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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리멘터(Andy Rementer)의 전시는 지난 11월 초에 이미 성료되었다.

다 지난 이야기지만, 언제 또 다시 볼지 모르는 전시이기에 포스팅을 굳이 새로이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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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리멘터는 미국의 그래픽 아티스트다. 베네통 그룹 산하 연구센터에서 근무한 경력도 있고 베를린, 런던 등에서 전시회를 연 이력도 있다.

내 블로그를 즐겨 보는 이들에겐 뭐 크게 와닿는 프로필이 아닐 수 있으니 조금 가깝게 설명을 더해보자면

라코스테 라이브(Lacoste L!VE), 온리엔와이(Only NY) 같은 패션 브랜드와의 협업을 포함한 다양한 상업적 교류를 잘 한 작가로도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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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목각 인형들도 일종의 콜라보레이션이라 볼 수 있다.

파라(Parra)의 조형 작품을 만든 것으로도 잘 알려진 벨기에의 창작 집단인 케이스 스튜됴(Case Studyo)와 협업한 작업인데

소재가 나무인 것이 특징이고 얼굴, 몸통, 다리가 각각 분리가 되기 때문에 다른 인형들의 파츠와 섞을 수 있다는 재미가 있다.

(그러니까, 장난감이라고 보는 게 제일 정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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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 리멘터의 작업은 늘 우리 가까이에 있는 모든 것들을 대상으로 한다.

우주, 종교, 신화, 과학 뭐 그런 어렵고 복잡한 것이 아니라 친구, 거리, 과일, 고양이, 담배꽁초, 자전거 같이

그냥 어디에서나 아무렇지 않게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그려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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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송파구에 위치한 갤러리 에브리데이몬데이(Everyday Mooonday)에서 열렸던 그의 첫 개인전에서 그런 모든 것들을 가감없이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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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봤던 그림의 일부분을 확대 촬영한 사진이다.

이번 전시의 메인 포스터에 쓰이기도 했던 'Fruitless'라는 작품인데, 뭐 내용 별 거 없다.

과일이 담긴 종이백을 든 아가씨가 길거리를 걷고 있는 뭐 그런 일상의 소경?

흔한 비둘기와 흔한 카페가 보이는, 정말 그런 소소한 일상의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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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지는 작품들에 등장하는 인물 역시 앤디가 평소에 주위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그린 것이라고 한다.

허구의 인물이 아니라 실존하는 인물을 그렸다는 점이 포인트다. (그래서 작품 이름이 전부 사람 이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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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징이 있다면, 이게 초상화는 아니라는 점. 그래서 머리나 모자, 얼굴색이 저마다 제각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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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품들을 보다 보니, '화려하다'고 느끼게 된 것이 단지 색감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걸 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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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만 보니 옷이나 머리(혹은 배경)에 화려한 패턴이 들어가 있는 걸 발견했기 때문인데,

이는 놀랍게도 앤디 자신이 실제로 패션에 굉장히 관심이 많아서라고 하네 +_+

(그리고 저기 저 호랑이는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동물이라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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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른쪽 작품에 있는 모자는 실제로 앤디가 가장 좋아하는 모자라고 한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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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다양한 패턴이 쓰였지?

(피부색이 저마다 다른 것은 다양한 인종을 보여주기 위함이라는 비하인드 스토리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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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심지어 이번 전시를 위해 아예 에브리데이몬데이 전시장 내 벽에다 그림을 그려버리기까지 했다.

의도된 것이냐고 도슨트 해주고 있던 대표님에게 물어봤는데 굉장히 즉흥적으로 이루어진 일이라며 +_+

이게 근데 굉장히 보기 좋더라 ㅎ 뭐랄까. 프레임 안에 갇혀있던 그림을 프레임 밖에서 보게 되니 기분이 묘하달까?

나와 그림 사이에 있던, 그러니까, 현실과 가상의 경계가 잠시 무너진 것 같다는 느낌이 참 좋았음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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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컬러를 잘 쓰기로 유명한 앤디는 특히 핑크와 오렌지, 이 두가지 색을 가장 좋아한다고 했다.

하지만 이 둘을 함께 쓴다는 건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라더라. 아무래도 키치한 느낌이 강하게 들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는데,

앤디는 그를 블랙과 레몬 컬러의 도움을 받아서 꽤 재미있게 잘 풀어낸 모습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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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도 분명하게 체크해야 할 것은, 앤디의 그림에는 절대적으로 우리의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것들이 소재로 등장한다는 것.

방금 전의 루프탑이나 여기 이 스트릿 같은 작품도 절대 허구의 무언가가 담겨있지 않다. 정말 우리가 친근하게 볼 수 있는,

우리 가까이에 지금도 존재하는 것들이 고스란히 그림으로 담겨져 있다는 것 ㅎ

그래서 아마도, 그렇게 밝고 강한 컬러들이 쓰였음에도 보면서 계속 편안하다는 느낌이 들었던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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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 그림 3점 중 왼쪽의 2점은 일종의 연작이라는 이야기도 함께 들었다. (역시 도슨트가 함께 해야 bbb)

방에서 한가로이 책을 읽고 있던 여주인공이, 그녀가 키우던 고양이가 열려있는 창문 너머로 사라져 버린 것을 알고 놀란 장면과

외출했다 돌아오는 밤 길에 갑자기 담벼락 위로 나타난 고양이를 보고 놀라는 장면을 그렸다네?

이런 스토리마저 지극히 일상적인 내용이라 나는 그런 일을 경험을 해보지 않았음에도 금새 고개를 끄덕이게 됐음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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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사를 굳이 넣어보자면 이 장면엔 아마도

"어?"

