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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Recap

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 소장전 '하이라이트'엔 이런 작품들이 있다


서울시립미술관.



까르띠에(Cartier)에서 운영하는 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The Fondation Cartier)이 소장하고 있는 예술 작품을 소개하는 소장전

'하이라이트'가 무료로 열리고 있어 그를 보러 갔다.



처음 까르띠에에서 전시 한다는 얘기 들었을 땐 브랜드 관련 전시인가 했었는데

현대 미술 재단의 소장품 기획전이라는 걸 알고는 오히려 더 보고 싶어졌어서 기대가 컸음 ㅋ



감사하게도 무료 전시라 사람이 많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그래서 주말에 보려면 정말 힘들겠다- 싶었는데)

1달에 2번 있는 야간개장날에 맞춰 평일 저녁에 갔더니 다행히 사람이 거의 없었다 +_+

나이스!



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의 소장품이라고 해서 외국 작가들의 작품만 있을거라 생각했는데 국내 작가의 작품도 있어서 놀랐다.

심지어 전시장에 들어서면 가장 먼저 볼 수 있게 해놔서 더욱 놀랐음. (한국에서의 전시라 그랬겠지?)



이건 설치 미술가 이불님의 작품이다.

이불님은 2007년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개인전을 열기까지 했던 어마어마한 작가님으로

작년에는 프랑스에서 문화 예술 공로 훈장까지 받으신 어마어마한 분이시다.



작품명 '천지'는 우리와 북한을 백두산의 천지를 소재로 표현한 작품이라고.

(저기 공중에 떠 있는 것까지가 작품이다)



차이 구어치앙은 2000년에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개인전을 연 바 있는 중국의 설치 미술가다.

드로잉과 불꽃 퍼포먼스로 유명한 작가로 화약이라는 재료를 사용한다는 것이 인상적인 작가다.

거대한 스케일을 가진 이 작품은 '위대한 동물 오케스트라' 전시를 위해 작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화약으로 그림을 그린다는 것 부터 이미 특이한 작업인데

이렇게 색도 넣고 동물의 털까지 묘사를 한다.

이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영상으로 잠깐 봤는데,

진짜 속된 말로 노가다중의 노가다가 아닌가 싶을 만큼 고된 작업같아 보여서 놀랐음 ㄷㄷㄷ



이 작품은 1991년에 만들어진 '모호한 경계'. 자세히 보면 사람 모양의 실루엣이 보인다.



다이도 모리야마는 일본의 사진작가다.

2003년, 그리고 2016년. 무려 두 번이나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개인전을 연 장인중의 장인이다.



'폴라로이드 폴라로이드'는 그의 1991년 작품으로

폴라로이드 3,600여장의 사진으로 이루어진 이 작품을 통해 그는 도쿄와 신주쿠의 모습을 강렬하게 담아냈다.



아프리카 미술의 외교관이라 불리웠던 쉐리 삼바.

2004년 까르띠에 재단이 그의 회고전을 열면서 본격적으로 프랑스 대중에 그의 이름이 알려지기 시작했다고 한다.

사진 속 작품은 그의 작품 중 가장 유명하다는 2010년작 '나는 색을 사랑한다'.



보도 사진의 거장 레이몽 드파르동의 사진 작품들도 만나볼 수 있었다.

레이몽 드파르동은 2008년 까르띠에 재단의 전시 '원주민의 땅, 추방을 멈추라'를 직접 기획한 인물이기도 하다.



2004년부터 2010년까지 그는 8X10 카메라를 들고 프랑스를 횡단했는데

이번 전시에 소개된 사진들은 그 당시 그가 촬영했던 사진작품들이다.



(수영장 사진이 너무 예뻤다.)



(왼쪽의 '노르 파 드 칼래'는 이번 전시에 소개된 사진들 중 방문객들에게 가장 많은 사랑을 받고 있는 사진이다.)



(너무 좋아!)



이번 전시에서 소개된 모든 작품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을 꼽으라면 난 아마도 이 '출구'를 꼽을 것이다.

