다. 그냥 뭔가, 뭔가가 좀 내 발목을 살짝 붙잡는 기분이라 ㅎ
(근데 웃기게도 ㅋㅋ 쿨하게 못 잊음 ㅋㅋ)
이후에는 스투시(Stussy)에 들러서 또 비밀의 무언가를 사고,
텐진 크리스마스 마켓 앞에서 봤던 그 패딩턴 버스도 다시 보고,
텐진 지하상가에도 다시 들어갔다가,
결국 여기 포터(Porter) 매장에서 또 무언가를 사들고 나오고 ㅋㅋㅋㅋ
그리고 해가 뉘엿뉘엿 지기 시작할 때 즈음, 우리는 텐진을 떠나 다시 나가사키로 넘어가게 되었다.
굳이 이 짧은 일정을 숙소를 3번이나 옮기고 시외 버스를 2번이나 타는 무리한 스케쥴로 잡은데엔 좀 말 못할 사연이 있었지만,
이 또한 우리에겐 즐거운 추억이고, 실제로 동반자와 나는 매 순간 모든 장소에서 즐겁게 여행하고 관광하는 기분을 느꼈으니
그걸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아쉬움은, 언제 어느때나 결국은 있기 마련이니까. 그런 건 굳이 생각할 필요 없는거지 ㅎ
안녕 후쿠오카. 다음에 또 만나자 +_+
그렇게 다시 돌아온 나가사키.
마지막 숙소는 정말 잠만 자면 됐기에, 그리도 여기서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야 했기에 최대한 이동이 편한 곳을 찾다 발견한
'APA' 호텔로 정했다. APA는 비즈니스 호텔로는 유명한 프랜차이즈고, 나는 전에 도쿄에서 한 번 이용해 본 적이 있어서 걱정이 없었다.
그나저나 이 곳 역시, 내 예상 범위 이상으로 우리의 이동 동선 내에서 최적의 위치에 자리하고 있었다는 걸
실제 이 곳에 가서 알게 되어 내가 속으로 진짜 소름 끼치게 놀랬음.
난 정말 왜 이렇게 숙소 위치 선정을 잘하지? 왜지?
가서 보니까 진짜 버스 터미널의 바로 옆 건물이더라고? ㅋㅋ 공항 갈 때 버스 타려면 버스 터미널로 가야 하는데? ㅋㅋ
나가사키로 돌아왔을 땐 이미 해가 져 있었다.
다음날 아침엔 새벽같이 눈을 떠 숙소를 나와 공항으로 이동해야 했기에 사실상 이것이 이번 여행의 마지막 만찬 자리였다.
그래서 뭘 먹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다가 일단 동반자와 터미널 주변을 한 번 돌아보기로 했는데,
마지막 만찬이니 가격대가 나가더라도 근사해 보이는 곳에 가보자 하고 몇 군데를 좀 쑤셔봤지만
역시나 예약 안했으면 안된다고 해서 못 들어가고
할 수 없이 방황 좀 하다가 나가사키 역 육교 근처에서 좀 만만해 보이는(?) 곳을 발견해서 무심코 들어가게 된 곳이 바로 여기,
'우오타미'라는 술집이었다.
와 근데, 여기도 동반자의 촉 때문에 들어오게 된 곳인데,
여기는 분위기도 좋고 서비스도 좋고, 무엇보다 주문을 아주 편하게 할 수 있는 시스템이라 그게 너무 좋았다.
심지어 우리에게 조용한 룸을 따로 내주어서 그게 너무 좋았음 ㅠ
나가사키에서의 마지막 만찬을 이렇게 기분 절로 좋아지는 곳에서 하게 되다니 ㅠ
(진짜 동반자의 초이스 스킬에 다시 한번 소오름;; 분명 같이 모르는 동네인데 이것 참;;)
여기는 주문을 이 태블릿을 통해 하면 되는 시스템이었는데
메뉴가 굉장히 다양해서 놀랐고, 그리고 한글 지원이 된다는 것에 다시 한 번 놀랬다.
(좀 재밌게도, 저렇게 러시안 룰렛이라는 복불복 메뉴도 별도로 구성해 두고 있었음 ㅋ)
지난 4일, 아무 탈 없이 무사히 여행할 수 있었던 것에 감사하며, 나마비루 건배!
