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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Recap

발렌타인 : 중요한 건 결국 내 스타일이 얼마나 녹아드느냐 하는 것


회사 동료들과 술 한 잔 할 일이 있어 콜키지 서비스가 되는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요전에 발렌타인(Ballantine's) 위스키에 대해 공부(?)했던 것 때문인지 제법 위스키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많이 사라져서

이번에도 발렌타인과 함께 자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챙겨갔던 건 발렌타인 12년산과 발렌타인 파이니스트였음.

12년산과 파이니스트를 고른 이유는 뭐, 일단 자리가 그렇게 엄중한 자리도 아니었고, 가격이 부담스럽지도 않았으니까? ㅋ

(두 상품 합쳐도 소비자가격이 10만원 정도밖에 안함 +_+)



아직 샷으로 마시는 것엔 익숙치 않아서 일단 온-더-락에 레몬 슬라이스를 띄워 마셨다.

안주로는 뭘 곁들여 먹으면 좋을까 고민을 좀 했는데, 일단 이 자리를 갖기 전에 따로 식사를 하고 온 상황이어서

많은 걸 먹기는 무리였던터라 가볍고 부드럽게 먹을 게 좋겠다 싶어 오믈렛에 샐러드로 메뉴를 정했음.



자리에 있던 지인들 중에 나처럼 위스키를 잘 모르지만 궁금한 건 많았던 사람들도 있었어서

일단 대화의 시작은 위스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것으로 채워나갔다.

와인의 시대가 끝나고 위스키라는 것이 등장하게 된 계기나, 년산의 표기법에 대한 얘기 그리고 싱글몰트와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 같은.

일전에 내가 발렌타인 위스키에 대해 배울때 들었던 알토란같은 이야기들을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줬다.

(여기에 다시 다 적기엔 그 양이 좀 많은 관계로 ㅋㅋ 내 블로그의 검색창을 통해 '위스키' 검색을 해보길 ㅋㅋ)



12년산을 어느 정도 마신 다음에는 파이니스트로 넘어갔는데, 파이니스트는 온-더-락으로 마시다가

콜라를 혼합해 하이볼로 마시기 시작했다. 원래 생각으로는 다른 음료를 고루 섞어 칵테일처럼 마시고 싶었는데

콜키지로 자리 잡은데다 일행도 많았어서 딱히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주문하기엔 무리가 있겠다 싶어 그냥 간단하게 +_+

(그래도 나름 고연산이 아닌 파이니스트라 이렇게 섞어 마신거지 아마도 고연산 상품이었다면 그냥 계속 온-더-락으로 마셨을 듯 ㅋ)



자리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 갈 때 즈음 부터는 앞으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회사에 큰 리뉴얼 이슈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화 방향이 그쪽으로 흘러갔는데

나이가 나이니만큼 좀 더 진중하게 이야기를 듣고 또 할 얘기를 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

대화 도중에는 과거 이력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는데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문득 옛 생각이 났다.

대학 다닐 땐 영화 촬영 전공을 하고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는 것을 꿈 꿨는데,

십 수년이 지난 지금은 온라인 커머스 에디터를 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참 삶이라는 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게 맞는 것 같음)

생각해보면 나도 참 기구한 운명의 연결고리를 타고 희한하게 지금의 자리까지 흘러오게 된 것 같은데,

그래도 나 스스로 갖고 있는 나름의 소신이나 철학들은 그에 흔들리지 않고 잘 지켜오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은 거창하지만 뭐 사실 별 건 아님 ㅋ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게 결국은 옳다고 믿었던 것 뿐이니깐 +_+

유행도 좋지만, 그리고 그걸 놓쳐서도 안되겠지만, 중요한 건 그 안에 얼마나 자신의 스타일을 잘 녹이느냐일 듯.

간만에 참 유익한 대화의 자리를 가졌던 것 같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_+