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non EOS 6D | 1/50sec | F/4.0 | 105.0mm | ISO-400


최근에 수트 맞출 일이 있었다.

어릴 땐, 아니 사실 지금과 가까운 얼마 전의 시점까지도 나는 브랜드 수트, 그러니까 기성복을 입는 것에 익숙했던 사람이다.

내 주제에 맞춤은 무슨, 비스포크(Bespoke)는 무슨.


Canon EOS 6D | 1/50sec | F/4.0 | 88.0mm | ISO-400


20대를 지나 어느덧 30대가 되었고,

이제는 30살보다는 40살에 가까워지는 나이가 되니,

슬슬 그런 브랜드에 대한 욕심은 전보다 많이 사라졌다.

아 물론, 유서 깊은 브랜드가 주는 신뢰는 여전히 중요한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아카이브가 되고 히스토리가 탄탄한 브랜드에 대한 믿음이나 사랑, 관심은 그 기준에서만 보면 오히려 더욱 강해졌다.


Canon EOS 6D | 1/25sec | F/4.0 | 24.0mm | ISO-640


단지 이제는 화려함보다는 나에게 잘 맞는 것, 그리고,

이제부터 지켜나아가야 할 나와 내 주변의 사람들에 대한 책임감을 기초로 하는 그런

흔들림 없어야 할 가치가 더욱 중요하다고 깨달았을 뿐.


Canon EOS 6D | 1/50sec | F/4.0 | 65.0mm | ISO-400


발렌타인(Ballantine's) 21년과 30년산을 보면 마치 지금의 내 모습, 그리고 앞으로이길 바라는 내가 그리는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21년산에는 'Very Old', 30년산에는 'Very Rare'라고 적혀있는데, 내가 올드하다는 뜻은 아니다)


Canon EOS 6D | 1/40sec | F/4.0 | 102.0mm | ISO-640


당연히 내 나이를 뜻하는 건 아니고.

내가 느끼는 21년산은 뭐랄까 - 어른도 아니고, 애도 아닌, 하지만 제법 삶의 이치를 알아가고 있는 그런 연령대?

부드럽고 상큼하지만 묵직하고 달달한 맛이 섞인 그런 맛이라

고리타분하게 볼 순 없지만 철딱서니 없는 것과도 거리가 먼 그런 느낌이다.

적당히 까불 줄 도 알고 적당히 점잖 떨 줄도 아는 그런 지금의 나와 비슷한.


Canon EOS 6D | 1/40sec | F/4.0 | 75.0mm | ISO-640


30년산은 그에 비하면 확실히 원숙한 느낌이 강한 것이 차이라 하겠다.

좀 더 어른같고, 좀 더 여유 넘치고, 좀 더 품격 있고 (케이스부터가 이미)

달콤한 바닐라 맛이 나지만 그것이 절대 가볍지 않은,

세상은 다 그런거란다 - 라고 말할 줄 아는?

세월의 풍파를 제대로 경험해 본 그런 어른 같은 느낌.

내가 되고 싶은 그런 어른.


Canon EOS 6D | 1/80sec | F/4.0 | 58.0mm | ISO-640


수트를 맞추면서 테일러 마스터와 '가치'라는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내가 살면서 가지고 있는 가치는 무엇이고, 또 지키려는 가치는 무엇인지에 대해.

또, 그런 가치가 누구로부터 영향을 받은 것인지, 아니면 내 스스로 만들어 낸 자생적 가치인지.


지금은 확실히, 자극적이고 빠른 것보다는 오래 둘 수 있고 여유로운 것에 더욱 관심이 많아졌고

그런 것들이 앞으로의 내 삶을 더욱 가치있게 만들어주리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늘 교훈이라는 건, 지나고 나서야 깨닫게 되는 법이니.

진정으로 나를 위할 줄 아는 삶을 살고 싶어지는 시기에 접어든 것 같다.


40살에 가까워 진 지금, 아니 요즘,

나는 참 그런 것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것이 좋다.

어른에 대한, 삶에 대한 이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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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쎈스씨

Canon EOS 6D | 1/40sec | F/4.0 | 35.0mm | ISO-3200


회사 동료들과 술 한 잔 할 일이 있어 콜키지 서비스가 되는 곳에 가서 자리를 잡았다.