그리고는 본격적으로 주문한 것들이 속속 테이블 위에 올라오기 시작 ㅋ
아 야키토리랑 굴튀김 너무 좋음 +_+
여기 놀랍게도 김치찌개도 있었 ㄷㄷㄷㄷ
좀 짜긴 했는데 너무 맛있어서 나는 밥까지 따로 주문해 밥이랑 막 먹었네 ㅋㅋㅋㅋ
동반자도 기분이 좋아보여 쏘 굿!
겨울 맞이 방어회는 겉을 살짝 익힌 걸로,
야키토리는 너무 맛있어서 하나 추가!
아 진짜 메뉴판 보면서 신기하다 싶은 거나 맛있겠다 싶은 건 막 눌러서 주문해 봤는데
진짜 하나같이 다 맛있고 퀄리티가 좋아서 내가 너무 깜놀했음.
내가 오죽하면 "이번 여행에서 갔던 모든 음식/주점 중에 탑3 안에 든다"고 했을까.
(물론 내 입맛이 좀 초딩입맛이긴 하지만 ㅋㅋ)
맛도 맛이지만 분위기가 너무 좋았기에, 나는 그런것도 엄청 반영을 많이 하는 편이거든 ㅎㅎ
암튼 마지막 만찬 장소로는 더할 나위 없이 좋은 곳이었다.
아주 나이스였어!
계산은 잘잘하게.
는 아니고 ㅋㅋ
그렇게 나가사키에서의 마지막 밤이 깊어갔다.
그리고 사실상, 이번 여행의 모든 일정은 그렇게 끝이 났다.
=
다섯째 날 아침. 이 곳은 버스 터미널.
처럼 보이겠지만 무려 나가사키 공항 ㅋㅋㅋ
진짜 여기는 공항이 너무 작아서 한국으로 치면 저기 어디 지방 소도시의 시외 버스 터미널이라고 해도 믿을 정도인듯.
아무튼 뭐, 무사히 잠을 잘 잤고, 새벽에 무사히 잘 일어났고,
그 덕분에 이렇게 무사히 공항에도 잘 도착을 했다.
좀 더 여유있게 움직였어도 솔직히 괜찮았을 텀이 있었지만,
나가사키라는 곳에 워낙 처음 와봤으니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몰라 그냥 좀 서둘러 움직였음 ㅇㅇ
공항으로 가는 버스 티켓은 첫 날 나가사키 공항에 내렸을 때 왕복으로 미리 구입을 해놨기 때문에 걱정이 없었고.
자칫 정신없을 뻔한 아침을 그래도 여유있게 활용할 수 있어 좋았다.
건강검진 받으러 가는 거 아니고 출국장 들어가는 길 ㅇㅇ
5일만에 다시 만나는 에어서울.
이제 한국으로 정말 돌아갈 시간이 됐구나.
그나저나 에어서울 로고 참 잘 만든 것 같다.
AIR의 A를 한글의 ㅅ으로, SEOUL의 O를 한글의 ㅇ으로 치환시켜서 '서울'의 자음이 되게끔 만들었던데 아이디어가 괜찮은 것 같았다.
아 그리고, 에어서울이 아시아나의 자회사라서 시설도 되게 괜찮았음. 보통의 저가 항공사 비행기내에서 보기 힘든 USB 충전 탭도 있고.
굿.
덕분에 무사히 잘 귀국했다.
포근한 곳에 있다가 한국 오니 엄청 추워서 좀 당황했지만.
무사히 컴백.
피곤하다.
끝.
+
2016년 크리스마스 즈음에는 친한 동생과 일본에 다녀왔다.
발을 다쳤던 상태라 제대로 걷지도 못할 때였지만, 크리스마스에 발 다친 채로 집구석에 누워있기 싫어 무작정 도망치듯 다녀왔었다.
2017년 크리스마스에는 동반자와 함께 일본에 다녀왔다.
내가 동반자를 처음 알게 된 때가 2016년 크리스마스 즈음이었다는 사실을 더해서 생각해보면, 좀 묘한 지점이다.
2017년의 시작을 동반자와 했고, 이렇게 또 2017년의 마지막을 동반자와 함께 했다.
처음에도 감사했고, 끝에서도 감사하고 있다.
참 잊지 못할 한 해로 기억 될 것 같다.
많은 의미에서.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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