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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Issue

석촌호수에 컴패니언을 띄운 카우스(Kaws)가 기자간담회에서 한 이야기


폭염이 기승을 부리기 시작한 7월. 잠실 롯데월드타워 옆 석촌호수에 카우스(Kaws)의 컴패니언(Companion)이 뜬다고 해서 찾아가봤다.



내가 방문했던 날은 오픈 첫 날로, 평일 낮이었기 때문에 제법 한산한 상태였다.

사람이 많이 몰리는 주말이었다면 괴로웠을텐데, 다행스럽게도 느긋하게 관람할 수 있어 좋았다.



석촌호수에 대형 설치물이 뜨는 것은 이번이 4번째였기 때문에

주최측인 롯데는 어디에 무얼 어떻게 설치해야 하는지를 제법 잘 아는 느낌이었다.

파라솔과 비치 체어가 좋은 예시였는데, 이는 실용적 측면에서도 합격 점수를 줄 수 있겠으나

실제 카우스의 컴패니언 작품이 던지는 메세지와도 제법 부합하는 화법이라 여러 측면에서 괜찮은 선택이었던 것 같았다.



하지만 정작 카우스의 작품은 실제 현장에서 보니 아쉬움이 다소 남았다.

컴패니언 이전에 석촌호수 위에 설치되었던 작품인 러버덕, 슈퍼문, 스위트 스완과 비교될 수 밖에 없는 순간이었는데

일단 드러누운 포즈를 취하게 한 것이 가장 큰 부분이었다.

카우스의 작품은 'X'자 눈을 한 얼굴이 포인트인데 막상 컴패니언이 드러누워버리니 얼굴을 볼 수 없게 된 것.

꼿꼿하게 똑바로 서 있었던 러버덕, 스위트 스완은 어느 곳에서 봐도 형체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었는데

그에 반해 컴패니언은 이쪽에서는 발바닥만, 저쪽에서는 민머리(?)만 보이는 형태라

컴패니언이 가진 그 특유의 매력을 제대로 어필할 수 없게 된 셈이었다.



스케일도 마찬가지였다. 처음 티저 영상을 봤을 땐 굉장히 커 보이는 것 같아 기대감이 고조 되었었는데

막상 석촌호수 위에 뜬 모습을 보니 좀 더 컸어도 좋겠다는 아니, 좀 더 컸어야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지고 보면 이 문제도 결국은 드러누웠기 때문인 탓이라고 본다. 수면에 가깝게 누우니 존재감이 적어지는 것은 어찌보면 당연한 일.

그러면 차라리 슈퍼문 때 처럼 여러개를 동시에 띄우거나 했으면 얘기가 달라졌을텐데, 역시 이 부분도 아쉽기는 매한가지였던 것 같다.



그래도 좋은 시도라 생각한다. 덕분에 이렇게 귀여운 굿즈도 출시가 되었으니까.

(설마 굿즈를 위해 일부러?)



카우스 컴패니언 최초로 드러누운(?) 포즈를 취한 토이.

당연하게도 실제로 물 위에 뜬다.

아이들 물놀이 장난감으로 딱인데,

그래도 아이들보다는 어른들이 허세용으로 가지고 있기에 딱 좋은 정도다.



카우스 컴패니언과 피노키오를 가지고 있는 나도 당연히 혹할 수 밖에 없는 굿즈였는데

구입을 할까 말까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냥 깔끔하게 잊어버리기로 했다.

(일단 너무 비싸...)



같은 날, 석촌호수 옆 롯데타워 시그니엘 레지던스에서는 카우스의 전시를 알리는 기자 간담회가 열렸다.

나도 기자 신분으로 이 자리에 참석했는데,

평소 가장 좋아하는 아티스트를 꼽을 때 가장 먼저 언급할 정도로 좋아하는 작가라

그를 실제로 볼 수 있다는 사실이 날 굉장히 들뜨게 했다.

그래, 내가 언제 또 카우스를 이렇게 코 앞에서 보겠어.



기자 간담회는 진행자님의 안내에 따라 작가 소개와 전시 프레젠테이션을 먼저 한 뒤 기자들에게 질문을 받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적이라 생각했던 MTV 어워즈 트로피 +_+



앞서 보았던 굿즈 제작 당시 샘플(로 추정)



그리고 석촌호수에 띄우기 전에 테스트로 바람을 집어 넣고 있던 컴패니언.

바람을 넣기 전엔 저런 형태였구나 ㅎㅎ



카우스도 뭔가가 재미있었는지 연신 카메라 셔터를 눌러대더라.



질문 시간이 되었을 때 나도 질문을 하나 던졌다.

컴패니언이 처음 세상에 공개 된 것은 1999년이었지만 큰 반향을 일으킨 것은 그로부터 5-6년 뒤,

메디콤토이와의 합작 브랜드인 오리지널 페이크(Original Fake)를 통해 출시 된 다양한 컴패니언 피규어 출시 때로 알고 있는데

그 사이 기간 동안 아트 토이나 3D 입체 조형물에 대한 갈망이 어느 정도였는지,

사람들이 컴패니언이라는 캐릭터에 열광할 것이라는 확신이 얼마나 있었는지 그게 궁금하다는 질문을 했.으.나.