요전에 발렌타인(Ballantine's) 위스키에 대해 공부(?)했던 것 때문인지 제법 위스키에 대한 거부감이나 부담감이 많이 사라져서

이번에도 발렌타인과 함께 자리를 만들어 보기로 했다.

내가 챙겨갔던 건 발렌타인 12년산과 발렌타인 파이니스트였음.

12년산과 파이니스트를 고른 이유는 뭐, 일단 자리가 그렇게 엄중한 자리도 아니었고, 가격이 부담스럽지도 않았으니까? ㅋ

(두 상품 합쳐도 소비자가격이 10만원 정도밖에 안함 +_+)


Canon EOS 6D | 1/40sec | F/4.0 | 55.0mm | ISO-3200


아직 샷으로 마시는 것엔 익숙치 않아서 일단 온-더-락에 레몬 슬라이스를 띄워 마셨다.

안주로는 뭘 곁들여 먹으면 좋을까 고민을 좀 했는데, 일단 이 자리를 갖기 전에 따로 식사를 하고 온 상황이어서

많은 걸 먹기는 무리였던터라 가볍고 부드럽게 먹을 게 좋겠다 싶어 오믈렛에 샐러드로 메뉴를 정했음.


Canon EOS 6D | 1/40sec | F/4.0 | 70.0mm | ISO-3200


자리에 있던 지인들 중에 나처럼 위스키를 잘 모르지만 궁금한 건 많았던 사람들도 있었어서

일단 대화의 시작은 위스키에 대한 전반적인 내용에 대한 것으로 채워나갔다.

와인의 시대가 끝나고 위스키라는 것이 등장하게 된 계기나, 년산의 표기법에 대한 얘기 그리고 싱글몰트와 블렌디드 위스키의 차이 같은.

일전에 내가 발렌타인 위스키에 대해 배울때 들었던 알토란같은 이야기들을 내가 기억하는 선에서 최대한 쉽게 설명해줬다.

(여기에 다시 다 적기엔 그 양이 좀 많은 관계로 ㅋㅋ 내 블로그의 검색창을 통해 '위스키' 검색을 해보길 ㅋㅋ)


Canon EOS 6D | 1/40sec | F/4.0 | 67.0mm | ISO-3200


12년산을 어느 정도 마신 다음에는 파이니스트로 넘어갔는데, 파이니스트는 온-더-락으로 마시다가

콜라를 혼합해 하이볼로 마시기 시작했다. 원래 생각으로는 다른 음료를 고루 섞어 칵테일처럼 마시고 싶었는데

콜키지로 자리 잡은데다 일행도 많았어서 딱히 내가 생각하던 것들을 주문하기엔 무리가 있겠다 싶어 그냥 간단하게 +_+

(그래도 나름 고연산이 아닌 파이니스트라 이렇게 섞어 마신거지 아마도 고연산 상품이었다면 그냥 계속 온-더-락으로 마셨을 듯 ㅋ)


Canon EOS 6D | 1/40sec | F/4.0 | 47.0mm | ISO-3200


자리의 분위기가 어느 정도 무르익어 갈 때 즈음 부터는 앞으로의 일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다.

회사에 큰 리뉴얼 이슈가 있어서 자연스럽게 대화 방향이 그쪽으로 흘러갔는데

나이가 나이니만큼 좀 더 진중하게 이야기를 듣고 또 할 얘기를 하고 그렇게 되는 것 같더라.

대화 도중에는 과거 이력에 대한 이야기도 잠깐 나왔는데 그에 대한 대화를 나누다 문득 옛 생각이 났다.

대학 다닐 땐 영화 촬영 전공을 하고 뮤직비디오 감독이 되는 것을 꿈 꿨는데,

십 수년이 지난 지금은 온라인 커머스 에디터를 하고 있다는 게 스스로 신기하게 느껴졌던 것 같다.

(참 삶이라는 건 정말 아무도 모르는 게 맞는 것 같음)

생각해보면 나도 참 기구한 운명의 연결고리를 타고 희한하게 지금의 자리까지 흘러오게 된 것 같은데,

그래도 나 스스로 갖고 있는 나름의 소신이나 철학들은 그에 흔들리지 않고 잘 지켜오고 있는 것 같아 대견하다는 생각도 들었다.

