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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Daily

조용하고 고요하고 느리고 편안한게 난 참 좋아

 

명동 강미네양이 상담 받고 싶은게 있다며 가로수길에 왔길래 뭘 먹을까 하다가

전부터 가보고 싶었던 후후양식당에 가보기로 했다.

 

 

이름도 간판도 너무너무 포근해 +_+

 

 

후후양식당은 그 옛날 동네 어딘가에 하나쯤은 있던 양식 레스토랑의 느낌을 조금이나마 다시 느껴볼 수 있는 그런 곳.

내 기억속에는 할머니가 당시 살고 계셨던 충남 공주의 큰 재래시장과 번화가 근처 골목에 그런 양식 레스토랑이 아직도 생생히 남아 있는데

지하에 있는 레스토랑이라 창문도 없었고 레스토랑 내에 모든 테이블이 다 동그란 테이블에 두툼한 흰색 식탁보가 깔려져 있었고,

메뉴는 함박스테이크, 비후까스 뭐 그런 기본적인 메뉴들이 있던 ㅎ 그래서 할머니랑 주말에 예배드리고 나와서 꼭 갔던 기억이 난다.

 

 

 

그 옛날의 맛과 기분을 다시 느껴보고 싶었는데, 물론 이젠 그런 곳을 찾기가 정말 불가능하다 싶을 만큼 어렵지만

비슷하게나마 구현한다는 곳들이 하나 둘 생겨 나는 것 같아 기분은 좋더라. 이 후후양식당도 그런 곳들 중 하나고.

 

 

 

메뉴 이름이 기억이 안나는데, 이 파스타가 내가 알기로는 이 후후양식당 메뉴판에 추가된 지 얼마 안된 신메뉴 라고 알고 있다.

소소는 토마토소스와 크림소스의 중간정도.

 

 

나는 반숙 오믈렛라이스 스페셜.이 이름이었나? 아무튼 ㅎ 계란이 반숙 +_+ 내 사랑 반숙 +_+

 

 

게살이 진짜 게살이라 맛이 생각보다 진했는데, 그래도 맛있게 잘 먹었다.

 

 

 

어렸을 때 먹었던 그 추억의 맛 까지는 아니었지만, 다음에 또 오게 되면 그라탕이랑 스테이크도 먹어봐야 겠다.

 

 

자리를 옮겨 본격적인 이야기 시간을 가졌다.

멀리 어디 가기도 귀찮고 프랜차이즈 커피숍의 나무 의자도 별로 안좋아하는 지라 후후양식당 바로 옆에 있는 아상블라주로.

 

 

 

강미네가 들고 온 상담건이 생각보다 무겁지 않아서 그 얘기는 금방 끝냈는데,

오히려 나중에 나온 다른 이야기에 더 깊게 파고 들어가며 본의 아니게 강미네양을 혼내게(?) 되어 버렸다.

그렇지만 사람은 강하게 키워야 하는 법. 아닌건 아닌거고 말은 바로 해야지. 암.

 

 

 

그러면서도 나는 시종일관 외롭다. 여자 만나고 싶다. 이런 소리를 계속 읊조렸는데,

강미네는 복수심이었는지 뭔지 올해 나보고 좀 힘들거라고 -_-;

야 나도 좀 살자...

 

 

 

2012년에 내게 호감을 보였던 사람들을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블로그나 페이스북 같은 것에 기록되어 있는 재밌고 신나고 정신없고 그런게 내 삶에 지배적으로 깔려있을거라고 생각했던 게 아닌가 싶다.

그러니까 나랑 있으면 되게 재밌을것 같고 많은 걸 볼거라고 생각하고 호감을 보였던 게 아닐까 싶은데,

난 사실 그와는 정 반대로 되게 조용하고 고요하고 느리고 편안한 걸 추구한다.

시끌시끌한 행사장이나 파티, 물론 그도 나름 재미있고 매력있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일 인거고,

난 평소엔 오히려 북촌마을 같은데 가서 뒷짐지고 터벅터벅 걷는거 좋아하고,

청계천 같은데 가서 걷다가 아무 바위에나 앉아서 하염없이 쉬는거 좋아하고 그런 느리고 고요한걸 좋아하는데,

역시 이미지 라는게 이래서 무서운 듯.

암튼, 올해엔 정말 좋은 사람 만났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