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Issue

생각보다 묵직했던 전시 - 드림 소사이어티 展 : X brid 관람 후기

쎈스씨 2014. 10. 28. 12:59


부암동 서울미술관에서는 현재 '드림소사이어티展 : X Brid'라는 이름의 전시가 한창이다.

평소 갈 일이 거의 없는 동네라 오랫만에 부암동에 가는 것도 괜히 기분이 좋았고

현대자동차의 주최라는 점 때문에 은근히 기대가 되기도 했다.

(현대는 뭔가, 현대카드 때문에라도 그냥 이미지가 다 좋음 ㅋ)



'X brid'는 작년 봄이었나? 그때 처음 개최되었던 전시의 두번째 시리즈로

현대자동차의 '더 브릴리언트 아트 프로젝트'의 일환이기도 하다.



설명이 입구에 주루룩 적혀있었는데, 사실 다 사전적 개념 정리 같은 내용이라 솔직히 쏙쏙 이해가 되지는 않았고,

'X brid'는 콜라보레이션, 융합을 뜻하는 곱하기 부호 'X'와 하이브리드의 'brid'를 합친, 전시를 위해 만들어진 현대차의 신조어쯤 되는 것 같았다.

그런 개념에 대해 다양한 방식으로 활동하는 11명의 작가들이 각자가 해석한 '기존에 없던' 무언가를 표현하고자 했고

그를 한데 모은 것이 이 전시라는 뭐 그런 어떤 뭔가 있어보이는 정리 정도? ㅋㅋ



어떤 작품을 마주하게 될 지 궁금한 마음이 컸는데 첫 작품부터 나를 완전히 압도하는 스케일이라 제대로 기가 팍! 죽어버렸다 ㅋ

넓고 어두운 공간의 한 가운데에 엄청난 빛을 뿜어내는 구체가 하나 세워져 있었는데 이게 뭔가 했더니만 글쎄,

현대자동차에서 쓴 모든 헤드램프를 모아서 만든 '태양'이라고 ㄷㄷㄷ 그러니까 이건, 우주속의 태양쯤 되는 공간이라는 뜻 +_+



아무 소리도 없이 조용히 빛을 열심히 내뿜는 이 태양(?)을 보고 있자니 기분이 요상했다. (때마침 프레스타임이라 사람도 없어서 나 홀로 대면..)

사진으로 찍어서 이렇게 보이는데 실제로는 저 불빛이 쉬지 않고 꺼졌다 켜지는 것을 반복하며 불규칙한 흐름의 파형을 만들고 있었고

그 고요한 공간 안에서 가만히 바라보고 있노라니 정말 내가 우주 공간에 떠 있는 듯한 몽환적인 착각에 빠지게 됐달까 ㅎㅎ

진짜, 첫 작품의 임팩트가 엄청났음.



이건 '다리'를 뜻한다. 이쪽과 저쪽을 잇는 그 '다리'. 그런데, 그 다리를 이쪽과 저쪽의 끄트머리로 잇게 둔 것이 아니라

벽면 위에 대각으로 설치하면서 시각적으로 묘한 경험을 하게 해주는 것 같았다.



다리가 지닌 고유의 특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볼 수 있는?

그런데 이거, 계속 보고 있자니 꽤 훌륭한 인테리어 장치 같기도....

ㅋㅋ



아주 실험적이었던 장치 아니, 작품.

처음엔 이게 뭔가 했는데



여기 길게 늘어선 촛불에서 나오는 열 에너지와,



여기 화분에서 나오는 흙의 에너지(?)를 모아(??)



이 가운데에 세워져있던 인공 부화기를 통해 알을 부화시킨다는, 어찌보면 다소 황당하게도 비춰질 수 있는 작품이었는데

이를 만든 작가의 또 다른 작품을 이전에 다른 전시에서 본 적이 있었기 때문에 이게 실제로 가능할 것이라는 예상을 자연스럽게 하게 됐다.

(워낙 유명하신 작가님이라 ㅎㄷㄷ)



활동 방식이 다른 작가들이 모인 것 답게, 공간을 이동할 때 마다 전혀 다른 스타일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어 질리는 느낌이 쉽게 들지 않았다.

사회가 가진 구조적 문제를 통계 그래프로 만들어 그걸 러그로 제작을 한다거나,



인간의 악한 모습들을 담은 고대의 예술 작품들을 편집해 보여준다든지 하는 것들이 더욱 그를 뒷받침해 주는 것 같았다.