말은 거창하지만 뭐 사실 별 건 아님 ㅋ 그냥 내가 생각하는 게 결국은 옳다고 믿었던 것 뿐이니깐 +_+

유행도 좋지만, 그리고 그걸 놓쳐서도 안되겠지만, 중요한 건 그 안에 얼마나 자신의 스타일을 잘 녹이느냐일 듯.

간만에 참 유익한 대화의 자리를 가졌던 것 같다.

역시 자리가 사람을 만드는 것인가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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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쎈스씨

NEX-5T | 1/40sec | F/2.8 | 16.0mm | ISO-800


지번 주소로는 역삼동에 속하지만 강남역 CGV 골목 윗쪽이라고 설명하면 단번에 이해 될 그 곳에 '더 바(The Bar)'라는 이름의

매우 궁금하게 생겨먹은 시크릿 플레이스가 오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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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더 바'는 정식 오픈한 가게가 아니다.

싱글 몰트 위스키로 유명한 더 글렌리벳(The Glenlivet)이 단 하루의 행사를 위해 깜짝 오픈한 일종의 팝 업 바(Pop-up Bar)였다.

그래서 간판에 새겨진 이름도 '더 바 by 더 글렌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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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히 입장도 사전에 초대된 인원에게만 허락이 되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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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싱글몰트 #더바 #더글렌리벳


NEX-5T | 1/60sec | F/2.8 | 16.0mm | ISO-800


이 날 '더 바'로 분한 이 곳은 카페 '알베르'다.

알베르는 워낙 행사 대관으로도 유명한 곳이라 나도 여기서 열린 다양한 행사에 참여하며 알베르의 여러 모습을 봐 왔는데,

'더 바'의 인테리어 컨셉은 가히 역대급이 아니었을까 싶을 정도로 그 비주얼이 정말 압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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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마드로 머리를 곱게 빗어 넘긴,

간격이 제법 넓은 핀 스트라이프 패턴의 원단으로 지은 쓰리피스 수트를 멋지게 차려입은,

마르지도 뚱뚱하지도 않은 체구의 남자가 앉아 있다면 그 모습이 더욱 완벽했을 그런 테이블 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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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ㄷ'자로 만들어져있는 바의 맨 앞자리를 배정 받았다.

이런 행사에 자주 참석하는 것이 아니기에,

이렇게 내 이름이 적힌 푯말이 세워져있는 지정석을 마주한다는 건 참 즐겁고 또 흥분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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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충 짐작은 가지만 정확히는 뭔지 모르겠던 셋팅.

행사 내용이 사뭇 궁금해지던 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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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 안쪽에 있던 서버가 내게 다가와 따뜻한 물수건을 건네주려 해서 감사히 받으려는데,

"따뜻한 위스키로 적신 타월입니다" 라고 말하는 서버의 말에 흠칫 놀라

"네?" 하고 되물었더니, 정말로 물이 아닌 위스키로 적신 타월이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서 코를 가까이 가져다 대봤는데, 와 - 정말 강한 위스키 향이 확! 올라와서 깜짝 놀랐다.

이런 생각은 대체 누가 어떻게 한 거지?

시작 전 부터 좋아져버린 기분.

(알콜 향을 맡아서 그런 건 아닐거야)


NEX-5T | 1/60sec | F/2.8 | 16.0mm | ISO-800


행사 시작을 앞두고 테이블에 셋팅 된 것들을 찬찬히 훑어봤다.

앞에 놓인 핑거 푸드는 아무래도 위스키를 마시며 곁들이라고 내어준 것 같았고,

저 왼쪽 스탠드 앞에 놓인 것은 정확히는 뭔지 모르겠어서 일단 구경만.


NEX-5T | 1/80sec | F/2.8 | 16.0mm | ISO-800


그때 서버가 다시 돌아와 칵테일 한 잔을 내어주었다.

'리버 리벳 선라이즈'라는 이름의 이 칵테일은 더글렌리벳 위스키에 오렌지와 시나몬 그리고 또 무언가를 넣어 만들었다고 하는데

그게 뭔지를 까먹어 정확하게 소개는 못해주겠다.

