멋, 義, 발란사. 콤마를 넣어 읽는건지 그냥 쭉 읽으면 되는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간판이 참 담담하다.
담담한 간판에 '멋'과 '義'라는 단어가 적혀있으니 자칫 헤어샵으로 볼 수 있을 것 같다.
허나 발란사(Balansa)는 수입 의류, 수입 액세서리를 취급하는 부산의 라이프스타일 편집매장이다.
라이프스타일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은 두 가지 이유 때문. 그 연유를 이제부터 소개하기로 한다.
간판이 주는 그 담담한 느낌과 다르게 매장 안으로 들어서면 활기 넘치는 느낌이 드는 것이 마치 순간이동을 한 것 같다.
한 눈에 옷, 신발, 모자, 잡동사니들이 한꺼번에 들어오니 여기가 대체 뭐하는 곳인가에 대한 궁금증이 마구 샘솟는다.
첫번째 이유는 여기에 있다. 발란사의 취급 품목을 패션이라는 카테고리로 국한지을 수 없다. 그래서 라이프스타일이라 부른 것이다.
지금부터는 내가 발란사 곳곳에 숨어있는 보석같은 아이들(!)을 소개하겠다.
대충 보기에도 연식이 굉장히 오래 되어 보였다. 나이키(Nike) 탑 퀄리티라니. 문구도, 폰트도 참 어마어마하다.
처음엔 어디에서 네모로 잘라와 프레임으로 만든 줄 알았는데, 원래 이렇게 만들어진 액자란다. 이런 엠디상품이 있었다니. 놀랍다 놀라워.
(발란사 김지훈 대표. 샤킬오닐 내한행사 취재차 부산에 들른 나를 위해 샤킬오닐의 CD가 있는지 찾아보겠다고 저렇게 수납함을 뒤적거리더라.)
다리가 아파 좀 앉아서 쉬고 싶었는데 지훈이는 내게 스케이트보드 데크로 만든 스툴을 가리키며 여기 앉으라고 했다.
(저 베이프 우산은 비가 올 것 같은 생각에 혹시나 하고 내가 챙겨 다닌 것)
부산에도 디 초콜릿 커피(De Chocolate Coffee)가 있구나. 아무튼 많이 지쳐있었는데 잘 됐다. 당 충전!
페코(Peko)! 발란사에서는 이 스틸 박스를 향 거치대로 쓰고 있었다. 통이 크네 아주.
발란사는 - 놀라지 마라 - 올해로 벌써 9년차에 달할 정도로 오래된 편집 매장이다.
지금은 그 비중이 많이 줄어들긴 했는데, 오픈 초기만 해도 패션 카테고리의 아이템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규모가 줄어든 만큼 취급 브랜드에도 변화가 좀 있었다.
일본의 더블탭스(Wtaps), 네이버후드(Neighborhood) 그리고 프랑스의 피갈(Pigalle)과 한국의 몬키즈(Monkids) 모자가 한쪽에 진열되어 있었고,
매장 안쪽에 나머지 옷가지들이 행거와 LP 진열장 위에서 새로운 주인을 기다리며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대충 보니 새상품도 있지만 역시나 빈티지 제품들도 섞여있는 것 같더라.
(그 와중에 눈에 띈 폴로캡 더미! 오랫만이다!)
모자 진열장의 반대편에는 김지훈 대표의 취향이 고스란히 녹아나는 음반들이 진열 되어 있었다.
방금 전 옷가지들을 소개할 때 잠깐 보였던 LP들도 그렇고, 발란사를 허투루 봐선 안 될 이유가 슬슬 보이기 시작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제부터는, 최근의 발란사가 집중하고 있는 카테고리에 대한 소개를 할까 한다.
패션 카테고리의 비중이 줄어들며 그 빈자리를 대신하기 시작한 것은 바로 해외 곳곳에서 찾아낸 진귀한 빈티지 수집품들.
빈티지의 가치를 알고, 즐길 수 있는 어른들을 위한 취향 저격 아이템이 최근의 발란사를 채워나가기 시작한 것이다.
타미야(Tamiya)의 빈티지 프라모델 키트는 발란사에서는 애교 정도랄까.
뭐 이정도가 기본이다.
저기 보이나? 한글로 '코닥칼라 두산현상소'라고 적힌거.
이런 걸 대체 어디서 구한거지?
메리 크리스마스!
딸랑딸랑 귀여운 소리가 '실제로' 나는 이 종은 KFC에서 나온 기프트!
무려 1988년도산! 서울올림픽이 열렸던 그 해 겨울!
이 컵은 좀 자세히 볼 필요가 있다. 보이나? 저기 컵 기울어져 있는 거?
