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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Issue

서울에 갓 도착한 알렉산더왕 x H&M을 먼저 만나보고 왔다!


어지간해서는 이렇게 당일, 그것도 곧바로 포스팅하는 일은 2년 전부터 그만 뒀는데, 워낙 핫한 소식이고 기다리고 있던 이슈라 곧바로 푼다.

나는 방금, 정말 방금 막 H&M 쇼룸에 다녀오는 길이다.



늘 뜨거운 감자였던 H&M의 콜라보레이션 시리즈의 다음 주인공이 알렉산더 왕(Alexander Wang)이라는 뉴스가 떴을 때

나도 그랬지만 대다수의 사람들은 아마 같은 두 가지 생각을 했을 것으로 예상한다.

"진짜?"

그리고

"에휴"



기대했을 수도, 바라고 있었을 수도 있을 것이다. 반대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사람들도 있었겠지.

그런 사람들이 아마도 "진짜?" 라는 반응을 보였을 것이다.

예상을 못했던 - 사실 전에 슬쩍 듣긴 했었지만 - 나 역시 그런 반응을 보인 사람 중 하나였다.

('WANG'이라는 엠보 처리 된 4개의 알파벳이 "진짜라고 임마" 하는 듯 했다)



H&M이 매번 이슈가 된 걸 모르는 이는 없을 것이다. 적어도 옷을 좀 좋아한다 하는 사람 치고 'H&M 대란' 이라는 말을 모르는 사람이 없을 테니.

캠핑족과 리셀러들의 대중화(?)에 박차를 가한 장본인이기도 한 H&M의 새로운 이슈를 접한 사람들은 분명 그에 대한 걱정도 했을 것이다.

'어떻게 사' '또 줄 길게 설텐데'. "에휴"는 그런 사람들이 보였을 반응을 두고 한 이야기다.



어찌됐든 때가 됐다. 이제 11월이 되면 알렉산더왕과 H&M에 대한 이야기는 "이 또한 지나가리라"가 될 것이다.

아마 매장에서는 발매 당일 오후부터 이전의 평온한 모습을 되찾을 것이고 그 뜨거웠던 열기는 온라인 세상에서나 찾아볼 수 있을 것이다.

'득템'을 하게 될 행운의 주인공들만이 웃으며 회자할 수 있을 이야기의 주인공,

알렉산더왕 x H&M 컬렉션을 방금, 쇼룸을 통해 미리 만나보고 왔다.



룩북과 공개 된 이미지 컷을 통해 대부분의 아이템을 확인 했으리라 생각하므로

굳이 자세한 리뷰 따위는 하지 않을 생각이다. 내가 뭐 이걸 하나하나 입어보고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긴 것도 아니고

디스플레이 되어 있는 것들을 천천히 움직이며 위 아래로 스윽 훑어보고 만져본 게 전부니까.

그리고 어차피, 각자 취향이 있는거잖아? ㅎ



내가 매번 걱정하는 것 중 하나는 "하이 레벨의 네임 밸류의 겉모습만을 가져오는 퍼블릭 SPA가 되진 않을지"하는 부분인데

다행히도 H&M은 대부분의 컬렉션을 만족스럽게 완성해 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리고 이번 시즌 역시 내 그런 기억은 비슷하게 유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H&M이 그간 보여온 행보와 크게 다르지 않으나 알렉산더 왕 x H&M 컬렉션이 차별화 되는 부분도 분명하게 존재한다.

그건 바로 '리디자인'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H&M과 협업 했던 이전의 타 디자이너들이 자신이 과거에 선보였던 디자인을 H&M을 통해 리바이벌했다면

알렉산더 왕은 H&M과 손을 잡으며 새로운 아이템을 만들어냈다.

일단 이 사실만으로도 이 컬렉션은 의미적인 부분에서 성공했다고 본다.



직접적으로 이야기를 하자면 하나하나 살펴보니 사진으로 본 것 보다 제품들이 묵직해서 좋았던 것 같다.

무거운 것이 무조건 좋은 것은 분명 아니지만, 사진으로 느껴졌던 묵직함이 실제로도 전달 되고 있는 것 같아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만족했다.

(사진 속 슬리퍼는 상상 이상으로 묵직했다)



호불호가 갈릴 수 있겠으나 개인적으로는 블랙과 화이트만을 쓴 것 치고 꽤 재미있는 디자인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모노톤의 배색이라면 옷도 자칫 미니멀해서 심심함까지 느껴질 수 있을텐데, 알렉산더 왕 x H&M 컬렉션에서는 적어도 심심함은 느낄 수 없었다.



메탈 소재가 안 쓰인 것은 아니지만 지퍼 같은 부자재도 블랙으로 통일하고 광택의 유무를 조절하기까지 해서 고급스러워 보이는 느낌도 들었다.



그리고 생각 이상으로 액세서리와 잡화군의 구성이 탄탄했다.

