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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nse Trip/Japan

나가사키 바람쐬기 #1 : 덥기는 마찬가지, 비스트로 보르도 도루코 라이스, 브레드 어 에스프레소, 미야마 샤브샤브, 세이유 슈퍼마켓 도시락, 치링치링아이스, 데지마워프 야경


예정에 없던 비행이었다.

일본에는 9월에 갈 생각이었고 이미 9월의 도쿄행 티켓을 지난 6월에 예매해 둔 상태였다.

그럼에도 갑작스럽게 비행기를 타게 된 것은 동반자의 스트레스를 해소 하기 위함이었다.

최근 부쩍 업무 스트레스를 받기 시작한 동반자에게 어떻게든 스트레스를 풀 선물을 해주고 싶었는데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고민하던 차에 에어서울에서 특가판매하는 티켓이 눈에 띄어 충동 결제를 하고,

그렇게 우리는 예정에 없던 비행으로 나가사키를 찾게 된 것이었다.

(그런데 말이 특가지 뭐 따지고 보면 그냥 성수기 시세보다 쪼금 싸게 온 정도 ㅎㅎ)



나가사키라는 곳을 선택한 이유는 다음과 같았다.

1. 9월에 도쿄를 가야 하니, 가급적 돈을 덜 쓸 수 있는 곳으로 가자

2. 나가사키는 규모 자체가 작아서 주말에 잠깐 다녀오기도 좋다

3. 그리고 우리가 이미 한 번 다녀와 본 곳이기 때문에 급할 것 없이 여유롭게 쉬다 올 수 있을 곳이다



그러한 이유들로 오게 된 나가사키. 돌이켜보니 작년 12월 이후 첫 방문이니 딱 7개월 만의 재방문이었다.



나가사키 공항에서 나가사키 시내로 가려면 공항 앞 버스 정류장 4 또는 5번 플랫폼에서 버스를 타고 1시간 가량을 달려야 한다.

공항이 본토와 다리 하나를 사이에 두고 떨어진 섬에 있기 때문에 버스를 타자마자 바다를 가로지르는 다리를 건너야 하고

또 한참을 이렇게 한적한 시골 마을과 같은 곳을 지나 달리기 때문에

나가사키라는 곳은 시내에 가기 전부터 이미 어느 정도 마음 속에 평화가 찾아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곳이라 할 수 있다.



그렇게 한참을 달리다 보면,



어느 새 나가사키 시내에 당도하게 된다.

버스에서 내리고 나니 저 앞에 바다가 보인다.

겨울의 바다와는 또 다른 느낌의 여름 바다.

올 해는 그러고 보니 한국에서보다 일본에서 먼저 여름 바다를 만났네.



하지만 그런 분위기에 취하기도 전에 한 가지 난관에 봉착했으니,

더울 것이라는 각오는 충분히 하고 왔지만 역시나 햇살이 정말 미친듯이 뜨겁더라.

서울과는 사뭇 다른 더위였지만, 그래도 벌써부터 지치는 기분.



그치만 일본에 왔으니, 짧게라도 여행을 온 것이니, 나가사키의 여름을 즐겨보자는 설레는 마음으로

숙소에 짐을 던져놓고 우리는 밥을 먹으러 다시 뜨거운 햇살이 내리 쬐는 밖으로 나가 보았다.



숙소는 지난 번과 마찬가지로 토요코인 호텔로 정했다.

성수기와 상관 없는 정찰제 요금에, 소박하지만 갖출 건 다 갖춘 각종 서비스.

토요코인은 어쨌든 실패하는 법이 없으니 이럴 때 참 고맙다.

그리고 한 가지 더 좋았던 것은 바로 토요코인 호텔 바로 뒤에 기막힌 빵집이 있다는 것이었는데,

지금 이 골목을 지나가 버리면 왠지 이 곳의 빵을 다시 맛보지 못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비록 밥을 먹으러 가는 길이긴 했지만 이미 우리는 이 곳의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 무얼 먹어 볼지 고민을 하게 되었다.



빵집의 외관도, 내부도, 심지어 사장님도 굉장히 시크한 헤어 스타일을 하고 계시지만

그저 동네 주민들에겐 동네 빵집일 뿐인 이 곳.

