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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Daily

오타쿠가 싫어하는 오타쿠 코드, 무라카미 다카시의 수퍼플랫 원더랜드展

 

지난 여름, 부산에 갔을 때 우연히 롯데백화점 광복점 10층의 작은 갤러리에서 무라카미 다카시展이 무료로 열리고 있다는 걸 알게 되어

서울 올라오기 직전에 짬내서 들러본 게 그의 작품을 처음 마주한 순간이었다.

그 당시의 감정을 블로그에 남기기도 했는데, 뭐 다시 짚고 가자면 다카시의 작품 스타일이 온전히 내 취향에 맞지는 않다.

일정 부분은 내 코드지만 또 어떤 부분에서는 나와는 거리가 멀기도 한 ㅎ

 

 

그래도 어쨌든 서울에서 이렇게 다시 볼 기회가 왔으니 봐주는게 예의 아니겠나 -

 

 

덕분에 플라토 미술관도 첫 방문.

 

 

제일 먼저 마주하게 된 건 공중에 매달린 '미스터 도브(DOB)'.

오리지널 형태는 아니고 둥글게 변신한 도브다. 구루구루(Guru Guru) 벌룬이라고 하던가? 암튼,

처음엔 도브의 변형 캐릭터인 '탄탄보(Tan Tan Bo)' 같기도 하고? 뭐지? 했는데, 그냥 도브가 변신한 거 ㅋ

그 아래에 거무티티하게 뵈는 군중 모양의 작품은 무라카미 다카시와는 관계 없는 '깔레의시민' by 로댕.

 

 

디카로 찍자니 역광이 강해서 해를 등지고 서서도 한 컷.

저기 반대편에 공중에 매달려 있는 비행물체 비슷한 것도 있고 여전사 같은 것도 있고 한데

'두 번째 미션 프로젝트 Ko²' 라는 작품이다. 다카시의 대표 캐릭터인 미스코코가 전투기로 변신하는 과정(?)을 담은 작품인데

미스코코가 벗고 있는 모습이라 미성년자 관람불가 작품이라는 이유로 사진 촬영이 금지;;

(하지만 인터넷에서 검색 조금만 해보면 어렵지 않게 저 작품들의 자세한 이미지를 찾아볼 수 있다. 심지어 보도자료 사진으로도 이미 노출됨.)

 

 

이 검정색 대문도 아까 본 깔레의 시민과 같은 로댕의 작품, '지옥의 문'.

그리고 그 양 옆에 자리하고 있는, 역시 무라카미 다카시의 대표 캐릭터인 '카이카이(Kaikai)'와 '키키(Kiki)'를 만났다.

 

 

카이카이는 괴상함, 키키는 기이함을 뜻하고 있는데 오히려 난 눈이 3개인 키키가 더 괴상한듯..ㅋㅋ

 

 

본격적인 전시 관람에 들어가기 전에 무라카미 다카시의 캐릭터 용품도 잠시 구경.

가격은 뭐, 역시 상상 초월이겄지 ㅋㅋ

 

 

얘가 미스터 도브. 원래는 이렇게 귀여움 ㅋ

 

 

일본의 앤디 워홀 이라는데, 그렇게까지는 잘 모르겠구 ㅋ

아무튼 일본을 대표하는 현대 미술의 대표주자, 무라카미 다카시 전시 관람 시작.

 

 

시작부터 기선제압인가! 끝도 없이 거대하게 펼쳐진 '코스모스(Cosmos)'에 깜짝 놀랐다 ㄷㄷㄷ

 

 

이 코스모스 작품에는 세상 근심 걱정 없어 보이는 미소 가득한 코스모스가 다양한 컬러 베리에이션으로 들어차 있는데

여기에 놀라운 비밀이 하나 숨어있다.

 

 

바로 이렇게, 어딘가에 울고 있는 코스모스가 숨어있다는 것.

이 때문에 활짝 웃고 있는 코스모스를 보면서도 뭔가 오히려 더 슬프게 느껴졌던 것 같다.

사실은 상처 입고 울고 있는데, 그걸 보이기 싫어 일부러 활짝 웃는 아이들 뒤에 숨은 느낌이랄까.

마냥 귀엽지만은 않았던...

 

 

그를 뒤로 하고 안쪽으로 들어가보니 오오 +_+

무라카미 다카시가 처음 만들었다는 '미스코코(Miss Ko²)'가 뙇!