지금 글을 쓰면서 기억을 더듬어 보면, 옷 보다 액세서리를 보는 데에 더 정신이 팔려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하나하나 부분적인 요소들에도 관심이 많지만

그런 것들이 모이고 쌓여 하나의 완벽한 컬렉션을 -하나의 일관된 느낌으로- 맞춰 완성해 냈는가 역시 중요하게 보는 성격인데

알렉산더 왕 x H&M 컬렉션은 그런 부분에 있어서도 제법 성공했다라고 느껴졌다.



(이 양말은 실제로 보니 제봉과 절개가 독특하게 되어있더라)



앞서 잠시 이야기 했던 광택의 유무 조절에 대해 가장 놀랍게 본 것이 이 키링이었는데,

흔히 체인 형태로 된 열쇠고리 부자재를 쓰는 것과 달리 알렉산더 왕은 끈이라는 소재를 고른 것이 재미있게 다가왔다.

번쩍 거리는 것 만이 부티가 나는 것이 아니라는 걸 명쾌하게 보여주는 느낌이었다.



네오프렌이라는 소재나 절제된 컬러, 무광처리 된 몇가지 부자재들을 보니 확실히 멋져 보였다.

좋은지는 내가 입어본 것이 아니니 무어라 말할 수 없으나, 멋져 보이는 것 만큼은 확실히 느껴졌다.

이 컬렉션은, 정말 멋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빨리 품절 되리라 예상하는 것 중 하나가 바로 저 권투 글러브다)



물론 다른 시선으로 볼 줄도 알아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어떤 단점이 있을까 하는 부분으로도 잠시 고민해 봤다.



(이 선글라스는 구성품이 굉장했다)



이런 단점이 있을 수 있겠다.

알렉산더 왕 x H&M 컬렉션은, 같은 컬렉션으로 맞춰 입어야만 멋질 것이라는 점?

다른 평상복과의 매치가 쉽지 않을 수 있겠다는 점?

아 물론 스웻셔츠나 후드 짚업 같은 기본 아이템 혹은 액세서리는 심플한 아이템이라 곧잘 묻어날 것 같았지만,



몇몇의 아우터는 구입시 필히 집에 있는 옷장 속 아이템들을 상상으로라도 매치시켜 봐야 할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실제로 발매 당일 내 눈 앞 행거에 알렉산더 왕 x H&M 컬렉션이 남아있다면, 그런 고민할 시간이 사치라고 생각할 순 있겠지만 ㅎ) 



가죽과 네오프렌 소재의 의류는 관리가 용이한 것 또한 아니므로

장기적인 관점에서도 분명 구입할 때 고민은 꼭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이런 몇가지 - 있을 지 모르는 - 단점에 대해 생각해 보고 나니 옷이 달라 보이기 시작했다.

는 무슨, 그래도 멋진 건 여전히 멋져 보였다.

(사진 속 파카는 실물로 보니 정말 갖고 싶더라. 걸려있던 샘플이 M이라 입어보지는 못했는데 임팩트는 상당했음. 아, 무게도.)



여기저기 다양한 디테일이 없는 것도 아닌데,

희한하게 튄다는 느낌이 없었다.

뭐가 지나치게 많은 걸 좋아하지 않는 나로써는 이게 참 희한한 일이 아닐 수 없다.



(후드는 지퍼로 탈부착이 가능하다)



(평범한 후드 짚업일 뿐인데 라벨이 주는 아우라는 상당하다)



어쨌든 명심할 것은, 스포티한 룩이 주를 이루고 있기 때문에 평소 데일리 아이템으로 입기에는 어느 정도의 내공이 필요할 것이라는 점이다.

아무리 멋진 트레이닝 복이라고 해도, 그걸 매일 입으면 참 없어 보이기 쉽상이니까.

(분명히 다시 말하지만, 스포츠 컬렉션이다)




여기부터는 우먼스 컬렉션을 담은 사진들인데, 내가 여성의 옷에 대해서는 아는 것도 별로 없고

이미 썰은 위에서 실컷 풀었으므로 텍스트는 이쯤에서 줄일까 한다.




(근데 이 요가 매트는 칭찬을 좀 하고 넘어가야겠다. 정말 퀄리티가 상상 이상이었다)










이 모든 아이템은 11월 초에 만나볼 수 있다.

(많은 사람이 만나지는 못할 것이 분명해 보이고 그게 안타깝기도 하나, 시기는 아무튼 그렇다)



H&M이 디자이너 브랜드와 협업 프로젝트를 시작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 동안 많은 디자이너가 H&M을 만났고 H&M은 그로부터 많은 이슈를 만들어 냈다.

알렉산더 왕도 이변이 없는 한,

그 역사의 한 페이지에 멋지게 이름을 올리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11월에 다시 만나길.

(정확히, 6일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