'출구'는 미국의 미술가와 건축가 그룹 딜러 스코피디오 렌프로가

미술가, 건축가, 통계학자, 예술가 그리고 여러 분야의 주요 과학자 팀과 협력하여 고안한 프로젝트로,

인구의 변화, 자국으로 자금 발송, 정치 난민과 강제 이주, 해수면의 상승과 침몰하는 도시, 자연 재해, 할 말을 잃게 만드는 삼림 파괴 등을

360도 프로젝션을 통해 시각적으로 표현된 통계표를 보여주는 비디오 아트다.



내가 이런 인포그래프가 담긴 영상물을 이번 전시 전체를 통틀어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으로 꼽는 이유는,

아 - 이건 정말 뭐라 말을 해야 할지 모르겠네.

거두절미하고, 나중에 이 영상만 따로 다시 보기 위해 미술관을 재방문할 의사가 충분하다고 할 정도라서.

이건 아무래도 영상을 직접 보는 것이 좋기 때문에,

360도로 고개를 돌려가며 봐야 하는 실제 영상과 달리 임팩트는 아주 없는 편이지만 참고 삼아 보라고 유투브 영상을 공유한다.



* 출처 - 유투브 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 공식 계정



아마도 이번 까르띠에 재단 전시 관련한 인증샷 중 가장 많은 인기 스팟으로 등장하는 곳이 론 뮤익의 작품이 있는 곳일 것 같다.

(인스타그램에서 까르띠에 전시에 대한 해시태그 검색을 잠깐 해보면 쉽게 수긍할 수 있을 것이다)

론 뮤익은 극사실주의 조각가로 명성이 자자한 작가다.

2005년과 2013년 두 차례에 걸쳐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개인전을 연 바가 있기도 하다.



사람의 신체에 생기는 주름이나 피부 표면 아래로 어렴풋이 보이는 핏줄 같은 디테일 표현이 소름끼칠 정도로 디테일한 것으로 유명한데

그보다 재미있는 건 이런 작품들의 스케일이 실제 사람보다 과도하게 크거나 과도하게 작게만 만들어진다는 점이다.



(목에 난 주름은 옆에서 봐도 정말 실제처럼 보이게 만든다)



(디테일의 절정은 이런 곳에 숨어 있다. 작품은 2013년작, '쇼핑하는 여인')



(내가 특별히 다른 작가들의 작품보다 론 뮤익의 작품을 많이 소개하는 건 그의 작품을 좋아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로 디테일의 표현이 정말 놀라운 수준이라 꼭 자세히 봤으면 하기 이유이기도 하다.

작품은 2009년작, '나뭇가지를 든 여인')



(팔꿈치..)



(발톱..)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많은 관심과 인기를 받고 있는 작품은 이거다.

2005년작, '침대에서'.



내가 전시를 보러 갔던 시간대엔 사람이 거의 없어서 실제 크기에 대해 이 사진으로는 비교가 잘 안 될텐데,

바닥 장판하고 대충 비교해보면 크기 짐작이 좀 되지 않을까 싶다.



내가 가만히 서서 작품을 바라보는 각도가 이정도였으니 대충 짐작은 가겠지?

(힌트를 주자면 침대 한 변의 길이가 6.5m라고 알려져 있다)



와 근데 저기 피부 표면에 주름 보이나.

팔꿈치 색이 좀 다른 것이나 핏줄이 보이는 것도 말이다.

진짜, 이런 디테일은 좀 소름끼칠 정도로 무서워서, 작품마다의 포즈나 상황은 참 일상적인데,

스케일과 디테일 때문에 오히려 일상적이지 않게 보이는 것 같아 놀라운 감정을 갖게 되는 것 같았다.



장 미셸 오토니엘은 2003년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개인전을 열었던 작가다.



새로운 기법이나 소재에 대한 선택점 좀 재미있긴 한데

딱히 내 취향은 아니라 나는 슬쩍 지나쳤음.



까르띠에 전시가 서울 시립 미술관의 1,2,3층 대부분을 할애하는 규모의 전시다보니

이렇게 통로에 설치된 작품도 더러 있었는데

그 중 가장 큰 스케일을 자랑하는 작품이 이거였다.