브레드 어 에스프레소(Bread-A-Espresso)는 한국 관광객에겐 거의 알려지지 않은 나카사키 로컬 빵집이다.

지난 겨울에 왔을 땐 줄이 길게 늘어선 모습도 볼 수 있었지만 그때나 지금이나 역시 한국 사람은 볼 수 없었던,

정말 현지인들만 알고 있는 그런 빵집이다.



빵에 대한 전문가가 아니라 무어라 설명을 더 해야 할 지는 모르겠는데

기본적으로 딱딱한 빵이 주를 이루고 있고 그 안에 각종 견과류나 과일 등을 넣은 빵이 인기인 것 같았다.



한 켠에서는 커피 메뉴를 위한 기기 셋팅도 볼 수 있었는데 날이 더워서인지 우리가 방문했던 시간에는 커피를 주문하는 사람은 없었다.



어차피 잠시 후에 밥을 먹을 거라 욕심부리지 않고 딱 두 개만 골라 맛보기로 했다.

처음엔 사장님이 포장을 해주셨는데 우리가 먹고 가겠다고 하니

미안하다며 그럼 빵을 따뜻하게 데워주겠다며 다시 이렇게 접시 위에 올려 내어주셨다.



맛은? 예상했던대로 빵 자체가 질긴 편이어서 편하게 먹을 순 없었으나

분명한 건 굉장히 맛이 좋았다는 것이고

속 안에 들어간 과일이나 견과류 등의 재료 역시 어느 부위에서도 느껴질 수 있을 만큼 푸짐하다고 느껴졌다.

시원한 주스 보다는 따뜻한 우유와 함께라면 굉장한 케미가 폭발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맛을 느꼈는데,

내가 아마 나가사키에 다시 오게 된다면 난 아마 그 때도 이 곳을 다시 찾을 것 같다는 확신이 들었다.

매우 만족!



※ 브레드 어 에스프레소의 위치는 위 지도 참고.



질 좋은 빵을 먹었으니 이제 힘 내서 밥 먹으러 가 볼까?

이미 땀이 쏟아져 내리기 시작했지만 우리에게 문제될 것은 없었기에

뜨거운 햇살 아래 귀여운 나가사키 시내 골목을 본격적으로 걸어보기로 했다.



이런 옛스러운 정취, 너무 좋아.



아담한 동네처럼 친근한 소경.

(운전 중인 아저씨의 깨알같은 V!)



누군가의 집 앞에 펼쳐진 싱그러운 미니? 가든.

무더운 여름의 한 낮이었지만 역시 나가사키에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드는 순간,



메가네바시 앞에 당도했다.

나가사키 관광 오는 한국인들은 여기가 관광 명소라고 기념 사진도 찍고 막 그러던데

나와 동반자는 참 신기하게도 보통의 사람들이 꼭 해야 한다고 하는 것들에 공감을 잘 못한다.

다행히 둘이 그런 코드가 잘 맞아서 이런 곳도 그냥 쿨하게 슥 보고 지나침.



하지만 이건 먹을 수 밖에 없었다.

치링치링 아이스.

나가사키 명물 아이스크림이라는데, 이미 우리말로 적혀있다는 게 명물이 아니라는 뜻이지만

명물이라니까 라기보다는 너무 더워서 이거라도 먹어야만 할 것 같았기에 재미삼아 하나 사 먹어 보기로 했다.

(그나저나 이 날씨에 이거 판다고 종일 밖에 서계셔야 하는 스태프는 정말 얼마나 힘들까...)



치링치링 아이스는 이렇게 생겼다.

아이스크림을 장미 모양으로 만들어주시는 것이 귀엽다.

맛은 뭐, 150엔짜리 길거리 아이스크림에 퀄리티를 바라지는 말자 ㅎ

크림이나 바닐라의 식감보다는 얼음의 식감이 더욱 강한 그런 군것질용 수준이다.

