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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Issue

귀여운 향기 폴폴나는 마소영(mahsoyoung) 2014 여름 컬렉션 프레젠테이션

 

내가 좋아하는 여성 패션 브랜드가 몇 안 되는데, 그 중 하나가 마소영(mah soyoung)이다.

그래 물론, 여성 브랜드를 거의 모르는 탓도 있다. 굳이 부인해가며 아는 척 하고 싶진 않다.

뭐 어쨌든 나는 마소영을 좋아한다.

 

 

가로수길안에 위치한 포스티드(Posted)에서 지난 주, 마소영의 2014 여름 컬렉션 PT가 열려 다녀왔다.

안으로 들어가기 전 부터 뭔가 명랑한 기운이 느껴져서 참 좋았는데, 가까이서 보니 이거? 전부 일일이 손으로 그린 그림이더라 ㅎ

깔끔하게 정리 된 고화질의 일러스트에 길들여져 있던 내 눈이 오랫만에 어렸을 때 보던 동화책을 펼친 것만 같은 이 질감에 자연스레 정화가 +_+

 

 

안으로 들어와 보니 디오라마가 기가 막혔다. 정말 내가 들어오기 좀 전까지 이 곳에 앉아서 누군가가 작업하고 있었을 것만 같은 느낌이랄까?

셋트가 아니라 실제 마소영의 사무실에 놀러갔다가 예고 없이 마주하게 된 작업 공간을 보고 있는 것만 같은 착각에 빠지게 되었다 ㅎ

(그런데 이게 준비 된 셋트라니!!!)

 

 

디테일에 집착하는 내 성격상 이런 셋트의 재연은 감동의 도가니 >_<

 

 

포스티드를 가득 채우고 있던 경쾌한 노래는 이 축음기는 무려 영국에서 사용하던 걸 직접 들고 왔다고...

 

 

그러고 보니 책상이나 축음기, 타자기나 서랍장 등이 전부 익숙했다.

이건 내가 이 집기들을 이 전에 봤다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다 처음 본 것들이다)

처음 본 가구와 소품들인데 지나치게 익숙했다.

이런 뜻이다. 너무 자연스럽게 세워놔서, '잘 꾸몄네'가 아니라

어디서나 봤을 법한 공간을 '감쪽 같이' 옮겨놔서 '치우지도 않았네' 하고 생각하게 했다는.. 원래는 일부러 셋팅한 건데 말이야 ㅎ

 

 

그래 오히려 가지런했으면 더 안 봤을거야 ㅎ 이렇게 엉망이니 하나하나 괜히 더 보게 되고, 그러니 더 괜히 공감이 가고 +_+

 

  

 

자 그럼, 본격적으로 마소영의 2014 여름 컬렉션을 만나볼까 -

 

 

이번 시즌의 테마는 'Her Desk on 87 Britannia Walk'.

영국에서 지내던 마소영이 실제 머물렀던 곳을 시즌 테마로 끌어들였다.

그래서 좀 전에 본 그런 셋트가 꾸며진 것이고 마소영의 2014 여름 컬렉션은 그 책상 위에 있던 물건들에서 영감을 받아 만들어지게 된 그런?

어떤 그런 느낌적인 느낌?

 

 

방금 말했듯 마소영의 2014 여름 컬렉션에서는 그녀의 책상 위에 놓여있던 다양한 물건들을 자수와 프린트를 통해 만나볼 수 있었다.

(사실, 이건 마소영의 물건이지만 우리 모두의 물건이기도 하다)

 

 

그를 이렇게 귀여운 위트로 풀어내기도 했고,

 

 

치장하지 않은 풋풋한 감성 담아 가득 녹여내기도 했다.

 

 

개인적으로 가장 마음에 들었던 건 이 원피스인데, 마소영에서는 처음으로 자수가 아닌 프린트를 사용한 아이템이라네 ㅎ

하늘하늘거리는 소재에 주름 잡힌 디테일과 컬러로 극강의 여성성을 - 정확히는 소녀가 되고픈 여성성을 - 표현하지 않았나 싶었다.

(개인적으로는 논두렁 옆 길을 자전거로 달리는 여고생이나, 창문으로 들어오는 바람 맞으며 풍금치는 교생 선생님같은 이미지가 떠올랐음)

 

 

깜찍한 끼부림도 있었다.

이 티셔츠는 앞면에는 연필을 자수로 놓고는,

 

 

뒷면에 연필깎이를 자수로 그리는 기가막힌 짓(?)을 ㅋㅋ 

 

 

세라복이라 부르는 이 세일러복은, 보자마자 놀랬다. 세일러복 고유의 스트라이프를, 어떻게 '자'로 바꿔낼 생각을 했을까....

아 진짜 이건 솔직히 좀 감탄했음 ㅇㅇ (심지어 원단 선택 자체를 모눈종이와 같은 체크 패턴으로 +_+bbb)

 

 

포스티드의 벽면에는 마소영의 2014 여름 컬렉션에 쓰인 다양한 자수와 프린트를 촬영한 이미지가 붙어있었는데

디테일에 집착하는 내겐 그걸 '견출지'로 붙였다는 게 더욱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결정적 한방!

이 공간 안에 있는 그 어떤 것도 전체의 분위기를 헤치려 하지 않고 어우러지고 있었다는 점이

컬렉션의 무드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됐던 것 같다.

 

 

(이번 시즌 모델은 지난 시즌에 이어 김나래가.) 

 

 

인형놀이 하라고 이런 답례품을 만들었더라 ㅎ - 나도 선물 받았다 - 역시 무드를 이어가는 뛰어난 장치라 생각!

 

 

방문객들에게 음료수 한잔 건네던 마소영과 아트카이브 스튜디오 식구들을 보며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심지어 여기에까지 일일이 손글씨로 감사의 인사를 담아냈다)

귀여움이 가득했다. 인위적이지 않아 더욱 깊게 다가왔다. 포근하고 좋았다. 봄 바람 살랑살랑 부는 그 어딘가의 개울가가 떠올랐다.

책상과 작업공간, 그리고 그 위에 놓여있던 물건에서 출발한 옷이지만 내겐 오히려 푸르른 자연이 더 많이 그려졌다.

그건 아마도, 내가 이번 여름의 마소영을 정말 기대하게 됐다는 뜻이겠지 ㅎ

 

소형이 그리고 마소! 아트카이브 스튜디오 모두 고생하셨쎄영 ㅎ

굿잡!