가 들어갈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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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도

"어?"

응??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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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데 이쯤 되니 궁금한 것이 한가지 생기더라.

왜 앤디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의 얼굴엔 고조된 감정선이 없는지. 그게 참 궁금했다.

정말, 다시 돌아 보니 웃고 있는 캐릭터가 어디에서도 보이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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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의 그림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볼 시간이 되었다는 뜻이라 느껴졌다.

밝고 화려한 색채에 가려, 앤디가 진짜로 보여주려는 것이 무엇인지를 놓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앤디는 내가 계속 이야기 했던 것 처럼 우리가 주위에서 너무나도 쉽게 볼 수 있는 모든 것들을 소재로 썼다.

도시의 일상. 결국 앤디는 지금 당신과 내가 속해있는 현재의 도시 그리고 그 안에 있는 우리를 보여주고 있었다.

그럼 생각해 보자. 우리는 얼마나 편안하고 행복하며 또 얼마나 즐거운가?

글쎄- 아마도 시원하게 대답할 수 있는 사람은 그리 많지 않을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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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과 내가 어느정도 가지고 있을 그 어떤 불안함과 쓸쓸함 같은 것.

앤디는 아마도 그런 것들을 보여주고자 했는지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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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층에서의 작품 관람을 마치고 지하 1층 카페로 내려와 나머지 작품들을 마저 봤다.

(가운데에 걸려있는, 피자를 들고 있는 안경 낀 여자 캐릭터는 앤디의 부인이라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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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화려한 색감과 달리 도시가 제법 쓸쓸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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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색감과 다양한 패턴이 집약된(?) 참 귀여운 그림.

접혀있던 선이 궁금해 물어보니 이건 전시와 별도로 대표님이 개인 소장하고 있던 앤디의 다른 작품이라고 ㅎ

노란색 좋아하는 내 눈에도 완전 예뻐보였다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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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 안에는 앤디가 협업했던 몇가지 브랜드가 함께 담겨있다고 했다.

그걸 의도하고 그린 건 아니고, 나는 일단 내 마음에 드는 스타일이라 이 그림이 참 갖고 싶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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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전시를 통틀어 가장 탐났던 건 이 작품이었다. (2층에 그 큰 그림들 다 놔두고 굳이 ㅋㅋㅋㅋ)

세상 온갖 음식들은 가 그려놨던데, 난 역시 어쩔 수 없나봐 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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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다 보고나서는 대표님이랑 앤디에 대해 좀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누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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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흥미로웠던 건 이 아파르타멘토(Apartamento)라는 인테리어 매거진이었는데,

이 책에 앤디가 그린 만화가 연재되고 있다는 소식이었다 +_+ 나름 스토리도 있다고 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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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대수롭지 않게 그냥 그런가보다 하고 보고 있었는데, 느낌이 이상해서 다시 보니,

이 만화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인테리어 소품이 실제로 존재하는 디자이너들의 실제 작품들을 그대로 그려낸 것이더라고? ㄷㄷㄷ

(저기 왼쪽 위에 아까 전시 처음에 봤던 목각 인형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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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는 그래서 본인이 평소에도 인테리어 디자인에 대한 많은 공부를 한다고 했다.

그 점이 나는 참 마음에 들었다. 겉핥기가 아니라, 실제로 그런 데이터를 자기 것으로 흡수한 다음에 다시 자기 스타일로 녹여내는 그런.

역시 프로는 아무나 되는 게 아니었어 0_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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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본 것이 아니라 정확히 무슨 이야기인지는 모르겠지만, 은근히 그림을 보는 것 만으로도 꽤 눈요기가 됐던 ㅎ

(역시 실존하는 건물과 인테리어 소품을 그린 것이다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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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쩌다보니 대표님이랑 거의 5시간 가까이 수다를 떨게 됐는데,

그것도 감사한데 이렇게 선물까지 챙겨주셔서 내가 배꼽인사를 다 했네 ㅋㅋ

아까 내가 마음에 들었다고 했던, 그 그림을 (심지어 비매품인데) 선물로 주시다니 오오오 ㅠㅠ

같이 챙겨주신 엽서까지도, 정말 완전 감사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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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디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했다. (심지어 아시아권에 와 본 것이 처음이랬다)

어떻게 여기서 전시를 하게 됐는지를 물었더니 대표님과 앤디의 인연이 이미 몇 해 전 뉴욕에서 닿아있었더라고?

암튼, 앤디는 한국에 와서 많은 것에 놀라고 신기해했다고 한다.

한국에 머무르는 내내 부인과 함께 가이드도 없이 서울 이곳 저곳을 구경하러 다녔다는 이야기를 들으니 나랑 비슷한 성격인 것 같아 공감도 됐고 ㅋ

2층 갤러리 가장 안쪽 벽 아래에 고양이 그림이 하나 그려져 있었는데 이건 어떻게 그려지게 된 것이냐 물었더니

앤디가 우연히 들어가게 됐던 고양이 카페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고 ㅎ (뉴욕에서는 본 적이 없다며) 그래서 그렸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나는 앤디 리멘터라는 작가에 대해 이전에는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오히려 이번 전시 때문에 알게 된 작가인데,

그의 그림도 그림이지만 이렇게 그의 인간적인 면모까지 듣고나니 그의 그림들이 정말 하나하나 대단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그 전엔 그냥 '밝은 색깔을 쓴 귀여운 그림'일 뿐이었는데 지금은 의미가 조금은 더 크고 깊어지지 않았나 싶네 ㅎ


자영씨 고마워요 덕분에 참 좋은 전시를 본 것 같아-

앞으로도 계속 멋진 전시 소개해 주기를 +_+


Posted by 쎈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