단지 장미 모양이라는 것이 재미있는 구매 포인트일 뿐 +_+



아까부터 계속 밥 먹으러 가는 중이라고 하면서 왜 바로 밥 먹으러 안가고 여기 저기 둘러 보냐 할텐데

밥 먹으러 가는 길에 이런 곳들을 통과해야 하니 그냥 겸사겸사 보는 것 뿐 ㅎ

나와 동반자가 아주 좋아하는 빔즈(Beams)도 오랜만에 들러봤다.

개인적으로는 유나이티드 애로우즈나 쉽스, 어반 리서치보다 빔즈가 훨씬 더 재미있고 잘 맞는 것 같다.

꼭 뭐라도 사게 되는 그런 곳 ㅎ



여기는 빔즈 맞은 편에 있는 작은 부티크 샵인데 이름이 프리 스트레인(Free Strain)?

국내 포털에서 검색도 안되고 구글 맵에도 안뜨는 그런 소규모 개인 점포 같은 곳인데

저기 앞에 어렴풋이 보이는 나이키 로고가 새겨진 원피스가 좀 특이하더라.

사실 나보다 동반자가 먼저 발견해서 쳐다보게 된 옷인데 가까이 가서 보니 빈티지 티셔츠를 이리 저리 자르고 꿰매고 해서

하나 밖에 없는 커스터마이징 의류로 다시 만든?

아무튼 동반자가 굉장히 마음에 들어하는 것 같아서 샵 스태프에게 가격을 물어봤더니 24만우ㅓ...ㄴ....



가격이 10만원대만 됐어도 그 가게에 좀 더 머물렀을텐데 24만원은 좀 아닌 것 같아서 우리는 곧장 샵을 나와 점심 식사를 하기로 했다.

(마침내!)



이 곳의 이름은 비스트로 보르도(Bistro Bordeaux).

나가사키를 대표하는 가정식 메뉴인 도루코 라이스의 '원조'집이다.



가게가 건물 2층에 있어서 좁은 계단을 꺾어 올라가야 하는데

입구 앞에 각종 상패와 메달이 진열 되어 있다.

뭔지는 잘 몰라도 아무튼 원조의 위용은 분명하게 느껴진다.



비스트로 보르도는 이렇게 생겼다. 4명이 앉을 수 있는 바 테이블과, 2인이 마주보고 앉을 수 있는 테이블이 4개였나? 그 쯤 있는,

딱 저기 저 사장님 혼자서 케어할 수 있는 수준의 아담한 식당이다.

(현재의 사장님은 비스트로 보르도 창업주의 아들로, 2대째 가게를 직접 운영하고 계시는 분이다)



방금 전 까지의 폭염이 싹 잊혀지는 선선한 실내.



그리고 테이블 위에 귀엽게 셋팅 되어 있는 빈티지 플레이트.

한가지 재미있는 건, 이 플레이트는 모든 빈 테이블에 기본적으로 셋팅이 되어 있으나,

실제 이 접시는 식사에 전혀 이용되지 않는다. 심지어 함께 셋팅 된 포크나 나이프로 이 플레이트를 긁는 것 조차 금기시 되는 행동 ㅎ

순전히 가게의 분위기를 위해 사장님께서 미리 셋팅해 두는 것으로 주문을 받는 것과 동시에 이 플레이트는 모두 치워진다.



새벽부터 힘들게 일어나 인천으로 달려가서 다시 나가사키까지 날아오고, 또 버스도 한참 타고 걷기도 한참 걸었으니 이미 좀 지친 상태.

당연히 그렇게 쌓인 갈증은 나와 동반자가 애정하는 아사히 빙비루(병맥주)로 해소하는 것이 맞겠지.

그래서 맥주를 먼저 주문했는데 오- 특이하게 샴페인 잔을 내어주시네?

이탈리안의 무드를 제대로 느끼게 해주겠다는 뜻일까?



나는 도루코 라이스를 주문했다. 나가사키를 다시 방문하기로 결심한 순간부터 도루코 라이스가 엄청 그리웠는데,

지난 겨울 방문 때 들렀던 키친 세이지가 무슨 이유에서인지

우리가 방문하고 그로부터 며칠 뒤에 폐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어서 그때의 추억을 다시 곱씹을 수는 없었지만

그럼 이참에 정말 나가사키에 도루코 라이스를 전파시킨 원조 가게에 가보면 좋겠다 싶어

별다른 고민 없이 무조건 이 곳에서 점심을 먹어야 겠다고 생각하게 된 것 이었다.