분명한 건, 위스키로 만든 칵테일임에도 굉장히 상큼한 맛이 강했다라는 것.

식전주라고 부르기는 좀 애매한 상황이었지만 그래도 식전주 격으로 마시기에 아주 적당한 선택이 아니었나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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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내가 어두워지고 그 어둠을 밝힐 핀 조명이 무대 위를 비추자

'더 바 by 더 글렌리벳'의 진행을 맡은 MC 신동엽과 칼럼리스트 신동헌 그리고 더 글렌리벳의 브랜드 엠버서더까지

3명의 멋진 호스트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세 호스트는 화이트 셔츠에 깔끔한 블랙 타이와 베스트를 매치하는 단정한 룩으로 차려 입고 있었는데

소매를 걷어 올린 뒤 그걸 서스펜더로 고정 시킨 스타일링이라 격식은 갖추었지만 제법 편안한 느낌이 나서 좋았다.

뭔가 좀 더 프로페셔널한 느낌이 났달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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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는 위스키의 역사와 그에 대한 소개를 먼저 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위스키는 11세기경부터 만들어 마셨다는 것이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했다.

이전까지는 포도같은 과실로 만든 와인이나 샴페인 등이 상류 사회를 대표하는 술로 대변되었는데

여러가지 이유들로 인해 과실을 대체할 재료를 찾다가 보리를 쓰게 된 것이 위스키의 시초라고 한다.

위스키는 초기에 약의 일종으로 쓰이던 시기가 있어 '생명의 물' '아쿠아 비떼'라고 불리우기도 했다는 이야기가 인상적이었고

스코틀랜드의 스페이사이드 지역에서 나오는 위스키를 최고로 친다는 것,

그리고 스페이사이드 지역 최초의 합법 증류소였던 '글렌리벳'의 위스키가 그 중 단연 1등이라는 이야기는

그 후 글렌리벳이라는 단어가 남발되자 무려 8년여 기간 동안의 상표권 법적 논쟁을 벌였고

결과적으로는 '더 글렌리벳'만이 온전히 그 이름을 쓸 수 있게 되었다는 에피소드를 들으니 더욱 믿음이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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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성 과정의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오크통 안에 담긴 위스키 원액이 숙성 될 때 매년 전체 양의 2% 정도가 자연 증발 되는데

그것을 천사들이 마셨다 하여 '엔젤스 쉐어'라고 부른다는 것이 좀 귀엽게 들려서 재미있게 다가왔다.

여기서 위스키의 '00년산' 표기에 대한 의미도 함께 알게 되었는데,

예를 들어 숙성 기간이 40년이 된 오크통이라면 그 안에 남은 원액은 엔젤스 쉐어 때문에 겨우 20% 정도밖에 남지 않았다는 뜻이 되니

그래서 그만큼 더욱 귀하고 값진 것이라는 뜻이 된다는 거다.

(18년산을 집에 두고 2년이 지난다고 해서 20년산이 되는게 아니라는 설명이라면 이해가 더욱 잘 될 듯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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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을 섞는 블렌디드 위스키가 아닌,

한 증류소에서 나온 원액만을 모아 만드는 싱글 몰트 위스키의 제작 과정에 대한 이야기도 들을 수 있었다.

(스탠드 앞에 놓여있던 의문의 물건들은 바로 그 과정을 설명하는데 쓰이는 예제였음!)

가장 먼저는 보리를 맥아로 만들기 위하 발아시키는 몰팅 과정을 거치게 되는데

이때의 보리는 그냥 먹어도 될 정도로 맛이 좋다고 했다.

실제로 이 날 브랜드 앰버서더가 직접 이 보리를 씹으면서 우리에게도 한 번 먹어보라는 권유를 해서 나도 한 알 씹어 먹어 봤는데,

오 - 생각보다 맛이 나쁘지 않더라고? 물론 많이 먹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지만, 의외로 맛이 좋아서 놀랐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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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2차 몰팅 과정을 거치며 만들어지는 증류수는 70% 정도의 알콜을 함유하고 있는데 이걸 '뉴스피릿'이라 부른다고 했다.