작가 사라 지의 '솟아 오르는 것은 모두 덮어야 한다'는

1999년 당시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열었던 개인전을 통해 소개했던 작품이다.

(딱히 내 취향은 아니었음)



사라 지 작품 윗쪽으로 그림 여러점이 걸려있는 것이 보이길래 가까이 가서 봤다.

타다노리 요코오는 일본을 대표하는 그래픽 디자이너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본디 무대 의상을 만들던 분인데 1980년대에 피카소 전시를 본 뒤로 회화에 전념했다고 하더라.

타다노리 요코오는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2006년에 개인전을 연 바 있다.



이 작품은 2014년, 까르띠에 재단 설립 30주년을 기념해 까르띠에 재단에서 직접 의뢰한 작품 '113 초상 연작'이다.

세계 역사에 있어 예술적, 과학적으로 큰 업적을 남긴 113인의 초상을 각기 다른 스타일로 그렸다.

저기 보이는 장 폴 고티에 등 우리가 잘 아는 인물을 포함, 다양한 인물들의 초상이 '정말' 다 다른 스타일로 그려져있는 것이 특징이다.



영화감독 데이비드 린치의 작품들도 대거 등장했다.

1970년부터 2009년까지 포스트잇을 포함한 다양한 소재 위에 드로잉 작업을 했는데 그 수만 합쳐도 260여점에 달한다.

그 '바인더 작업' 시리즈가 2011년에 까르띠에 재단에 소장 되었다네.

나도 낙서나 열심히 모아볼까.

그럼 쓰레기만 쌓여가겠지.



영화감독, 영화배우, 방송인, 작가 등 그를 설명할 수 있는 수식어가 너무 많아 곤란하기까지 한 키타노 타케시의 작품도 있더라.

전혀 몰랐는데 2010년에 까르띠에 재단을 통해 개인전을 연 이력이 있더라고? 그저 영화인이라고만 알고 있던 터라

이 작품을 보고 적잖이 놀랐음 ㅇㅇ

이 작품은 그 해에 만들어진 '동물과 꽃병들'이다.

일본식 꽃꽃이에 대한 키타노 타케시의 왜곡된 해석이라고 ㅎ



바로 뒤에는 알레산드로 멘디니의 2002년작 '유리병사'가 전시되고 있었다.

이 작품은 DDP에서 열렸던 그의 개인전에서도 소개된 바 있는 작품인데

이탈리아 베니스의 무라노섬에서 장인과 함께 만들었다는 대목에서 "엇, 나 무라노섬 가봤는데" 하고 놀란 기억이 있다 ㅎ

한가지 아이러니한 건 (다른 해석 다 떠나서) 이탈리아에서 만든건데 고대 그리스풍으로 만들었다는 거 ㅋ



(나는 결국 인증샷을 론 뮤익 작품 앞이 아닌 모리야마 다이도 작품 앞에서 남겼다)

처음 까르띠에 재단 전시가 오프닝 세레머니로 프레스 오픈을 하던 당일,

같은 시각에 나는 근처에서 화보 촬영을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지나가다 우연히 까르띠에 전시가 열린다는 걸 알게 되었고 처음엔 그저 패션 브랜드의 전시인가 했는데,

후에 까르띠에 현대 미술 재단이 소장한 소장품들을 전시하는 것이라는 걸 알고 무척 전시가 보고 싶어진 것이 사실.

결과는?

대만족이었다.

전혀 예상치 못하게 환경을 주제로 했던 계몽적 작품들이 대거 포진 되어 있던 것도 인상적이었고

궁금했던 론 뮤익의 작품을 실제로 볼 수 있었던 것도 좋았다.

이런 알찬 전시를 심지어 무료로 볼 수 있게 했으니 내 어찌 만족하지 않을소냐 -

기회가 된다면, 가까운 시일 내에 다시 한 번 전시장을 방문해서 보고 싶었던 작품들을 '카메라 없이' 다시 한 번 봐야겠다는 생각이다.



PS - 실제 전시에는 더 많은 작품들이 있으니 궁금하신 분들은 꼭 서울시립미술관에 가서 두 눈으로 직접 보시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