키친 세이지와는 사뭇 다른 얌전한 플레이팅.

카레 가루를 넣고 볶아낸 볶음밥과 케찹으로 맛을 낸 나폴리탄 스파게티 그리고 그 가운데 묵직하게 올려진 돈까스.

참고로 일본의 경양식집 돈까스는 비계살까지 그대로 쓰기 때문에 씹는 맛이 한국에서 먹는 돈까스와 많이 다르다.

이건 뭐라 설명을 더 못하겠는데 정말 먹어보면 그 차이가 확실히 느껴진다. 식감이 너무 좋고 실제로 굉장히 맛있다.

아무튼 어렵고 복잡할 것 없이 모든 음식이 전부 직관적이고 단순하다. 당연히 맛도 예상하는 그 맛 그대로.

이 음식을 파인 다이닝과 비교해선 안되겠지만, 내겐 도루코 라이스도 충분히 파인 다이닝의 메뉴로 다가온다.



동반자는 내 권유로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다.

뭐 말이 각자 주문이지 사실 두 가지가 모두 궁금했어서 각자 하나씩 주문한 건데,

왜 굳이 이 오므라이스를 주문했냐 하면



일단 사장님이 플레이트를 내려놓자마자 우리에게 "무비 무비" 하시며 빨리 동영상 촬영을 준비하라는 멘트를 던진다.

그래서 재빠르게 핸드폰으로 촬영 준비를 마치면 그때부터 이렇게 천천히 오믈렛의 윗 부분을 칼로 사악- 갈라주시는데,



그렇게 갈라낸 오믈렛을 좌,우로 펼쳐내면 그 안에 숨어있던 보드라운 반숙 오믈렛이 볶음밥 위ㄹ 아 침나와 ㅠㅠㅠ



오믈렛이 모두 펼쳐지면 그 위에 오므라이스 소스를 싸악 둘러주시는데

진짜 그 반숙된 오믈렛 사이사이로 흘러내리는 소스를 보고 있노라ㅁ 아 침나와 큰일이군 ㅠㅠ



말해 뭐해. 끝장나는 맛.

본론으로 돌아가자면 이 퍼포먼스에 대한 이야기를 이전에 들은 기억이 있어서

그게 궁금해서 오므라이스를 주문해 본 것이었다.

(관광객으로 보이는 손님들에게는 이렇게 서비스 하는 모양이었다)



사장님의 퍼포먼스로 더욱 즐거워진 우리는 땀도 식힐 겸 급할 것도 없으니 천천히 식사를 즐기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는데

얼마쯤 지났을까, 갑자기 사장님이 우리에게 "웨얼 아 유 프롬?" 하고 질문하시더라.

한국에서 왔다고 했더니 아 그러냐며 갑자기 저 작은 천? 같은 걸 선물이라고 건네 주셨다.

나가사키에서 열리는 축제와 관련된 것 같았는데 2년 전에 제작된 것이라고 하셨던가?

아무튼 생각지도 못한 선물을 갑자기 받아서 더욱 기분이 들떴던 것 같다.

처음 가게에 들어섰을 땐 사장님이 좀 무뚝뚝한 할아버지처럼 보였는데

너무 정도 많으시고 사교성도 좋으시고 매너도 좋으셔서 진짜 즐거운 식사 시간이 되지 않았나 생각할 정도!



※ 비스트로 보르도의 위치는 위 지도 참고



자 이제 밥을 맛있게 먹었으니 무얼 해볼까 -

애초에 아무 목적 없이 그냥 스트레스나 풀 요량으로 시작한 충동 여행이었으니 딱히 할 것도 없고 해서 일단은 그냥 돌아다니기로 했다.

그냥 보고 싶은 거 보고 먹고 싶은 거 먹고 걷고 싶은대로 걷고 그러면 되는거니까 ㅎ

그래서 지난 번 방문 때 좋은 인상을 받았던 편집샵 테이크 오프(Take Off)에 들러 이것 저것 구경을 좀 해봤다.