이건 차마 마셔볼 수가 없어서 뚜껑만 열고 냄새만 맡아보기로 했는데,

와 - 뚜껑 열자마자 엄청난 알콜 향이 내 코를 확! 찌르듯 풍겨 나와서 깜짝 놀라 바로 뚜껑을 닫아버렸네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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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오크통의 재료?에 대한 짧은 소개도 들었는데

왼쪽에 보이는 건 엑스-셰리 캐스크라 부르는 유러피언 오크통의 나무 조각이고

오른쪽에 보이는 건 엑스-버번 캐스크라 부르는 아메리칸 오크통의 나무 조각이라고 하더라.

두 오크통에 쓰인 나무가 아예 다른 것을 보고는

역시 그냥 되는 건 아무것도 없구나, 하나하나가 다 의미가 있고 이유가 있구나- 하는 생각을 다시 한 번 하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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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에 대한 이론 시간은 그렇게 마무리가 되었고,

이후로는 본격적인 실기(?)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처음부터 궁금했던, 내 앞에 놓여있던 4잔의 위스키에 대한 정체가 이제야 밝혀졌는데,

왼쪽부터 더 글렌리벳 12년산, 15년산 그리고 18년산과 비밀의 상품이 담겨져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비밀의 상품 이야기는 잠시 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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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반적으로 위스키는 위스키 본연의 맛을 그대로 느낄 수 있는 스트레이트나

얼음을 넣는 온더락(On the Rock)의 형태로 마시는데

이 날 '더 바 by 더 글렌리벳'에서는 상온의 생수를 1:1의 비율에 가깝게 섞어 마시는 방법을 추천해 주셨다.

본디 위스키에 약한 나에게는 이 방법이 꽤 괜찮게 다가왔는데 (아마 대부분의 여성분들도 이 방법이 괜찮을듯)

위스키 본연의 향과 맛을 즐기고 싶다면 스트레이트로 마시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는 앰버서더의 코멘트가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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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년산은 확실히, 기간이 짧아서인지 첫 맛 부터 좀 강하게 들어왔던 것 같은데

재미있는 건 끝 맛에 과일향이 확- 감돌았다는 것?

톡 쏘긴 했지만 생각보다 상큼하게 마무리 되는 것 같아 "오?" 하고 마실 수 있었던 것 같다.

(함께 곁들인 핑거 푸드는 달콤한 초콜렛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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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스키를 알아가는 멋진 신사들 그리고 '더 바 by 더 글렌리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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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로 마셔본 건 15년산이었다.

이번에도 나는 생수를 1:1에 가까운 비율로 섞어 마셨는데,

물의 양을 떠나 확실히 12년산보다는 훨씬 부드럽게 다가오더라.

나는 개인적으로 이 날 마셨던 위스키 중 이 더 글렌리벳 15년산이 가장 내 입맛에 잘 맞았던 것 같았다.

그리고 또 하나 인상적이었던 건, 과일향이 났던 12년산과 달리 15년산에서는 버터향이 끝에 확- 들어왔다는 것.

그래서일까 - 앰버서더의 말로는 여성분들이 특히 좋아하는 상품이 바로 이 15년산이라고 ㅎ

(곁들여 나온 핑거푸드는 구운 파인애플과 트러플이 올라간 안심 스테이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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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글렌리벳에 대한 이런 저런 이야기들이 계속해서 오갔는데

여기서 알게 된 또 하나의 재미있는 이야기가,

여성 편력과 심한 음주로 늘 난봉꾼이라 불리웠던 영국의 당시 국왕 조지 4세는

프랑스의 산업 혁명 시절에 (난봉꾼이었음에도) 영국을 잘 지켜낸 것으로 '그나마' 존경을 받게 되었는데

그가 말년에 지난 날을 떠올리며 유일하게 그리워했던 것 중 하나가 더 글렌리벳의 위스키였다는 에피소드였다.

조지 4세가 사랑했던 술이라니, 괜히 로맨틱하게 들려왔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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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더 글렌리벳의 18년산 위스키를 맛 볼 수 있었다.

셋팅된 지 시간이 좀 지났지만 잔 위를 저렇게 덮어놔서 그 고유의 향은 계속해서 느낄 수 있었는데

18년산은 15년산보다도 훨씬 더 부드럽고 달콤해서 마시기에 부담이 없었던 것 같다.