미술에 조예가 깊지 않은 대중이라면 그림만 가득한 전시를 다소 지루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텐데

이 전시에서는 뭐 하나하나가 전혀 다른 형태의 작품이다 보니 +_+



이 계단은 비행기의 계단을 형상화 한 것이라는데, 실제 전시 기간에는 여기를 승무원 복장을 한 모델이 계속 오르락내리락 한다고 ㅎ

내가 방문했던 프레스타임엔 그게 미처 준비되어있지 않았다고 해서 아쉽게도 제대로 보지는 못했다.



개인적으로 꽤 인상적이었던 작품은 이거였다.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 정적인 형태의 건축물에 입체적으로 영상을 투여해 전혀 다른 동적인 형태의 공간처럼 보게 만드는 작품.

실제로는 저기 저 3개의 기둥이 그냥 가만히 서 있을뿐이었는데, 그 위에 점점 크기가 변하는 각기 다른 모양의 영상을 맵핑하니까

마치 실제로 기둥이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더라 ㄷㄷㄷ



예를 들면,



이런식이지 ㅎ



이건 그냥 깜깜한 TV 화면 속에 천천히 그려지는 두개의 선이 만들어내는 무언가를 보게 한 작품인데,

가만히 보고 있자니,



어두웠던 화면이 밝아지며 숨어있던 새하얀 공간이 나타났고,



거기에 아주 약간의 기교(?)를 더하자,



마치 공간이 살아 움직이는 것만 같은 착시 효과를 느끼게 되는 엄청난 순간!

진짜 기묘한 경험을 제대로 할 수 있었던 작품이 아니었나 싶었다 ㅎ



이건 동양의 종교적인 이미지를 패션에 투여한 작품이었는데, 처음엔 멀리서 보고 화환인가 했....

가운데에 마네킨이 숨어있는 걸 보고 조금은 놀랬던 것 같다.

근데 또 가만 보고 있자니 금새 적응도 된 것 같고 ㅎ



생각없이 보면 그냥 그런가보다 하는데 가만히 보고 있으면 좀 섬뜩하기도 하고,

또 계속 보고 있으면 패션을 해탈한 어떤 알 수 없는 느낌도 들고 ㅎ



RIP.





이건 뭐지?



하고 가까이 가서 보니, 저 안쪽 공간이 동적인 형태의 도로와 건축물을 나타내고 있는 그런 구조물이었다.



전시를 보러 온 관람객들이 직접 컨트롤러를 쥐고 그 안에서 RC카를 움직이며 그와 연결된 카메라로 보여지는 묘한 뷰를 볼 수 있게 한 작품인데,

이것도 내가 방문했던 프레스 타임엔 미처 준비가....

ㅠㅠ



내가 좋아하는 '사진'으로 채워진 공간.



처음엔 그냥 조금 강한 인상이 담긴 인물 사진의 진열인가 했는데,



가만 보니 모든 사진마다 중앙부에 카메라가 함께 찍혀있더라.

그래서 설마 했는데,



모든 사진들은 전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을 찍은 작품으로

자신이 보는 또 다른 자신. 그러니까 주관적이지 않은 객관적인 모습을 보도록 한 뭐 어떤 그런?

내가 맞게 해석한건가? ㅋㅋ ㅠㅠ



이게 그 거울과 카메라인가보오....

신기했어 ㅎㅎ



조금 난해했던(?) 설치 작품도 보게 됐는데,

안에서는 빛과 어둠을 교차로 보여주면서 바깥에서는 그를 통해 보는 그림자만으로 안을 보게 해,

현실과 가상의 경계를 무너뜨리는 뭐 어떤 그런 느낌적인 느낌? 을 겪게 하고 있었다.



실제로 안에는 이렇게 조금 정신없는 셋팅이 이루어져 있었는데, 바깥에서 보면 또 다른 느낌으로 보이더라고? ㅎㅎ



마지막으로는 비디오아트도 잠깐 감상.



전시 관람은 생각보다 금방 끝났다.

작품 수가 많지 않아서라고 생각 됐는데, (그래서 나는 곧장 다시 한 번 더 봤다)

그 안에서 보고 느낀 것은 생각보다 무겁고 심오했던 것들이라 가볍게 여길 전시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미술에 대해 뭐 아는 것도 없는 소시민이라 내 맘대로 보고 느낀대로 적은 것이니,

실제로 전시를 보고 싶다면 꼭 한 번 보기를 권장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