저기 모자이크 처리한 통역관이 내 이야기를 잘못 오역-전달 하는 바람에 카우스가 오히려 내게 뭔가 잘못 알고 있는 것 같다고...

아 진짜 통역관이 통역 어떻게 하는지 듣고 있는데 뭔가 잘못 말하고 있다는 것을 눈치 챈 순간 아차! 싶었는데 역시나 ㅠㅠ

이렇게 성덕을 꿈꾸던 나는 통역관의 어이없는 실수로 제대로 정보 조사도 안한, 아는 척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휴...

아무튼 뭐, 내가 통역 때문에 인터뷰를 깔끔하게 마무리하지 못한 경험을 정확히 두 번 가지고 있어서 이번에도 설마 설마 했는데,

이렇게 세 번째 안좋은 기억을 갖게 된 것이 무척 유감이다. 뭐, 어쩔 수 없지. 통역관도 자기 딴에는 한다고 한 걸텐데...

아 그나저나, 마지막에 좀 소름끼치는? 질문 하나가 다른 일간지 기자 입을 통해 나와서 여기에도 공유를 한다.

모든 질의 응답이 끝나고 기자 간담회를 마치려고 하는 순간이었는데

어떤 기자 한 분이 손을 번쩍 들더니 "저 마지막으로 질문 하나만 할게요 그냥 짧게 바로 하겠습니다" 라며 질문을 시작한 것이었다.

그런데 그 기자 입에서 나온 이야기가

"석촌호수에 뜬 이 조형물을 보고 익사체같다는 반응이 많던데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

난 정말 단 한번도 익사체 같다는 반응을 접해보지 못했는데 대체 어디서 그런 반응이 나왔다는 걸까.

이게 얼마나 충격적인 질문이었냐면 나만 놀란 게 아니라 내 양 옆에 있던 기자들도 익사체라는 단어가 나오는 순간

고개를 옆으로 돌리면서 한숨을 푹- 쉴 정도로 놀라웠던 질문이었...

아무튼 그렇게 갑작스럽게 나온 질문에 나는 카우스가 어떻게 반응할까 무척 궁금했는데 굉장히 재치있게 받아치더라.

"난 내 작품을 보는 사람들의 모든 의견을 존중합니다. 그리고 내가 알기로, 컴패니언은 수영을 굉장히 잘해요"

과연 넓은 세상을 무대로 활동하는 아티스트다운 위트있는 대답이었다.

빠듯한 일정으로 많이 지쳐 보이던데 - 그래서 그런지 기자 간담회때도 집중을 잘 못하는 것 같았으나 -

이런 순간의 기지를 보니 역시는 역시라는 생각이 들었다.

결국 망한 건 내 질문 뿐...

통역관 당신...



기자 간담회를 마치고 나올때 작은 기념품을 받았는데 무려 카우스 홀리데이 전시 굿즈인 페이스 타올과 클리어 백이었다.

클리어 백은 심지어 판매용이 아닌 이벤트 증정으로 극소량 만든 것이라 들었는데 이런 횡재를!



지인이 구매했다는 카우스 홀리데이 전시 굿즈 피규어도 다시 구경해봤다.

이렇게 보니 또 소유욕이 끓어 오르는 군.



하지만 참자.

여행가야하니까.

여행 가서 그 돈으로 맛있는 거 사먹어야지.



앞서 석촌호수에서 컴패니언의 드러누운 모습이 다소 아쉬웠다는 이야기를 했었는데

기자 간담회 때문에 올라왔던 31층에서 내려다보니 역시 얼굴이 보여야 제 맛이라는 생각이 들더라.

(하지만 스케일 아쉬운 건 마찬가지였다. 너무 작네 정말)



그래 이렇게 얼굴이 보여야지. 그래야 컴패니언이지.



그나저나 호수에 녹조 현상이 심해보여서 합성으로 물 색깔만 파랗게 바꿔봤는데

이거 뭔가 물 위에 떠 있는 것이 아니라 얼음판 위에 있는 느낌?

컴패니언은 차라리 물결이 일렁이는 곳에 띄우는 것이 더 좋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래야 진짜 물 위에서 힘 빼고 드러누워서 햇살 받고 쉬는 것 같은 느낌일 것 같다는 그런 생각.

이것 참 보면 볼 수록 생각이 많아지네 ㅎㅎ



저녁에는 같은 건물 81층에서 카우스와 함께 애프터 파티도 즐겼는데,

통역관의 오역으로 인해 성덕 실패한 쭈구리는 소심하게 인사 한 번 건네지 못하고 바라만 봤다는 후문.




잠실 석촌호수 위에 카우스의 컴패니언이 두둥실 떠 있는 모습은 8월 19일까지 무료로 관람할 수 있으니

궁금하다면 잠실로 달려가 보자.

그리고 참고로, 바로 가까이서 보면 아무런 재미가 없으니 시그니엘 레지던스 31층으로 올라가서 관람하는 것을 추천한다.

31층에는 푸드코트와 커피숍이 있고 1층에서 목적지 얘기만 하면 무료로 올라갈 수 있으니

더운데 석촌호수 앞에서 뜨거운 햇빛과 바글바글 인파에 치여 힘들게 보지 말고

시원하고 쾌적한 높은 곳에서 편하게 내려다 보기를 권함.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