그의 초창기 작업 스타일을 엿 볼 수 있는 대목인데, 좀 나쁘게 말하자면 성인 PC방이나 오락실 앞에 세워둬도 될 정도로 보이는데

역시 미술의 세계는 뭔가 내가 알지 못하는 게 있나보다 ㅎ 이 조각상 하나에 '오타쿠 문화를 끌어 올린' 뭐 하면서 극찬하는 것 보면.. ㅋ

(아이러니하게도 실제 일본의 오타쿠층에선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들이 냉정하게 비판을 받았다)

 

 

미스 코코의 뒤로는 다양한 코스튬을 착용한 모델의 사진이 주루룩 걸려있었는데

듣기로는 한때 잘나갔던 아이돌 출신이라는데 누군지는 잘 모르겠다.

 

 

암튼 뭐, 사진들은 그냥 그랬음. (타이즈 압박 쩔)

 

 

그 중앙에 자리하고 있는 이 거대한 피규어는 '빅 박스 P 코코(Big Box P Koko)'.

실제 종이 접기를 통해 완성한 듯한 외형이 인상적인데,

 

 

정말 종이 접기를 한 듯한 저런 디테일 덕분에 더 볼만했던 작품이었다.

 

 

그 옆으로는 그간 판매 되었던 무라카미 다카시의 미니 피규어들.

무려 콘비니(편의점) 한정 판매였다고 알고 있는데 맞나?

 

 

귀엽다 ㅠ

 

 

그렇게 쭉 작품을 보며 옆으로 조금 움직이니 그제서야 다시 무라카미 다카시의 '그림'들이 나타났다.

'코스모스 컨택트' 병풍에 흠칫.

굉장한 스케일인데 여백이 상당히 많아 위압감이 들기 보다는 뭔가 시원한 기분이다.

처음 그의 다채로운 컬러감이 돋보이는 코스모스 무더기(?)를 보며 서양의 팝아트 생각을 많이 했는데

유독 이 작품은 동양적인 느낌이 강하다. 잎사귀와 줄기를 표현한 게 딱 그런 느낌이다. 그래서 신기했다. 그 오묘한 동서양의 조화 같은 느낌이.

 

 

그나저나 가까이서 정말 자세히 들여다보면 조금 울퉁불퉁한 라인들이 있는데 이런 작업을 대체 어찌 했는지 ㅎ 

 

 

가장 대중에게 잘 알려진 작품이 아닐까, 그 뒤로 본 이 그림 두 점에서는 코스모스와 미스터 도브, 그리고 카이카이와 키키를 모두 만나볼 수 있다.

그리고 그 사이에 무라카미 다카시 자신도 함께 하고 있는 모습이다.

 

 

위에 카이카이와 키키, 그 아래에 땀 삐질 흘리는 무라카미 다카시. 작품명이 길어서 쓰기가 싫다.

(잘 보면 콧구멍 안에까지 디테일이...)

 

 

여기서도 이런 깨알같은 숨은 그림 찾기가 0_0!!!

 

 

도브와는 마냥 즐거운가보네 ㅎ 

 

 

오타쿠적인 조형에 마냥 웃기만 하는 꽃이 난무한 그림이 가득했는데 난데 없는 해골의 출현.

이 작품은 우리도 너무나 잘 알고 있는 후쿠시마 원전 사고의 원인이었던 도호쿠 대지진이 일어난 후에 만들어진 작품이다.

사건 이후 오타쿠적인 요소 이상의 무언가로 사람들을 위로해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는데

당시 그에게 영감을 주고 있던 프랑스 작가 이브 클라인(Yves Klein)을 오마주하며 해골이라는 소재를 썼다고 한다.

 

 

블루, 레드, 옐로 컬러의 3가지 버전이 존재함.

 

 

이번 전시에서는 그의 피규어, 사진, 그림 외에도 영상 작업물도 모두 만나볼 수 있었는데

평소에 쉽게 보기 어려웠던 애니메이션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친절하게 국문 자막도 넣어줬는데 번역을 누가 한건지.. 왜 일본 애니메이션의 국문 번역은 말투가 이상한건지..)

 

 

단편 애니메이션부터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칸예 웨스트 뮤직비디오라든지 하는 다양한 작품이 상영되었다.

하지만 여기서 놓치지 말아야 할 건 바로 이 공간을 채우고 있는 저 엄청난 커텐의 패턴들.