테이크 오프는 나가사키 현을 중심으로 전개되는 프랜차이즈 편집 샵으로 일본 내 로컬 브랜드 일부를 만나볼 수 있는 곳이다.

나가사키 시내 안에만 몇 군데 분포되어 있는데 이 곳은 방금 밥 먹고 나온 비스트로 보르도에서 딱 한 블럭 옆에 위치한 지점이다.

여성 중심의 소규모 샵이 많은 골목에서 보기 드문 남성 중심의 샵이라 내 취향에 딱 맞는 곳.

여기서 생각지도 못하게 예쁜 가방을 발견해서 동반자와 함께 커플 아이템으로 살까 잠시 고민을 했는데

일단은 좀 두고 보기로 하고 돌아나왔음.



써니 보이(Sonny Boy)는 나가사키의 중고 레코드 샵이다.

간판만 보면 마치 미국 어디 테마파크쯤에 있는 캐주얼 레스토랑 느낌이 나는데

막상 가게 안으로 들어가면 굉장히 오래된 중고 음반 가게라 신기한 기분이다.

역시 비스트로 보르도와 한 블럭 차이 나는 곳에 위치.



정리도 이렇게 손으로 적은 글씨로 대충 ㅎ



여기 저기 발길 닿는대로 돌아다니다 보니 어느새 칸코도리에 들어섰다.

칸코도리는 나가사키에서 가장 번화한 상점가로 여느 동네와 마찬가지로 아케이드 형태로 들어선 길따라 다양한 상점들이 입점해있다.

나가사키를 찾는 사람들이 어지간한 쇼핑은 다 이 안에서 해결할 수 있음.



오카즈 또 오벤또는 수제 반찬과 도시락 전문점이다.

내가 이 곳의 존재를 처음 인지하게 된 것은 지난 봄, 교토 방문 때였는데

그 때는 숙소 근처에서 저기 저 아주머니 캐릭터를 본 것이 전부였다. 일어를 모르니 그냥 느낌으로는 식당인가보다 하고 말았는데

이번에 나가사키에 와서 보니 이 곳이 반찬과 도시락을 전문으로 파는 곳이었더라고?

매번 편의점 도시락에만 꽂혀있던 나에게는 약간 새로운 넥스트 레벨처럼 다가왔는데

호기심에 슬쩍 들어가서 보니 와- 앞으론 편의점 말고 여길 와야겠구나 하는 생각 ㅎㄷㄷ



그나마 햇살이 직접 내리쬐지 않는 아케이드 상가를 돌아다니기는 했지만 그래도 더운 건 마찬가지라

하마크로스411(Hama Cross 411) 안에 입점되어 있는 마가렛호웰(Margaret Howell)을 구경하며 잠시 에어컨 바람을 쐬기로 했다.

하마크로스411은 호텔 포르자 나가사키점을 함께 두고 있는 곳으로

나가사키에도 있어? 할 만한 브랜드인 마가렛호웰과 일비종떼, 폴스미스 등을 입점시킨 쇼핑 플레이스다.

물론 그래봤자 규모가 작아서 점포가 많지는 않다. 규모로는 오히려 나가사키 여객터미널 쪽에 있는 유메사이토 백화점이나

나가사키역에 붙어있는 아뮤 플라자가 훨씬 더 큼.



※ 마가렛호웰이 입점한 하마크로스411의 위치는 위 지도 참고



나가사키는 사실 할 게 별로 없는 곳이다.

첫 방문이라면 그마저도 신기할 법 하지만 재방문이라면 그 때부턴 이야기가 달라진다.

시내 규모가 작기 때문에 어지간한 곳은 모두 도보로 이동이 가능하고,

관광지라고 알려져 있는 곳들도 굳이 또 갈 정도로 대단한 매력을 가진 곳이 아니라서

그냥 산책하기 좋고 그렇게 멍때리며 돌아다니기 좋은 곳이라는 정도?



그래도 분명한 건, 실제 운행되는 전차를 볼 수 있다는 게 좋은 메리트다.

