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에 가면 꼭 먹어봐라 하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를 할때
아무래도 제일 먼저 혹은 제일 많이 거론되는 음식은 아마도 돼지국밥일 것이다. 그 다음은 냉채족발일거고.
헌데 이번 부산 여행을 통해 내 머릿속에서는 적어도, 이제 돼지국밥이 제일 먼저 거론될 일은 없게 되었다.
나는 생전 처음 들어본, '낙곱새' 라는 음식을 먹고 왔기 때문이다.
지훈이의 소개로 가게 된 개미집 해운대점. 여기서 낙곱새를 만났다.
낙곱새가 뭔지는 몰랐지만 대충 짐작으로 낙지, 곱창, 새우가 들어간 음식이겠거니 했다.
근데 그게 맞았고, 메뉴판을 보니 낙곱, 낙새도 별도로 존재하고 있었다.
(나중에 서울 올라와서 들으니 이 개미집은 남포동 국제시장 쪽에 있는곳이 본점이라고 함. 그래도 뭐 여기서도 맛나게 먹었으니 ㅋ)
낙곱새는 전골이다. 주문을 하면 위와 같은 상차림에 참 시원-할것만 같은 맑은 때깔을 자랑하는 낙곱새가 등장한다.
이때까지만 해도 낙곱새가 어떤 음식일지 전혀 알지 못했다. 지훈이에게 계속 물어봐도 보면 안다, 먹어보면 안다 이런 소리만 해대고 ㅋ
그런데 잠시 뒤, 난 정말 깜짝 놀랄 반전을 마주하게 되었다.
그 뽀얗고 고와보이고 순해보이던 낙곱새가 갑자기 뻘개졌기 때문이다.
전골이 부글부글 끓으며 그 속에 있던 뻘건 양념이 풀어지면서 낙곱새가 본연의 모습을 드러낸 것 !
이때부터 나는 맛을 보지 않은 상태였음에도 어느정도 낙곱새에 대한 신뢰가 생기기 시작했고
내는 연신 와- 와-' 를 연발하기 시작했는데 이때 지훈이가 기가막힌 한마디를 꺼냈다.
"진복이형이 그랬어. 이건 전골계의 마스터피스라고-"
밥이 양푼에 담겨 나왔다.
의도가 바로 보였다. 비벼먹는 거였음!
그냥 공기밥 하나 나오면 낙곱새 한수저 떠서 밥위에 놓고 대충 비빈척 하고 한수저 떠 먹고 그러는게 아니라
아예 대놓고 비벼먹으라고 양푼에 밥을 퍼 주는 것! +_+
그래서 낙곱새를 양푼에 넣고, 사진에는 없지만
반찬 셋팅에 딸려나온 김가루를 삭삭 뿌려서 그냥 뭐 내맘대로 왼손으로 비비고 오른손으로 비비고
북치기박치기 슥슥삭삭 비벼가지고 한입 그냥 그 뜨거운 김 막 모락모락 나는데 입을 아 벌려서
허스허허스스어허어ㅓ서허으으서ㅡ스서헣어음음응
^-^v
그렇게 일동 침묵 상태로 쩝쩝거리는 소리만 내면서 미친듯이 낙곱새를 해치우고 난 뒤
우동사리를 넣고 한번 더 쫄이면,
어우 이거 뭐 그냥 글 쓰고 있는 이 와중에도 침이 다시 고이네 ㅠ
낙곱새라는 메뉴를 서울에서는 만나볼 수 없을까- 서울에서 이거 하면 난리날거 같은데- 라는 얘기가 우리들 사이에서 나왔지만
부산에 내려가서 먹으니 더 맛있는걸거다- 서울에선 잘 안될수도 있을거다- 라는 얘기로 결론이 났고
그러기에 더욱 우리는, 그리고 나는 이 낙곱새 때문에 다시 부산에 가고 싶어질 만큼 머릿속에 엄청난 임팩트로 기억되게 되었다.
아- 진복이형이 왜 전골계의 마스터피스라고 했는지 그 이유를 알겠네 ㅋ
내가 웬만하면 부산 여행에 대한 포스팅은 지난번에 한걸로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이 낙곱새만큼은 물어보시는 분들도 주변에 많고 나도 너무 맛있게 먹고 오고 그래서 기분좋게 따로 한번 더 써봤다 ㅎ
이 글을 보는 분들 중 낙곱새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분들도 계시겠으나
모르고 계셨던 분들을 위해 쓴 글이니 모르셨던 분들은 부산 가시게 되면 꼭 낙곱새를 드셔보시길 !
PS - 개미집도 유명하지만 조방낙지도 유명하다네요잉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