단지 좀 신기했던 건, 그래서 위스키가 가벼워진 것이 아니라, 더욱 깊이감이 생겼다는 것?

버터향이라고 할 순 없지만 또 나름의 독특한 단 맛이 나는 것도 묘했고.

(여기서 재미있는 사실 하나. 과일향이나 버터향이 나는 것은 제조 과정에서 그런 재료를 일부러 넣었기 때문은 아니라고.

제조 과정에서 저마다의 공정에 약간의 차이가 좀 있긴 하지만 실제 원래료를 그렇게 넣는 것은 아니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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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사장에 처음 들어왔을 때 부터, 행사가 시작한 뒤로도 계속 궁금해 했던 내 앞의 4가지 위스키,

그리고 그의 끝에 있던 비밀의 상품에 대한 정체는 행사 말미에서야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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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잔에 담겨있던 건 국내에는 4년 전 처음 정식으로 소개 된 바 있는 더 글렌리벳 나두라(Nadurra)다.

나두라는 자연에서 숙성된 원액 그대로를 써서 만들기 때문에 다른 위스키에 비해 알코올 함량 도수가 60%가 넘는다는 설명을 들었다.

실제로 저 위를 덮고 있던 종이 커버를 치우고 코를 가져다 대보니 엄청 강한 향이 올라와 깜짝 놀라기도 했던 것 같다.

제조 공정이 19세기의 방식 그대로를 재현한 것이라 그렇다고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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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지방산 필터링 작업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물을 섞으면 잠시 후 이렇게 안개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려지는 특징이 있다고 했다.

한 모금 마셔보니 끝에 달콤한 바닐라 향이 나긴 했지만 술 자체가 워낙 쎄서 나에게는 조금 힘들었던 상품이 아니었나 싶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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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된 모든 위스키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또 그 외에 위스키에 대한 일반 상식에 대해서도 많이 배울 수 있었는데

기억에 남는 건, 우선 '00년산'표기의 경우 법적 규제에 따르도록 되어 있기 때문에 함부로 거짓 표기를 할 수 없다고 하더라.

뭐 어찌보면 당연한 말이지만 깊게 생각해 본 적 없기에 놀랍게 다가왔던 얘기였고

그만큼 위스키에 대한 자부심이 참 대단하겠구나 - 하는 생각도 들었던 대목이었다.

또 하나 재미있던 이야기는 위스키를 따르는 법 그리고 받는 법에 대한 이야기였는데,

딱히 정해진 것은 없고 그저 그 자리에서 예의를 지킬 수 있는 선 안에서 부담 갖지 않고 따르거나 받으면 된다고 하더라.

사실 속으로 "이런 술은 대체 두 손으로 받아야 하나 한 손으로 받아야 하나 난 잘 모르겠는데" 하고 생각했던터라

앰버서더의 이야기를 들으니 좀 더 부담 없이 즐겨도 되겠구나 - 하는 생각이 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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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부담 없이 즐겼음 ㅇㅇ

신동엽님이 따라주는 위스키라니 +_+

그의 표정, 자세, 더 글렌리벳 18년산. 모든 것이 완벽하게 나를 즐겁게 만들어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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즐거운 시간 감사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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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코틀랜드의 스페이사이드는 부드럽게 흐르는 협곡의 강이라는 뜻을 지니고 있다고 했다.

명차 중의 명차로 손 꼽히는 벤틀리도 시승 서비스를 할 때면 으레 스페이사이드 지역을 시승 장소로 고르곤 한다니,

그 곳에 가 본적은 없으나 스페이사이드가 얼마나 아름다운 자연을 갖고 있는지가 알아서 머릿속에 그려지며

그러니 그 곳에서 나는 재료로 만드는 위스키는 또 얼마나 훌륭한 것인지가 알아서 이해가 되는 기분이었다.


여전히 나는 위스키를 편하게 즐길 수 있는 취향은 아니지만,

이번 기회에 위스키에 대해 좀 더 제대로 알게 된 것 같아 앞으로는 좀 더 여유롭게 위스키를 대할 수 있지 않을까 기대해 보게 되었다.


초대해 준 더 글렌리벳과 인디케이트에게 감사의 인사를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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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쎈스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