그 덕분에 이렇게 평범한 동네도 한국인의 입장에선 일본 특유의 옛스러운 정취를 느낄 수 있으니까.



이미 땀으로 샤워를 한 상황이지만, 좋다.



이런 느낌 참 좋아.

특히 깨끗하게 관리 된 옛스러운 건물과 택시를 함께 볼 수 있으니.

(저 건물은 나가사키 3대 카스테라 중 하나인 분메이도의 본점임)



정처없이 걷다보니 어느새 아뮤 플라자.

많이도 걸었네. 이 더위에.



좀 뜬금없지만 아뮤 플라자에 와서 가장 먼저 한 건 슈퍼마켓 구경이었다.

아뮤 플라자는 작년 나가사키 방문 때도 둘러봤었지만 1층에 있는 세이유 슈퍼마켓은 그 때 보지 않았기 때문에

편의점에만 길들여져 있던 나와 동반자에게 슈퍼마켓 구경은 그 계획부터가 이미 들뜨는 일이었다.



사실 뭔가 사지는 않았다. 아니, 살 수도 없었다.

마음에 드는 물건이 없다거나 뭐가 뭔지 몰라서가 아니라,

서두에서 밝혔듯 특가 판매 이벤트로 항공권을 구입했던 것인데 이 티켓이 위탁 수하물이 없는 조건으로 판매 된 거라...

어지간한 액체류는 전부 구입을 해도 한국으로 가져갈 수 없었기 때문에 눈물을 머금고 아이 쇼핑만...



덕분에 모든 것들이 더욱 소중하고 값지게 보였다지.

역시 특가 이벤트 티켓은 정말 홀가분한 마음으로 다녀올 때만 유용한 것 같아.



그렇게 한참을 슈퍼마켓 구경에 빠져있다가 그 끝쪽에서

몇시간 전 칸코도리에서 보았던 반찬과 도시락 전문점인 오카즈 또 오벤또 매장을 또 발견했는데

기왕 맞닥드린 거 제대로 보자 하고 살펴봤더니 세상에, 도시락 퀄리티가 정말 상상을 초월하더라.

편의점 도시락도 충분히 대단하지만 진짜 마트에서 파는 도시락은 혀를 내두를 정도!

이래서 일본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이 생각하는 것처럼 편의점 도시락이 대단하긴 하지만

실제로 일본 사람들은 마트 도시락을 더 많이 먹는다"고 하는 거였구나 ㄷㄷㄷ



마트 도시락이 훨씬 신선도도 좋고 양도 푸짐하고 가격도 괜찮고, 이걸 말로만 듣다가 직접 체감해보니 제대로 이해가 됐음.

앞으로 일본 방문할 때 도시락 먹어야 할 일이 있으면 근처 마트나 반찬 가게를 들러야겠다!



세이유 슈퍼 마켓을 뒤로 하고, 또 아뮤 플라자의 여기 저기를 돌아다니다가



아뮤 플라자 3층에 있는 스투시(Syussy)에 들렀는데,

여기서 생각지 못하게 급 쇼핑을;;;

쇼핑하러 온 여행이 아니었는데 ㅋㅋㅋ



2층에서는 비밍구 바이 빔즈(B:ming by BEAMS)에 갔다가 스페셜 카레를 파는 걸 보고 또 기절 ㅠㅠ

그치만 이건 구매할 수 없었다. 왜냐면 나는 위탁 수하물을 맡길 수 없는 특가 티켓 이용자였으니....

※ 레토르트 카레는 액체류로 분류되서 기내 반입 불가....

카레 덕후는 그렇게 웁니다....



※ 세이유 슈퍼마켓, 스투시, 비밍구 바이 빔즈 등이 입점한 아뮤 플라자 위치는 위 지도 참고



카레를 구입할 수 없었던 것은 다소 아쉽지만 그래, 어차피 뭐 그런거 사려고 온 여행이 아니었잖아?

초심을 되새기며 평정심을 되찾고 다시 나가사키의 여유로운 소경에 마음의 안정을 취해본다.



물론 카레가 잊혀지지는 않았지만.



귀여운 전차들 보고 있으니 기분은 좋네.



사랑해요 나가사키.