사진이 그런게 아니라 실제로 컵이 옆으로 기울어져 있는거다 피사의 사탑마냥 ㅋ
이 컵은 일본에서 기린레몬소주 프로모션을 위해 제작했던 디즈니 에디션인데, 이 컵의 진짜 백미는 바로 지금 여기에 있다.
컵의 기울기와 그림으로 그려진 미키, 미니마우스의 동작을 함께 보자! 어때? 기가막히지? ㅋㅋㅋ 난 이거 보자마자 탄성을! ㅋㅋㅋㅋ
이건 태옆 감으면 오르골 소리가 나는 조각상이었는데, 그냥 음악만 나오는 게 아니라 저기 안에 연도 날고 흔들의자도 흔들리고....
이건 애니메이션 아톰(Astro Boy) 글라스 셋트.
패키지 너무 귀여워 ㅠㅠㅠㅠ
이 패키지는 근데 그림만 귀여운게 아니라 포장 구조도 귀엽더라. 컵이 귀여운 건 두말하면 입 아프고!
아, 호돌이가 그려진 OB맥주 컵이라니! 상태도 완전 새상품이던데- 이런거 정말 어디서 구한거지?
테니스 브랜드로 잘 알려진 윌슨(Wilson)의 챔피언쉽 프로모션 컵!
윌슨을 좋아하는 건 아니지만 노란색을 워낙 좋아하는지라 이거 충동구매 할 뻔 ㅠ
(난 이런 모습으로 넋을 놓고 있었다.)
이 글라스는 스탠드 부분이 기가막히네 +_+ 코카콜라(Coca Cola) 컨투어 바틀 모양이라니 ㅠㅠㅠ 이거 완전 탐났는데 ㅠㅠㅠ
코카콜라를 나도 워낙 좋아해서 가끔 이러저러한 빈티지 아이템을 서치해보긴 하는데,
이건 살면서 듣도보도 못한 컬렉션이라 되게 신기하게 봤다. 코카콜라WJ라니 +_+ 웨스트 재팬의 약자라네.
그래서 저렇게 일본의 서쪽 지역이 표시가 된 거라는 뭐 그런 어쩌고저쩌고 ㅋㅋㅋ
아무튼 이것도 신기한 녀석!
코카콜라의 다양한 프로모션 컵들이 보이는 가운데,
이거이거, 뭔가 범상치 않은 기운!
뭔가 했더니 펜실베니아의 펜스테이트 대학의 1982년도 챔피언쉽 우승을 기념하는 에디션이라고! 와 진짜 별 게 다 있구나 ㅋㅋㅋㅋ
난 일단 내가 태어난 해의 이슈라길래 괜히 더 관심이 +_+
앞서 말했듯 내가 코카콜라를 워낙 좋아해서 평소에도 빈티지 제품들 서칭을 정말 많이 하는데,
그때 알게 된 것 중 하나가 '음료가 들어있는 채로 된 미개봉품'을 한국으로 들여오는 게 쉬운 일이 아니라는 거였다.
그래서인지 이렇게 속에 음료가 그대로 들어있는 빈티지 컬렉션을 보면 뭔가 마음이 좀 숙연해진달까 ㅋㅋ "고생하셨어요.." 하고 싶어지는 기분 ㅋㅋ
이 콜맨(Coleman) 스탠드는 램프가 아니다. 생각없이 보면 그냥 랜턴으로 보일텐데, 잘 보면 유리관 속이 그냥 갈색 액체 ㅋㅋ
이쯤 얘기하면 대충 눈치를 채려나? 맞다. 이 콜맨 스탠드는 위스키를 담아놓은 술병이다 +_+ 그것도 무려 에이본 위스키! 완전 레어템!
실제 랜턴하고 크기를 비교하면 이렇다 ㅋㅋㅋ 완전 미니어처 수준임 ㅋㅋㅋ 귀여워 ㅠㅠㅠ
팬톤(Pantone)에서 이런 칫솔 셋트까지 만들었는 줄은 미처 몰랐네?
그나저나 이쯤 보니... 지훈이는 대체 이런 걸 어디서 어떻게 구하는건지가 너무 궁금해....
출처를 알 수 없겠는 몽당연필들.
이것도 파는거라고 ㅋㅋㅋㅋ
근데 그 옆에 이건 좀 신기하더라.
디자이너들이 연필 다 써갈 때 즈음 잡기 편하도록 몽당연필 끼워서 쓸 수 있게 만든 펜대!
70-80년대 감성 물씬!
연필들 지우개 클라스 보소 ㅋㅋㅋㅋㅋ
빈티지 스타트랙 키홀더들 ㅎㅎ
코카콜라 해피캔!!
코카콜라 해피캔은 코카콜라 재팬이 진행하는 깜짝 이벤트의 사은품이다.