이런 디테일 하나까지 놓치지 않고 신경쓴 모습이 참 보기 좋았다.

 

 

마지막 공간으로 가보니 (벌써..;;) 더욱 다양한 형태의 작품들이 나를 반겼다.

 

 

신기한건, 무라카미 다카시의 작품들은 모두 컬러풀의 끝판왕 수준인데, 뭐 하나 튀는게 없다. 다 그냥 원래 그래보이는 느낌이랄까.

조합이 진짜 생각없이 막 칠한 게 아닌 것 같은 느낌이다. 

 

 

압도적인 스케일의 '수퍼플랫플라워(Superflat Flowers)'. 가로 길이가 무려 4미터에 달하는 엄청난 크기의 작품.

여태까지 실컷 보고 있던 코스모스가 입체로, 그것도 거대한 사이즈로 나타나니 뭔가 새롭다.

 

 

이 작품을 자세히 보니 앞에서도 이렇게 볼 수 있지만 저 뒤에서도 코스모스를 볼 수 있던데, 차라리 이 작품을 갤러리 중앙에 세우지.. 하는 생각 ㅎ

 

 

이건 괜히 커피숍 테라스에 있는 가스 난로 생각이 났..

 

 

작품명 '727-727'. 제일 처음 갤러리에 들어왔을때 얘기했던 그 미스터 도브의 변형 캐릭터 '탄탄보(Tan Tan Bo)'.

파도 치는 모습은 딱 일본 스타일인데, 그 외 나머지 모든 요소는 다 서구적인 느낌이다.

 

 

순백색의 도브. 귀엽다 ㅋ 스케일이 크니 마음에 쏙!

 

 

그런데 자세히 보면, 평범치가 않다. 컬러마다 패턴도 다르고 심지어 오돌토돌한 무늬도 있다.

대체 어떻게 작업한 건지 한참을 들여다 봤지만, 미술에 무지한 나로썬 당최 알 길이 없.. 

 

 

이게 진짜 탄탄보다. 폭주한 도브 정도 되겠다.

웃는 모습이긴 하지만 공포심이 가득하다. 기괴하고 광기도 느껴진다. 얼굴과 귀에는 가시가 돋혀있고

주변에 있는 다른 탄탄보들은 심지어 뭔가를 자꾸 뱉어내고 있다.

 

 

이 작품에서는 무라카미 다카시 자신 마저도 뭔가 알 수 없는 속내를 담은 표정이다.

그림 전체의 바탕에 해골이 가득한 것 부터, 음산한 기운 가득한 작품이다.

그래서 웃고 있는 도브나 코스모스 마저도 내 눈에는 무섭게 보였다.

하필 이 작품을 마지막으로 보고 나오는 바람에 뭔가 기억이 무섭게 남은듯;;

 

 

전시를 다 보고 아트샵에도 들러봤다.

얼추 예상을 하긴 했지만, 역시나 대단한 건 없었다. 

 

  

 

뭔가 유독 미화된 듯한 카이카이.

근데 이거 하나에 6만원이라니 ㅋㅋ 

 

 

카이카이의 가격에 놀라버리는 바람에 이 엄청난 사이즈의 코스모스 쿠션이 참 예쁘다 생각하면서도 가격이 궁금해졌는데,

 

 

앜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 뒤로는 뭐, 그냥 뭐 살 생각 다 접고 구경만 ㅋㅋ 

 

 

 

 

차라리 내가 일본 여행 갔을때 롯본기 힐즈에서 샀던 미스터 도브 뱃지가 더 멋지고 좋다고 생각하며 아트샵을 빠져 나왔다.

(정말 여기 뭐 살만한 게 없더라;;)

 

평일 낮에 간 덕분인지 굉장히 여유롭게 작품들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내 취향과 거리가 먼 코드도 부분부분 존재했지만 좋아하는 코드가 함께 섞여있어 그냥 가볍게 생각하고 관람했는데 뭐 잘 본 것 같네 ㅎ

아시아 최초로 열리는 무라카미 다카시의 개인 회고전이라는데 봐야지 봐야지 하다가 이렇게 보게 되어 만족!

아직도 일부 작품에 대해서는 도대체가 의도를 알 수 없긴 하지만 뭐, 그냥 내가 보고 느끼는게 정답이겠거니 하련다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