또 한참을 한량마냥 유유적적 걸었는데,



슬슬 저녁 먹을 시간이 되어 가는 것 같아 유메 사이토 백화점으로 가보기로 했다.

가는 길에 잠시 앞서 들렀던 편집샵 테이크 오프(Take Off)의 또 다른 챕터도 살짝 구경 해보고,



유메 사이토 백화점 4층 푸드 코트로 곧장 이동했다.

그 중에서도 우리가 자리를 잡은 곳은 미야마.

스키야키가 먹고 싶다던 동반자의 소원을 풀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우리의 저녁 메뉴는 동반자가 먹고 싶다고 한 스키야키가 아닌 샤브샤브로 낙점.

메뉴판 한참 보다가 결국 그렇게 되었네 ㅎ



이 곳은 무한(을 가장한) 리필 뷔페로 고기는 양이 한정 되어 있으나

야채는 무제한으로 가져다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마침 다이어트가 화두인 우리에겐 안성 맞춤인 식당이었다.



술도 무제한 메뉴가 따로 있길래 그 코스로 주문해 봤음.

어차피 각자 맥주 3잔 이상은 기본으로 마실 것 같아서.



동반자님, 부디 맛있게 드시고 그간의 스트레스 싹 풀어버리시길.

그래야 내가 일본 데려 온 보람이 있잖아?



다행히 동반자님이 기분이 많이 좋았는지 이런 신기한 술도 주문해서 마셔보고 ㅎ

날이 많이 더웠지만 우리에겐 참 행복했던 하루였다.

이 곳에서의 식사도 괜찮았고.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유메 사이토 구경도 잠깐 하고,



어느덧 깜깜해진 나가사키의 밤.

숙소로 돌아가기 전에 밤바다 잠깐 보려고 데지마워프쪽으로 산책을 나섰다.



까꿍.



실물보다 사진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아무튼 나가사키 데지마워프에서는 정박되어 있는 일본 최초의 목조 증기선을 볼 수 있다.

칸코마루(Kankomaru)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는 관광 사업 중 하나인 저 배는

실제 설계도를 통해 내부를 완벽하게 복원해놓고 있다고.

대충 보니까 정해진 시간에는 실제 운항도 하는 것 같던데 역시 실물보다 사진이 더 낫기 때문에 나는 그냥 이렇게 본 것으로 만족.



지금의 동반자를 만나기 전까지는, 모든 행동의 실행에 있어 기준은 나의 흥미였고 그 외엔 관심조차 없었는데

어느샌가 그런 내가 이제는 동반자의 기분을 살피고 동반자와 함께 할 것들에만 관심을 쏟고 있다.

이번 여행도 그랬다.

내 통장의 잔고가 그렇게 넉넉한 것도 아니었고 어차피 일본은 9월에 가기로 예정했던 상황이라 "굳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었을텐데

나는 정말 아무것도 계산하지 않고 그저 둘이 즐겁기를 바랬고 그러면 저절로 동반자의 스트레스도 풀릴것이라 생각했기 때문에

그래서 돈 아끼라던 동반자의 말 듣지 않고 독불장군처럼 질러서 오게 된 것이었다.

문득 밤바다를 보며 걷고 있자니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도 참 많이도 변했구나.

이 사람 덕분에 내가 이렇게 달라졌구나.

삶이란 역시 함부로 예측하고 단정지을 수 없는 것이구나.

덕분에 참 고맙다.

그런 생각들.



좀만 더 걸었다가는 지나치게 감성적으로 변할 것 같아 이제 그만 숙소로 돌아가기로 했다.



숙소로 돌아가는 길에 이렇게 느낌있는 카페도 발견했는데,

우린 일단 피곤하니까 복귀 하기로.



밤인데도 더워서 글리코의 아이스열매로 막간 충전!

아이스열매 너무 좋음!



짧디 짧은 나가사키 바람쐬기.

첫 날 일정은 그렇게 마무리 지었다.



나가사키 바람쐬기 #1 끝.



나가사키 바람쐬기 #1 (http://mrsense.tistory.com/3484)

나가사키 바람쐬기 #2,3 (http://mrsense.tistory.com/348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