일본 전역의 음료수 자판기를 대상으로 실제 코카콜라를 구매하는 사람들에게 랜덤으로 코카콜라 대신(?) 증정되는 '가짜' 코카콜라 ㅋㅋㅋ
그 안에는 이렇게 이어폰이 들어갈 때도 있고 호루라기가 들어갈 때도 있고 또 다른 게 들어가있기도 하다는데 아무튼 ㅋㅋㅋ
이거 얘기만 들었지 실물로는 처음 보는데 ㅋㅋㅋ 신기하닼ㅋㅋㅋㅋ
이건 또 뭐야 ㅋㅋㅋㅋ 어린이나라 LP 라니 ㅠㅠㅠㅠ 완전 귀엽다 ㅠㅠㅠㅠ
집에 LP를 돌릴 수 있는 그 어떤 기기도 없었지만 이건 그냥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절로 들었는데
아쉽게도 이건 이미 솔드아웃 되어있던 상태라 나는 그저 침흘리며 바라만 봐야했ㅠㅠㅠㅠ
근데 정말 여기 별별게 다 있네...
클래식 쩐다 진짜....
가운데 소니 카세트 플레이어 정말 ㅠㅠㅠㅠ
이건 내쇼날(National) - 이라고 읽어줘야함! - 의 포터블 LP 플레이어!
뚜껑 열면 이렇게 뙇! 완전 귀엽던데!
(매장 중앙 아일랜드 밑에도 이렇게 다양한 LP들이 +_+)
이건 무슨 티셔츠인가 했는데 발란사에서 아동용으로 만든 ㅋㅋㅋ
(같은 그래픽으로 성인용도 있다. 빈지노가 입어서 화제가 되기도 했다지)
이런 골동품(?) 취급점을 자주 돌아다녀봐서 이제 제법 노하우가 쌓였는데, 그 중 하나를 공유하자면 이런 팁이 있다.
"사장님 자리 혹은 카운터 주변에 꼭 보물이 숨어있다" ㅋㅋㅋ
여기 발란사에서도 그건 여지없이 증명이 되었는데, 여기 구석에 쌓여있던 타미야 키트 박스 사이에서,
이걸 찾았거든 후후후 -
토요타 하이에이스 퀵 딜리버리 버스 리트로 버전 신품!
이게 이런 곳에 숨어있었다니!
완전 반갑잖아!
아 - 이거 기억나는 사람? ㅠㅠㅠㅠ
이거 발견하자마자 좀 뭉클했었어... 나 이거 어렸을 때 집에 진짜로 있었는데...
아 세월아...
ㅠㅠ
아트토이와 빈티지 토이들이 나란히 진열된 서랍장.
(사실 이 서랍장이 더 탐났...)
잘 보면 귀한 것들도 있고 뭐 ㅎㅎ
이거 귀엽노 ㅋㅋ
맥도날드 빈티지 컵들과
이거 뭐라고 부르더라? 이거 무슨 껌통 그건데. 이름을 까먹었네 아무튼,
또 쓰던 연필들 ㅋㅋㅋㅋ
발란사는 진짜, 진짜 별 걸 다 파는구나 ㅎㅎ
그 와중에 간지 좀 났던 배터 헬멧(Batter Helmet)들.
새상품이었나? 상태 완전 좋았던 미키마우스 전화기좀 보게!!!! 이건 골동품 수준이던데 +_+
이건 라코스테(Lacoste) 비치타월 ㅋㅋㅋ 아 정말 없는 게 없다 여기.
발란사엔 없는 것 빼고 나머지는 진짜 다 있는 것 같애!
나는 결국 여기서 빈 손으로 나오지 못했...
...
...
주옥같은 물건들이 더 많았지만 내가 더는 소개를 못할 것 같아 이쯤에서 멈추고 이야기를 좀 정리하자면,
발란사는 매장이고 물건을 파는 공간인데, 이상하게 김지훈 대표를 보는 것 같았다. 공간에서, 사람이 그려졌다.
아마도 김지훈 대표의 취향을 고스란히 타는 물건들만 모아놨기 때문이 아닐까 싶은데-
그게 바로 두번째 이유였다. 내가 발란사를 라이프스타일 편집 매장이라고 표현한 두번째 이유. 카테고리가 다양해서 그런것뿐 아니라,
김지훈 대표의 라이프스타일을 고스란히 담아냈으니까.
발란사에 가고 싶은 마음이 생겼다면, 이렇게 얘기 해주고 싶다. 아예 작정하고 가든지, 아니면 아예 가지 말라고.
왜냐고? 여긴 한 번 들어가면 무조건 뭐라도 사들고 나와야 할 것 같기만 한 곳이거든.
정말 각오 단단히 해야 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